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를 지원하는 하드웨어 시장은 이미 거물들의 전쟁터가 됐다. 갈수록 대기업들에게 관심이 쏠리는 양상이다. 중소 기업들이 파고들 자리는 점점 좁아 보인다. 대기업보다 왠지 기술이 한수 아래일 것 같다는 선입견도 따라다닌다.
그런데, 올해 주식 시장을 달군 테마주들중에 중소기업이 하나 있어 주목된다. PC용 쿨링팬으로 알려진 잘만테크가 그 주인공.
양쪽 눈을 차례로 가리는 방식으로 입체영상을 만들어내는 셔터글라스 방식이 주류를 이루는 사이에서 잘만테크는 모니터에 필터를 부착하는 형태의 편광방식을 채택해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 LG전자가 셔터를 외칠대 잘만테크는 편광을 부르짖었다. 편광이 확률높은 승부수가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모니터와 편광은 찰떡궁합
이영필 잘만테크 대표에 따르면 편광방식 3D 모니터는 아직까지 일반 소비자들보단 콘텐츠를 만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그는 편광 방식의 장점은 오랫동안 화면을 봐도 눈의 피로가 셔터 방식에 비해 덜한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애니메이션이나 3D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편광 방식을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셔터글라스 방식를 적용한 3D 모니터 선호도가 높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편광 필름이 고가라는 점과 3D 콘텐츠 부족을 꼽았다.
그는 편광방식은 필터가 비싸 디스플레이 제작 비용이 비싸지만 안경은 거의 비용이 들지 않을 만큼 싸고, 착용감이 없을 정도로 가볍다면서 셔터 방식은 필터가 없어 모니터 생산비용이 저렴한 대신 안경이 비싸고 무거워 착용에 불편함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경이 가볍고 눈의 피로가 덜한 만큼 개인이 집중해서 보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톱PC 모니터에는 셔터글라스 방식보다는 편광필터 방식이 더 잘 맞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때문에 잘만테크는 현재 32인치 이하 PC 모니터용 3D 편광필터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은 3D 콘텐츠 부족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관련 제품 구매에 덜 적극적이지만 앞으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게임 등 즐길거리가 많아지면 3D 노트북 등이 더 많이 판매될 거란 기대에서다.
그는 얼마전 방한한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 중 3D 바람은 극장보다는 가정, TV보다는 노트북이 먼저 온다는 말에 주목했다. 그에게는 거물급 인사가 가정용 3D 시장 시대를 예고한 것은, 편광 3D 모니터의 미래 또한 밝다는 것을 보여주는 암시였다.
그는 전문가용만 해도 몇천대씩 주문을 받았는데 콘텐츠가 공급돼서 일반 시청자들이 3D 모니터를 사기시작하면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잘만테크는 3D에서 현재와 미래의 먹을거리를 찾았지만 쉬운 길은 아니었다. 2007년 야심차게 3D 모니터를 내놨지만, 업계 화면 비율 기준이 변하면서 실패의 쓴 맛을 봐야했다. 500달러로 출시했던 제품을 원가 이하인 200달러로 판매해 사실상 떨이처분 했다.
수업료를 많이 치렀습니다. 가격을 낮춘 후론 전문가들 사이에선 크게 호응을 받아 전량 판매 했지만, 손해가 난 건 어쩔 수 없었죠. 더군다나 콘텐츠가 부족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는 힘들었죠.
현재로선 잘만테크의 주력 시장은 국내보다는 해외다. 만든 물건의 80%는 해외에서 소화된다. 지난 달 일본에 100만달러 규모로 3D 노트북을 수출하는 가 하면, 이달 들어서는 대만 PC제조업체인 기가바이트에 3천대 규모로 노트북용 3D 필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몇몇 해외 업체에서는 TV용 모니터 공급을 의뢰 받기도 했다고 이 대표는 밝혔다. 쿨링팬으로 닦아놓은 해외 유통망을 모니터쪽으로도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다만 최근 3D콘텐츠제작협회가 출범되는 등 업계가 함께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서도 3D 시장이 더 빨리 활성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콘텐츠 공급이 가속화 되면 국내 3D 모니터 시장도 더 크게 열릴 것이란 확신이다.
이를 감안해 잘만테크는 앞으로 3D 필터 생산라인을 증축해 대형 편광 필터도 생산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향후 5세대나 5.5세대 설비투자를 통해 32인치 이상 편광 필터도 만들 생각이라며 이 외도 휴대용 제품에 적합한 소형 편광 필터도 제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영필 대표는 잘나가는 변리사이기도 하다. 지금도 오전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변리사 사무실로 출근했다가 오후에 잘만테크로 출근한다. 오랫동안 특허를 보아온 안목으로 후배 벤처 기업인에 도움을 주는 것을 자신의 향후 역할이라고 정의한다.
“변리업을 하면서 직접 제조해서 판매하는게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지식기반 경영구조를 직접 구축했다는 의미가 있죠.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변리사 사무실로 찾아오는 예비 사업가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실제로 찾아오는 사람 중 쓸만한 아이디어에는 특허비용을 깎아주기도 합니다. 경제성 없는 출원은 말리기도 하죠.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변리사 사무실 내에 중소기업을 위해 전담팀을 20~30명 규모로 따로 꾸리기도 했어요. 중소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죠.
쿨링팬으로 회사를 키워 왔고, 지금은 3D에서 기회를 본다면, 앞으로는 와이파이망 등 통신시설에서 미래를 찾겠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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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사업확장이 아닐까?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나름 명분을 내걸었다.
독자 기술을 가진 강소기업은 끊임없이 신수종사업을 개발해야 합니다. 대기업과 경쟁이라기 보다 틈새시장을 노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업을 시작하는 게 우리의 임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