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적은 생존과 성장이라고 한다. 유기체인 기업은 생명을 유지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3가지 레벨의 의사결정활동을 한다. 일상적인 업무절차에 관련된 운영적(Operational) 의사결정, 기업의 단기적 주요활동에 관련된 관리적(Managerial)의사결정,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전략적(Strategic)의사결정이 그것이다. 회사가 성숙해 나감에 따라 CxO레벨은 직원들과 관리자에게 운영 및 관리적 의사결정의 권한 위임을 통하여, 전략적 의사결정에 더욱 에너지를 집중해 나가야 한다.
운영적 의사결정은 잘 검증된 프로세스로서, 관리적 의사결정은 노련한 관리자를 양성하여 커버가 가능하겠지만, 전략적 의사결정은 불확실성이 높은 이유로 많은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기 마련이다. 전략적 의사결정은 결국 불확실성하의 의사결정이고, 불확실성을 분석하여 의사결정을 돕는 여러 가지 툴들이 제안되고 있다. 체크리스트, 그룹의사결정방법론, 시나리오 접근, 의사결정나무 등등. 스탭들은 이러한 툴을 이용한 사업기획서를 의사결정권자에게 리포팅하기 마련이지만, 정작 오너들은 직관에 의존하여 의사결정을 한다고 한다.
운영적 의사결정은 프로세스를 잘 정의하고, 직원들을 철저히 학습시켜 직원들에게 대부분 일임하는 것이 좋다. 특히 소기업의 경우 직원들은 “면피”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사장에게 의사결정을 미루려고 하기 마련인데, 비록 사장이 많은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사안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의사결정에 개입하다 보면 직원도 발전이 없을뿐더러, 자신도 전략적 의사결정에 써야 하는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운영적 의사결정은 예외관리(Management by Exception)로 통제한다. 너무나 많은 사안이 발생하므로, 관리자가 모든 사안에 일일이 개입하는 것은 비용대비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사안이 일상적이지 않고, 특이한 변화를 보이는 경우만을 예의 주시하여, 발생원인을 분석하여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거나 직원을 훈육하거나 지표를 조정할 수 있다.
관리적 의사결정의 경우는 부서별 인력, 자금, 시간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의 결정과 기회비용에 관련된 사안이 될 것이다. 필자는 부서장이 해당 사업에 대하여 다음의 3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사업을 승인하였다. 1) 투자 대비 효익이 있는가? 2) 단기적 수익이 없더라도, 2~3년의 라이프사이클 차원에서 수익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가? 3) 수익도 나지 않을 가능성이 많지만, 실패하더라도 회사의 자산으로 남을 학습이 가능한가? 물론 세번째는 회사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재무적 역량이 있어야 할 것이다.
관리적 의사결정은 목표관리(Management by Objectives)로 통제한다. 한 회기 년도에 해당 부서장에게 정량적 목표를 부여하고, 목표 대비 실적의 틈새분석(Gap Analysis)을 통해 년말의 목표 달성가능성을 가늠하여, 적절한 시점에 효과적 의사결정을 놓치지 않도록 코치하여야 한다.
전략적 의사결정은 회사의 명운을 달리할 의사결정이다. 사장이 책임을 지고 추진하는 일로서, 단기적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미래에 투자하는 일이 될 것이다. 가장 높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내포한 이유로 전문경영인들의 경우도 이사회와 주주에게 의사결정의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전문업체를 이용하기도 하고, 잘되면 영웅 안되면 회사를 망친 이유로 불명예 예편을 하기도 한다. 문제는 예상되는 리스크를 충분히 감안하고 계획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리스크를 예상하고, 대비하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면 재무적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전략적 의사결정은 원칙관리(Management by Principle)로 통제한다. 회사의 사업 포트포리오를 재구성하고, 전 직원의 미래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략적 투자와 같은 의사결정은 단순하고도 선험적인 원칙(존재 가치, 사회적 사명, 창업자의 경영철학)과 일치되어야 전사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화가가 성화를 그리기 위해 성인(예수)의 완벽한 모델을 찾아내어 그림을 그린 후에, 악마(가롯 유다)의 완벽한 모델을 찾아 헤매다 발견한 사람이 같은 사람이었다는 스토리가 기억 난다. 꾸민 이야기인지 실화에 근거하였는지 알 수가 없다. 세상에는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다른 시각을 가진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필자에게 특히 기억되는 몇가지 스토리를 들어보자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다. 아니다! 감기는 쉬면 낫는 병이다.
강아지는 불결하고 아이들에게 해롭다. 아니다! 애완견은 아동의 저항력을 향상시킨다.
자동화는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아니다! 지나친 자동화는 변화에 대응을 어렵게 한다.
리더는 성공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아니다!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실패를 부른다.
목표관리는 기업활동의 핵심이다. 아니다! 일방적 목표설정은 조직의 창조력을 억제한다.
이런 식으로 들어왔던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면 몇 페이지를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전략적의사결정의 시점에 맞닥뜨리는 스텝들의 의견이 이와 같다. 명심할 일은 스텝간의 이와 같은 이견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조직이 건강하다는 표징이라는 것이다. 만약에 귀하의 조직에서 이와 같은 이견이 없이, 사장의 눈치를 보거나 심중을 헤아려, 조직내의 건설적 이견을 통제하고 “예스맨”일색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면 심각한 일이다.
로마 가톨릭에 악마의 변론자(Devil’s advocate, 라틴어로는 Advocatus Diaboli)이라는 직책이 있다. 이는 1587년 교황 Sixtus 5세에 의하여 처음 도입되었다고 하는데, 가톨릭의 시성, 시복 재판에서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심사대상이 성인 혹은 복자의 반열에 들지 않도록 최대한 반론의 증거로 악역을 담당하는 측을 일컫는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자격이 있는 대상자를 선별하는 일에 기여하니, 천사의 변론자(Angel’s advocate) 이기도 하다. 아마도 심사대상을 모두 좋게만 보는 착한 심사위원들에게 혜안을 주기 위하여 고안된 묘책일 것이다.
전쟁에 나가 패전한 장수는 용서해도, 방책과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목을 배었다는 삼국지의 이야기가 있다. 전략적의사결정에서 방책과 경계에 해당되는 대표적 방안이 권한의 분권을 이용한 “반대자의 활용”이다. 이러한 역할을 할 인물이 없다면, 미팅 이전에 부서장중 1명을 선정하여, Devil’s advocate의 역할을 하도록 정할 수도 있고, 외부 멘토를 내정할 수도 있으며, CFO에게 그러한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필자의 경우는 CFO에게 지속적으로 사장인 필자를 “견제”하는 역할을 주문하였고, 그의 전문가적 의견에 경의를 표하는 모습을 부서장들에게 보이려 노력 했다. 이러한 모습이 부서장들의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자극했다고 믿고 있다.
잘 알고 지내는 IT업계의 선배 경영인의 철학이 “요행도, 천재도 없다”라는 것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 아마도 “경영실적이 요행으로 이루어 지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아이디어도 실행이 없다면 공염불”이라는 생각을 표출하신 것 같다. 나도 그분처럼 후학들에게 전략적 의사결정에 관련된 좋은 화두를 던지고 싶다. “획일보다 다양성을, 속도보다는 방향을”
[필자소개]
정보관리기술사, 미국공인회계사, 현재 국내 1호 대학 자회사인 “㈜트란소노”의 대표이사로서 IBM, 안철수연구소 상무, 안랩코코넛 대표이사 등 다년간 IT 산업에 종사하여 왔다. 블로그도 운영중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