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쇼크, LG전자 수장교체

일반입력 :2010/09/17 11:16    수정: 2010/09/17 16:28

김태정 기자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등 전략 사업을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할 것”

지난 7월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해외주재 그룹장 300여명 앞에서 이 같이 언급했다. LG전자와 남 부회장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현실화 못한 시나리오가 됐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실적악화에 대한 책임으로 17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LG전자 이사회는 별 다른 만류 없이 이를 전격 수용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을 위해 수장 교체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 이사회 판단이다.

LG전자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1천2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9% 추락했다. 지난 2008년 4분기 기록한 1천10억원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대표적인 문제는 바로 스마트폰. 남 부회장은 세계적 스마트폰 돌풍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고민해왔다.

일반폰에 주력하며 스마트폰 대응이 늦었던 LG전자는 예상 외 큰 타격을 입었고, 반격은 여의치 않았다. 스마트폰 후발 주자인 LG전자가 뚫기에는 애플과 삼성전자 등의 벽이 견고했다는 평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에이스였던 TV사업까지 실적이 악화되면서 남용 부회장은 버티기가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사업 적자…반격도 약했다

사실 세계적 스마트폰 돌풍에 대한 LG전자의 미온적 태도는 오늘의 사태를 미리 예고했었다. 텃밭인 휴대폰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부분이다.

LG전자는 애플과 삼성전자, 노키아 등이 치열하게 스마트폰 전쟁을 펼치던 지난 연말에서야 스마트폰 사업부를 만들어 뒤늦은 반격에 나섰다. 올 초에도 이렇다 할 스마트폰 없이 ‘반격 예고’만을 외쳤고, 하반기 ‘옵티머스 시리즈’를 내놨지만 삼성전자 갤럭시S, 애플 아이폰4 등에 밀렸다.

지난 2분기 휴대폰 부분(MC사업부)은 영업손실 1천196억원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16분기만의 적자에 LG전자 수뇌부는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휴대폰 판매량이 전기 대비 13% 늘어난 3천60만대에 달했지만, 비싼 스마트폰 비중이 적어 수익은 재미를 못 봤다. 특기인 피처폰으로 공략 가능한 시장은 이미 확 줄어버렸다.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CFO)는 “2분기 전체 사업 부진의 본질적 요인은 휴대폰이라며 3분기에도 의미 있는 손익 개선이 힘들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실적악화보다는 앞으로 개선여지가 부족하다는 것. 남 부회장이 사퇴한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TV는 환율 악재, 가전 비수기 울상

2분기 흑자를 힘겹게 유지한 TV 사업도 3분기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2분기 LG전자 HE사업부(홈엔터테인먼트)는 매출 5조3천614억원, 영업이익 28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무려 89.50% 줄었다.

TV는 휴대폰과 달리 기술경쟁에서 선두를 달리는 중이지만 경쟁심화로 인한 판가하락, 유로환율 하락 등에 큰 타격을 입었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은 “지역별로 봤을 때 LG전자가 경쟁사 대비 유럽 비중이 높아서 유로환률 하락 피해가 컸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상반기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가전 및 에어컨이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은 것도 LG전자 연말 전망을 더 어둡게 했다.

■구본준 리더십 시험대 오르다

이런 가운데 LG전자 새 사령탑에 오른 구본준 현 LG상사 부회장이 어떤 카드를 제시할지 업계 관심이 비상하다.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구 부회장은 과감한 투자와 회사체질 개선으로 이름을 날린 경영자.

그는 LG상사 취임 첫해인 2007년 584억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을 지난해 1천615억원으로 끌어올리며 그룹내 입지를 강화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5조3천610억원에서 4조3천160억원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지난 1999년에는 네덜란드 필립스로부터 16억달러 외자를 유치, 직접 설립한 LG필립스(현 LG디스플레이)를 세계 LCD 선두라는 현재 자리에 올려놓은 1등 공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구 부회장이 우선은 TV 사업부문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엔화 강세로 인해 소니를 비롯한 일본 경쟁사들이 주춤한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를 단 기간에 따라잡기는 사실상 힘든 상황. 새로운 흐름을 만들 전략 제품 구상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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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이 전자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고 위기 돌파 능역를 가진 CEO를 물색한 결과 구본준 부회장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남용 부회장 밑에서 LG전자 휴대폰과 TV를 이끌어온 안승권 사장, 강신익 사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남 부회장의 사퇴에 큰 영향을 미친 이들을 구본준 부회장이 끌어 안을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미 LG전자 내부에서는 대대적인 물갈이 소문이 흘러나오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