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무늬만 무제한”…SKT “모르면 조용해”

일반입력 :2010/07/27 16:41    수정: 2010/07/28 19:56

김태정 기자

“SK텔레콤의 '무제한 요금제'가 과연 무제한인가? 오히려 묻고 싶다” -표현명 KT 사장-

“KT가 모르면서 경쟁사 깎아내린다” -SK텔레콤-

KT와 SK텔레콤 간 기싸움이 팽팽하다. 서로 상대방의 무선 데이터 요금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포문은 KT가 열었다. SK텔레콤이 야심차게 내놓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무늬만 무제한’이라고 비판했다.

■‘무제한’은 거짓말?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27일 오전 간담회서 “SK텔레콤의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가 정말 무제한인가?”라며 “무제한이란 이름을 붙이려면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SK텔레콤이 최근 발표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망 부하시 VOD(주문형비디오)를 비롯한 대용량 서비스를 제한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무제한’이라면 언제나 마음대로 데이터 사용이 가능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제한을 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KT는 SK텔레콤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서 ‘무제한’이란 단어를 빼도록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할 것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반격은 빨랐다. 이날 오후 표 사장 발언의 오류(?)를 조목조목 짚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SK텔레콤은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는 제목 그대로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한다”며 “단지 망 부하시 일정 제한이 있다고 '무제한'이란 이름을 못 붙일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KT가 강조하는 와이파이는 특정 지역을 찾아다녀야 하며 속도 및 품질 저하도 여전히 해결 못 했다”고 날을 세웠다.

결국, 3G와 와이파이 상관없이 망 부하가 없다면 ‘무제한 데이터’ 사용을 보장하는 SK텔레콤, 와이파이 지역을 확대해 데이터 요금을 줄여 준다는 KT 간 전략이 정면충돌한 것이다.

■와이파이는 해결책이다? 아니다?

LTE(롱텀에볼루션) 부문에서도 두 회사 간 대립은 첨예하다. 각자 스스로가 유리한 위치에 섰다고 날선 공방을 벌인다.

표현명 사장은 “LTE만으로는 폭증하는 무선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할 수 없다”며 “이에 따라 와이파이와 와이브로 망을 앞세운 KT가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와이파이-와이브로가 아닌 3G-LTE에 초점을 맞춘 SK텔레콤은 겨냥한 발언이다. SK텔레콤은 3G 기반으로 출시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향후 LTE로도 가져 갈 계획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KT가 우리의 네트워크와 운용 전략,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최근 확보한 WCDMA 추가 주파수를 활용하면 데이터 트래픽 수용량은 KT보다 최소 두 배는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KT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경쟁사 깎아내리기에 나섰다는 뜻이다. 이통사 간 신경전이 워낙 치열하다지만, 이 정도면 꽤 수위 높은 공격이다.

SK텔레콤은 KT 와이파이 확충 전략에 대해서도 평가 절하했다. 경쟁력 부족으로 들여 온 ‘보조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KT는 이동전화망 용량이 부족해 전국을 아우르는 WCDMA 대신 와이파이 등 ‘보조망’을 강조한다”며 “KT가 트래픽 처리 부문에서 어려운 입장에 섰다”고 여유를 보였다.

두 회사의 방식 중 어떤 것이 낫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서로 강점과 통신기반이 달라 나타나는 전략적 차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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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같은 설전에 대한 '이전투구' 지적은 두 회사의 공통된 고민이다. 건전한 경쟁이 아닌 유치한 감정싸움이라는 이용자 비판이 거세다.

업계 관계자는 “장외싸움은 반칙 성향이 강한 일종의 마케팅”이라며 “승부는 고객들의 선택으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