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북스토어를 통해 1인 출판을 지원하기로 했다.
앱스토어를 통해 개인 개발자들로 하여금 ‘대박’을 꿈꾸게 했다면 아이북스토어에서는 개인들에게 출판의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출판 시장의 판세 변화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은 아이북스스토어를 앱스토어와 비슷한 방향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세금등록번호와 애플 계정을 가진 사람이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을 획득한 후 전자책 포맷인 '이펍(EPUB)' 형식에 맞춘 콘텐츠를 아이북스토어를 통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작가가 전자책 콘텐츠를 아이북스토어에 올리면 애플 측에서 성인물 등 유해 콘텐츠 여부를 확인한 후 판매 승인을 내린다는 설명이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미국 애플 본사로부터 (1인 출판 지원에 관해) 정식으로 공지 받은 적은 없다”면서 “다만 아이북스토어가 앱스토어와 같은 개념인 것을 고려한다면 허가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콘텐츠를 올리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관계자들은 향후 전자책 시장에서 1인 출판이 메가트렌드로 등장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1인 전자책 출판 시대로의 진입에 걸림돌이 적지 않다.
특히 미국과는 달리 국내서는 'ISBN' 신청을 개인이 못하게 돼 있다는 점이 장애물로 꼽힌다. ISBN이란 전세계에서 간행되는 각종 도서에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제도다. 일종의 '도서 주민등록번호'라 생각하면 쉽다.
한국문헌정보센터측은 "종이책을 비롯해 전자출판물 역시 ISBN 대상에 들어가 있다"면서 "이에 따라 등록된 출판사나 단체에서만 번호 획득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이 판매를 목적으로 도서를 출판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는 설명이다.
'1인 출판사'가 생기는 배경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개인이 기존 출판사나 출판대행업체를 이용하지 않으려면 구청에서 '출판사 설립' 신청을 해 스스로 직접 출판업체 대표가 돼야 한다.
마포구청 문화체육과에 따르면 개인이 출판사를 등록할 때는 대표자 신분증과 함께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가 필요하다. 아파트 등 거주지를 사무실로 활용할 경우 해당 주소로 전입신고가 돼 있어야 하며, 사무실일 경우 건축물 용도가 근린생활시설이어야 한다.
종이도서를 포괄하는 ISBN외에 전자책 콘텐츠만으로 도서 인증을 받으려면 전자출판협회에서 발행하는 ECN 코드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개인은 신청이 불가능하다.
전자출판협회 관계자는 "ECN코드는 신고된 출판사만 받을 수 있다"면서 "우선 법 조항에 명시가 돼 있는 부분이 그렇기 때문에 개인은 코드를 받을 수 없는 것"이라 말했다.
이는 '세금' 정책과도 관련된다. ISBN이나 ECN은 판매되는 출판물을 인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코드를 받아야만 부가세 면세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투 정석원 부장은 "1인 출판이라는 것이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처럼 글만 이펍 형태로 만들어 판다는 개념은 아니고 ISBN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일반인이 그 번호를 따기는 쉽지 않다"면서 "내가 혼자 책을 써서 팔기 위해선 출판 사업등록 해야 하기 때문에 1인 출판사가 생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터파크 오종혁 과장은 "미국같은 경우 다소 비용이 들긴 해도 개인이 ISBN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아마존 등 주요 출판사들은 ISBN을 취득한 도서만 유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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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출판을 위해선 다른 문제도 지적됐다. '기획'과 '검토'를 거듭해서 출판하는 기존 도서와 달리 개인출판물은 가치 검증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ISBN 획득이 아니더라도 개인이 직접 출간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나 서비스 확충, 독자들의 인식 개선도 함께 이뤄저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종혁 과장은 "다만 미국에서도 개인이 자유롭게 출판하고 구입하는 문화는 아직 활성화 되지 않았다"면서 "개인 출판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많은 작가가 등록하고 독자들이 책을 검증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