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스포츠 승부조작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

일반입력 :2010/05/19 13:07    수정: 2010/05/19 14:10

휴일인 지난 16일.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인터넷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KBS 등 지상파 3사도 이번 승부조작 사건을 대서특필하면서 우리나라 e스포츠 산업의 명예는 나락 끝으로 떨어졌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유명 전현직 프로선수인 마모씨와 원모씨를 포함해 11명의 e스포츠 관계자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11차례에 걸쳐 총 200~650만원을 주고 고의로 패하게 한 뒤 베팅하는 수법으로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의 발표 이후 e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일부 팬은 앞으로 무엇을 믿고 경기를 봐야하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일부 선수가 순수한 e스포츠 경기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으니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e스포츠 산업 전반의 문제로 확대 해석되고 있어 우려된다.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봐야지만 이를 e스포츠 산업의 특수 환경 때문이라는 시각은 더욱 부적절해 보인다.

업계 일각은 이번 사건이 e스포츠 소속 구단 선수간의 빈부격차를 원인으로 꼽으면서 일부 선수가 돈의 유혹에 빠졌다고 내다봤지만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해석이다.

만약 이런 해석이라면 돈을 상대적으로 벌지 못하는 선수 모두가 승부조작에 가담해야 했다. 그들도 생활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봐도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일부 도덕성이 결여된 선수가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해석이 오히려 적절해 보인다.

실제 유명 프로게임선수인 마모씨 등은 이미 부와 명예를 한손에 거머줬다고 알려진 만큼 빈부격차 때문에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는 해석은 설득력이 없다.

협회도 선수 개인의 문제에서 산업 전반의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보고 접근해야 하지만 이제 자리 잡기 시작한 e스포츠 산업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은 지양해야한다는 분위기다.

협회는 사건을 인지한 이후 검찰에 수사 의뢰를 요청하는 등 누구보다 사건 해결을 위해 앞장섰다. 이는 그동안 소문으로 돌았던 승부조작의 의혹을 해소하고 e스포츠 산업의 명예를 찾기 위한 결정이었다. 썩은 살을 잘라내고 새로운 살을 자라게 하기 위한 단호한 선택이라는 표현도 부족함이 없다.

물론 협회나 구단, 리그방송사 등이 e스포츠 산업을 완벽하게 이끌었다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협회와 구단 등은 책임을 분명히 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협회가 검찰의 사건 발표 직후 자체적으로 일벌백계하고 재발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이에 대한 연장선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보도 자료를 통해 "연루된 선수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하고 베팅 사이트 및 브로커 등 불법적 외부요인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감시와 적발을 통한 수사의뢰 등 강력한 조치로 근절과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몇 개의 썩은 사과 때문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를 e스포츠 종주국으로 키운 산업종사자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유명 게임해설자인 김태형 씨가 분노를 감추지 못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김 씨는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너희들이 무슨 자격으로 선배들이눈물, 열정과 노력으로 일궈낸 이스포츠(e스포츠)를 망치려드느냐"며 일갈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협회와 구단, 그리고 선량한 게임선수와 이를 사랑하는 팬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중 e스포츠 종사자는 이번 사건을 부끄러워 하면서도 일말의 의혹도 없이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사건이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의 바람이 이루어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동안 e스포츠에 성원을 보내준 팬의 애정어린 관심이 절실한 것은 분명하다.

e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해 힘을 실어준 대기업도 이번 사건을 확대 해석하지 말고 협회와 공동으로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성숙된 모습도 기대해 본다. 무릇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고 했던가 이번 사건을 e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한 하나의 성장통으로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도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