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아이폰4 국내 출시 연기로 인한 호된 진통에 빠졌다. 누리꾼들과 미디어, 경쟁사의 포화 수준이 예상보다 높다.
KT는 아이폰4 출시를 최대한 서두르면서 타격을 줄인다는 입장이지만, 출산까지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고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아이폰4 출시 연기…해명 부족 ‘지탄’
KT는 이달 중으로 예고했던 아이폰4 출시를 1~2개월 정도 연장한다고 18일 발표했다. 아이폰4를 기다린 이용자들에게 실망감을 던진 소식이다.
문제는 출시일 연기 이유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오는 30일 아이폰4를 발매하는 18개국 중 한국만 갑자기 뺀 것에 대해 KT의 해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애플은 우리 정부에 아이폰4 전파 인증 신청을 내지 않은 상황이다. 애플의 신청에 방통위가 답하지 않았다는 루머를 사실로 가정해도, 이 과정에 대한 KT의 해명 부족은 지적사항이다.
최근 KT는 아이폰4가 국내 통신 환경서 제대로 통화 품질을 보일지 여부를 애플과 함께 조사 중이다.
KT 관계자는 “아이폰4 출시를 위해 한글화 작업과 7~8천여가지 망연동 테스트가 필요하다”며 “이 기간은 보통 2개월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KT는 왜 ‘7월말 출시’를 예고해 포화 대상이 됐나. 이에 대한 논란은 ‘경쟁사의 출시 방해설’을 비롯한 근거 없는 루머만 양산했다.
■“출시일도 모른다며”…황당한 예약판매
KT 대리점들의 ‘아이폰4 예약판매’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부터 ‘7월말 아이폰4 출시. 예약판매 접수’ 광고를 단 대리점들이 전국에 넘쳐났다. 대리점 간 실적 경쟁이 낳은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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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적잖은 이용자들이 아이폰4를 이달 중 갖겠다는 생각에 예약판매에 동의했다. 아이폰4 출시가 미뤄진 현재 이용자들은 항의, KT 대리점은 당황하는 모습이다.KT는 대리점들의 예약판매를 말렸다고 강조하지만, 적극적이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결국은 아이폰4를 예약구매한 이용자들이 KT 대리점에 단체로 항의하는 사건까지 벌어졌고, KT 본사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만 내놨다.
이런 가운데 일부 KT 대리점은 여전이 ‘아이폰4 예약판매’ 광고를 진행 중이다. 아이폰4 출시 지연에 대한 KT의 수습 의지 부족이 지적당한 이유다.
■아이폰4 지각?…경쟁사 방긋
‘아이폰4 쇼크’는 KT의 하반기 스마트폰 성적표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아이폰4 출시가 두 달 연기된다면 오는 9월까지 스마트폰 에이스가 없는 KT다.
넥서스원(구글/HTC), 이자르(팬택) 등의 스마트폰을 등판시켰지만 아이폰4 대비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 전반적인 분석이다. 나름대로 튼실한 제품이지만 아이폰4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KT 관계자는 “넥서스원과 이자르의 판매 실적은 아직 밝힐 정도로 의미를 가진 상황이 아니다”라며 “아이폰4의 빠른 출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곧, 작년 말부터 아이폰(3G, 3GS)를 70만대 이상 팔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한 KT가 큰 빈틈을 보였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경쟁사들은 나름 유리한대로 시나리오를 짰다.
대표적인 것이 SK텔레콤의 갤럭시S(삼성전자) 부상론이다. 애플 매니아들의 지탄을 받지만 지난달 24일 출시 후 20일만에 개통 30만대를 돌파하는 등 무시할 상대는 아니다. SK텔레콤은 아이폰4 출시가 늦어진 기간에 최대한 지분을 확보하려 한다.
게다가 베가(팬택), 모토쿼티(모토로라) 등의 SK텔레콤 스마트폰들도 이번 기회를 제대로 써보겠다며 나선 모습이다. KT에게는 결코 적잖은 부담이다. 그만큼 두 달은 길다.
다만, 아이폰4를 기다리는 애플 매니아 진영의 힘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KT의 위안거리다. 애플은 한국서도 상당한 충성도를 인정받았다.
■방통위에 불똥, 삼성과는 냉기류
KT의 대외협력 부분에서는 방통위와의 이상기류가 관전 포인트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4 한국 출시 연기를 ‘한국 정부 절차 문제’로 삼은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방통위다.
방통위 관계자는 “애플은 우리에게 아이폰4 전파 인증을 신청한 적이 없으면서도 CEO가 ‘한국 정부 절차’를 문제 삼았다”며 “애꿎은 방통위 실무진들만 애플 팬들의 비난을 들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따라 KT와 방통위 측은 여러 가지 대화가 오갔지만 자세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도 KT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KT의 아이폰 출시 후 급격히 멀어진 두 회사다. 이석채 KT 회장이 “쇼옴니아는 삼성전자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서자)”이라는 발언을 공개 석상에서 내놓았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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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여전히 삼성전자를 VIP 파트너로 분류하지만,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를 SK텔레콤에만 몰아 준 것이 이를 방증한다. KT가 애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풀어야 할 큰 숙제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새 KT는 애플에 울고 웃는 기업이 됐다”며 “KT 내부에서도 애플 의존도를 줄여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