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콘텐츠 大戰②] 케이블TV, 미디어빅뱅 속 활로는

일반입력 :2010/05/25 11:23

김태진, 김우용 기자

SBS의 월드컵 단독중계로 지상파방송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케이블TV의 대응이 주목된다.

월드컵 중계 논란이 케이블TV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3사와 케이블TV 간 재송신 소송이 진행 중이고, SBS 자체적으로도 케이블TV에 대한 재송신대가 지불 압박도 강화됐다.

한편으로는 케이블TV의 지역사업자를 넘어선 대형화 추세도 진행 중이다. 유선방송사업자(SO)와 방송채널사업자(PP)의 몸집불리기 작업이 한창이다. 공세를 강화하는 지상파와 규모를 키운 케이블TV 사이의 치열한 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지상파, 재송신으로 케이블TV를 압박하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업계는 재송신 관련 민·형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케이블TV의 무료 지상파 재송신에 제동을 건 것이다.

지난해 말 CJ헬로비전과 지상파방송 간의 재송신 가처분판결에서 법원은 지상파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었다. 케이블TV의 지상파방송 재송신은 의무전송이 아니기 때문에 콘텐츠 유통이란 것이다.

지상파의 승리로 소송결과가 나오면 SO업계는 매달 47억6천만원을 지상파에 지불해야 한다. PP로서도 SO로부터 받게 되는 채널전송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소송결과를 주시한다.

하지만 지난 3월 양측의 갈등에 미묘한 파장이 생겼다. KBS·MBC가 방송통신위원회에 SBS가 방송법상 보편적 접근권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시정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당시 방통위는 SBS의 시청권 확보범위가 90%를 넘었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지상파 직접수신과 유료방송이 포함됐다.

유료방송을 제외하면 86%대에 그쳐 방송법 위반이었다. 유료와 무료를 구분하지 않는 방통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지상파방송이 케이블TV에 제기한 재송신대가 요구는 다소 힘을 잃었다.

SBS가 케이블TV로부터 대가를 지불받게 되면 무료로 제공하는 지상파방송으로서의 지위를 잃는 셈이기 때문이다.

■몸집 키운 케이블TV, 지상파 경쟁자 될 까

유료방송시장은 점차 대형 사업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SO가 MSO로 변하고, PP도 대기업 위주의 MPP로 변모해왔다. CJ, 현대, 태광 등 대기업이 시장의 플레이어다.

여기에 MSO와 MPP가 결합한 MSP로의 진화도 나타난다. 플랫폼과 콘텐츠가 결합하는 형태로 지상파방송과 유사한 형태다.

CJ오쇼핑은 온미디어를 인수했다. CJ계열 PP와 온미디어의 PP 매출액을 합산할 경우 시장점유율은 30%에 육박한다. 케이블TV시장만 고려하면 지상파3사를 압도한다.

종합편성채널도 변수다. 대기업 컨소시엄인 종편채널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콘텐츠에 대한 대규모 물량공세가 예상된다. 종편채널이 스포츠 중계권 확보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CJ계열사인 엑스포츠가 미국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따냈던 전례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몸집 키우기로는 지상파에 대항할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 지상파나 해외에서 콘텐츠를 가져다 송출만 하는 파이프라인으로만 남는다면 덩치만 커질 뿐 지상파에 계속 끌려 다닐 것이란 지적이다.

케이블TV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년 내 대형사업자 위주로 케이블TV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대형사업자로서 진정한 힘을 발휘하려면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