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는 왜 트렌드 리더가 못 될까?

일반입력 :2010/07/13 15:07    수정: 2010/07/13 17:39

기술의 진화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산업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방송분야에서도 방송통신 융합이 유행한지도 오래됐다. 하지만 케이블TV는 시장변화에 다소 뒤처지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케이블TV는 가입자수의 포화로 방송수익 정체란 고충을 겪는다. IPTV 등장 후 유료방송요금이 저가경쟁에 내몰리면서 수신료란 수익모델도 위협받았다.

새로운 무언가를 내놓아야 할 시점이고, 사업자 자체 의지도 강하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케이블TV는 왜 방송시장의 트렌드 리더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복잡한 이해관계, “치고 나가기가 어렵다”

케이블TV는 지역사업자들의 집합체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사업자별로는 규모가 크지 않다.

규모자체가 작기 때문에 방송에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고도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얽힌 복잡한 가치사슬이 걸림돌이다.

고진웅 씨앤앰 CTO(전무)는 “케이블TV SO 입장에서 전체 방송산업의 전면에 나서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정착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라며 “전체적인 규모가 크지 않고 좁은 지역권에 머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케이블TV의 기술 기반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됐다. 하지만 신규 서비스를 도입하더라도 SO 사업권 밖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고진웅 전무는 “지난해 씨앤앰은 ‘스타트 오버’라는 무료 부가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큰 호응을 얻는데는 실패했다”라며 “서비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기에 앞서 사업자마다 생각하는 바가 달랐다”고 설명했다.

‘스타트 오버’란 실시간 방송의 시작 시간을 가입자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가령 9시에 시작하는 뉴스를 보고 싶지만 퇴근시간 등의 이유로 제때 시작시간을 맞출 수 없을 때 프로그램 시작시간을 지연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스타트 오버 서비스가 상당한 인기 애플리케이션이다. 가입자가 케이블TV에 가입하는 부가상품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타 SO사업자로의 확산, PP 콘텐츠 제공범위 확대 등에서 이견을 보여 좌절되고 말았다.

고 전무는 “당시 PP들은 새로운 서비스가 자기에게 유리한가를 고민했고, SO는 무료로 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면서 “제휴사업자들의 생각이 공유되고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치고 나가는 데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장 잠재성은 높지만 협력사와 고객의 인식 변화시키는 것이 먼저”라며 “좀더 확산을 기다리고 인식이 공유됐을 때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서비스·기술의 통일성 필요, 전국사업 준비해야

사업자마다의 의견이 다른 것과 함께 기술적인 시스템에서도 통일성이 문제된다. 각 사업자별 기술시스템이 조금씩 차이가 있어 서비스 공유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고진웅 전무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하면 그동안 사용하던 모든 케이블TV 설비가 무용지물이 된다”라며 “케이블TV도 전국 커버러지 사업에 대비해 서비스가 심리스하게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군청이나 구청 등의 공공서비스를 사업자 공통으로 처리하는 것은 HFC망을 보유한 케이블TV가 가장 적합하다”라며 “통일성을 위해 케이블TV 표준UI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조율을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있을까. SO·PP 등 사업자를 조율하기 위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존재하지만 어려움이 많다. 일단 모든 사업자가 모이는 것조차 쉽지 않다.

고 전무는 “현재로선 사업자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공공서비스의 경우 정부가 확고한 의지만 보여준다면 얼마든 빨리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3D 방송의 경우도 비슷한 경우다. 현재 국내 3D 방송의 전송은 사이드 바이 사이드 방식, 즉 하나의 HD화면을 둘로 나눠 전송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향후 풀HD급 화질을 유지하여면 새로운 전송표준이 만들어져야 한다.

고 전무는 “향후 풀HD 3D로 가려면 콘텐츠 제작사, 분배망 사업자, 플랫폼, TV, 시청자 단위까지 모든 통로에 걸친 3D방송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라며 방송포맷과 전송규격을 통일해 제작부터 시청까지 일관된 규격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무리 힘들어도 시도는 계속

케이블TV가 그렇다고 해서 트렌드를 뒤쫓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협력모델을 만들고 새로운 시도를 위해 노력한다. TV 제조사와 준비중인 스마트TV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스마트TV 프로젝트는 5대 MSO와 삼성전자, LG전자, VOD업체, 방송 미들웨어 솔루션 업체들이 참여해 고성능 셋톱박스를 내장한 TV인 케이블레디TV를 만드는 사업이다.

고 전무는 “연말 시연을 목표로 시제품 개발이 진행중”이라며 “운영체제(OS)나 웹브라우저 등에서 제조사와 이견이 많았지만 제조사 자체 플랫폼을 도입하는 것으로 의견일치를 봤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케이블TV로의 전환도 중요한 기회다. 씨앤앰은 케이블TV에서 유일하게 디지털케이블TV 가입자가 40%를 넘는다.

고진웅 전무는 “디지털케이블TV 가입자 수준을 70~8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 외에도 추가 가치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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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생각하는 새로운 모델로는 UHD, 3D 방송과 초고속인터넷 고도화다. 케이블TV의 HFC망은 대역폭 여유가 많기 때문에 고화질 방송에 유리하고 초고속 인터넷도 주파수 조절과 설비업그레이드로 손쉽게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계한 서비스도 구상중이다. 고 전무는 “스마트폰을 통해 프로그램 가이드, 예약녹화 등을 이용하는 서비스가 있을 것”이라며 “할 수 있는 것은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