[샌프란시스코(미국)=황치규 기자]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신형 프로세서와 이를 탑재한 서버를 공개했다.
오라클의 썬 인수에 따른 불확실성을 틈타 고객 가로채기를 집요하게 시도했던 IBM과 휴렛패커드(HP)를 상대로 회심의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계기가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오라클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 고객 행사 오픈월드 컨퍼런스에서 스팍 T3 프로세서 기반 서버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내부 테스트 자료를 통해 성능에서도 경쟁사를 앞질렀다고 주장했다.
코드명 '레인보우 폴'로 불리는 스팍 T3는 썬이 울트라 스팍 T2 플러스를 내놓은지 2년만에 나오는 신형 칩으로 웹인프라는 물론 데이터베이스(DB)와 백엔드 애플리케이션까지 겨냥하고 있다. 보급형 및 중형급 유닉스 서버에 주로 탑재된다.
그동안 썬은 프로세서 브랜드로 '울트라 스팍'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오픈월드를 보면 오라클은 '울트라 스팍'에서 '스팍'으로 칩브랜드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스팍 T3는 40나노미터 공정에 기반하며 프로세서당 16코어까지 지원한다. 이전 버전의 두배 수준이다. 스팍 T3는 또 코어당 8개 쓰레드(업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속도는 1.65GHz까지 지원한다. 각각의 코어는 보안 기능 강화를 위해 암호 가속기 기능과 통합됐다. 빠른 네트워크 처리를 위해10기가비트 이더넷칩도 통합됐다.이번에 공개된 스팍 T3 기반 서버는 모두 4종이다. 세개는 랙타입이고 나머지 하나는 블레이드 서버다. 이들 제품은 모두 30일안에 출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오라클은 설명했다.
오라클이 지난해 썬 인수를 발표할때만 해도 수익성이 좋지 않은 하드웨어 사업은 없애고 자바나 솔라리스같은 SW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드웨어 사업을 다른 업체에 매각할 것이란 루머도 나돌았다.
그러나 오라클은 하드웨어 사업을 접거나 파는 대신 SW와의 결합을 통해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에서 차별화를 모색하려는 듯 하다. 하드웨어와 SW를 통합해 개인용 기기 시장에서 사용자 경험(UX)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애플의 방식을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듯 오라클은 지난달 스팍 프로세서에 대한 향후 5년간의 로드맵을 공개하며 하드웨어를 접는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오라클이 공개한 로드맵은 다소 두루뭉술하게 비춰진게 사실. 그런만큼 회의적인 시선은 아직도 종종 눈에 띈다. 칩 개발을 뒷받침할만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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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감안하면 스팍 T3는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오라클이 주변의 회의론을 날려버릴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밖에 없다.
유닉스 서버 시장에거 과거 썬이 갖고 있던 입지는 IBM과 HP의 공세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 분위기 반전은 만만치 않을 수 있다. SW시장을 들었다놨다하는 오라클이 경험이 부족한 하드웨어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