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직원 왜11명이나 투신했나?"···글로벌IT업체들 조사 가세

일반입력 :2010/05/27 16:16    수정: 2010/05/27 18:23

이재구 기자

애플, 델, HP 등 미국의 주요 IT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자사의 제품을 위탁생산해 주는 세계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인 폭스콘사의 직원들이 올들어 11명이나 건물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해 이 중 9명이 사망하는 사태를 빚었기 때문이다.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이라는 일각의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수수방관하다간 자칫 사태의 불똥이 이들 회사에 튈 수도 있는 형국이다.

27일월스트리트저널, 씨넷 등 외신은 애플,HP,델 3사는 혼하이그룹산하 폭스콘사 선전공장에 대한 공동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25일 직원의 투신은 이 회사의 10번째 자살로 기록되면서 테리 고우 혼하이 정밀 최고경영책임자(CEO)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고 중국관영신화통신은 보도했다.

대만 혼하이정밀그룹 산하의 폭스콘은 세계적 인기제품인 아이폰,아이팟을 비롯, HP와 델사의 컴퓨터를 생산하고 있는 세계최대의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다. 선전 폭스콘 공장에는 모두 45만명이 일하고 있는 가운데 올들어 1월부터 지난 25일까지 11명이 투신자살을 시도해 이중 9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태를 겪고 있다.

■애플 델 HP, 자살사태에 예민한 반응 애플은 “우리는 최근 폭스콘 직원의 잇단 자살사태에 대해 슬픔과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며 “애플은 제품공급망이 안전한지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근로자들의 노동과정에서 존엄성이 확보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우리는 폭스콘 고위경영층과 직접 접촉하고 있으며 고위경영진들이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폭스콘은 애플의 아이폰,아이팟,맥북을 만들어 주는 회사다.

폭스콘으로부터 노트북 제품을 주문한 델도 사태의 진상 조사에 나섰다.

델은 “우리는 우리의 공급자가 우리자체의 공장과 똑같은 높은 수준의 기준에서 직원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이 규정을 공급자와 공동으로 시행하는 전자산업작업지침,사업검토 및 자체 감사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적용해 왔다”고 밝혔다.

HP또한 “이번에 드러난 비극적 사태와 관련된 폭스콘의 관행에 대한 조사에 나서겠다”며 공동보조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청업체 열악한 노동실태 가능성 우려

대만계 폭스콘에 제품하청을 준 이들 미국계 글로벌기업 3사가 이처럼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칫 열악한 근로상황에 기인한 직원의 자살 가능성 때문이다. 만에 하나 그렇다면 책임소재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조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이처럼 대규모 투신자살 사태가 발생한 것과 관련, 무엇보다도 낮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을 충분히 가정해 볼 수 있다.

이같은 가정이 만일 사실로 드러날 경우 주문한 회사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피해가기 힘들다.

이와관련, 델은 델의 공급체계와 관련된 어떠한 열악한 근로환경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살사태에 대한 언론의 접근은 폭스콘 모기업 혼하이측 에 의해 철저히 차단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 조사 가세 움직임

이번 미국 3사의 공동조사 계획에 이어 혼하이에 하청을 주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조사계획도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최대의 휴대폰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 일본의 닌텐도, 미국의 모토로라가 이번 3사의 공동조사에 이은 후속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따르면 노키아는 이날 우리는 이미 폭스콘과 밝혀진 사실과 발표된 사실을 확실하게 알기 위해 접촉했다고 밝혔으며 모토로라와 닌텐도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보도는 이같은 조사가 불가능하지 않으며, 혼하이를 그들의 하청업체에서 제외할 수도 있지만 이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 혼하이는 원청업체들의 비밀 출시시점을 보장하는데다 생산프로세스비밀도 지켜왔다고 설명했다.

■중국정부도 사태 예의 주시

높아져 가는 관심속에 중국정부관리들은 혼하이공장의 자살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당국은 이 회사의 과실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노동운동가들은 이들의 투신자살은 혼하이가 직원들을 다루는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근로자들은 한달에 법정 최저임금인 기본급 900위안(한화 16만원)을 받으며 일하지만 대부분 정규근로시간근무의 1.5배에 달하는 급료를 받기 위해 초과근무를 한다.

혼하이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근로자들에게 법정 초과 근무시간을 넘겨 일하도록 강요하거나 허용하고 있으며 말한다. 또 군대와 같은 엄격하고 반복적인 작업이 근로자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운동가들은 그럼에도 혼하이의 상황은 많은 중국의 공장에 비해 나으며 최근 수년간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혼하이는 법에 의거한 보상과 대우를 해주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뉴욕의 중국노동감시기구인 차이나레이버와치의 리 쾅전무는 “문제는 공장이 너무 큰 것”이라며 “어린 근로자들이 그들을 돌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혼하이의 대응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10건의 투신자살은 중국의 연간 자살률이 10만명 당 14명인 것을 감안할 때 예외적으로 높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 보도는 테리 고우 혼하이최고경영책임자(CEO)(59)가 26일 언론을 대상으로 한 선전 롱후아공장 미디어투어에 함께 했으며 자사가 노동착취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테리 고우CEO는 기자들에게 지난 2개월간 이사고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두려워서) 늦은 밤과 이른 아침에는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투신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 기숙사 주변에 그물을 설치할 계획도 발표했다. 문제의 혼하이 롱후아 공장은 수십개의 공장건물과 기숙사동으로 이뤄져있다. 혼하이는 최근 자살방지 핫라인을 개설하는가 하면 스님을 초청해 공장을 위해 기도회를 갖기도 했다.

테리 고우CEO는 이번 사고는 유감이지만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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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혼하이정밀그룹은 중국에 많은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 82만명의 중국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사한 직원자살 사례로 프랑스텔레콤이 있는데, 이 회사는 지난 2008년,2009년 2년간 전체 18만명의 직원 가운데 3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또 올들어서도 13명이 자살하는 사태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