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황당한 요금 못낸다"···美이통사 4년만에 백기

일반입력 :2010/05/18 14:33    수정: 2010/05/18 17:21

이재구 기자

최근 미국 소비자들 사이의 최대 화제는 단연 매사추세츠에서 버라이즌와이어리스와 고객 간에 일어난 전화요금분쟁 사태의 종결 스토리일 것이다. 미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와이어리스사가 '상식을 넘어선 통화료를 낼 수 없다'고 버티던 고객에게 4년 만에 백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년 전 과다한 해외통신요금고지서를 받아든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준 일이 있지만 이 심지굳은 미국 젊은이의 아버지는 결국 이통사의 항복을 받아냈다.

이 아버지는 이런 엄청난 휴대폰사용료에 대해서는 고객에게 공지해 주었어야 했다며 납부를 거부했다.

씨넷은 17일(현지시간) 이른바 ‘전화요금청구서 쇼크(Bill Shock)'로 불리는 '황당하게 많이 부과된 전화요금영수증'사건이 이통사의 포기로 종결됐으며, 이 사건이 결국 미연방통신위원회( FCC)을 움직여 6월26일까지 여론수렴을 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버라이즌와이어리스사의 이 고객은 지난 2006년 불과 한달 새 수천만원이나 되는 전화요금을 내라는 고지서를 발부받자 엄청난 요금이 부과되고 있는데도 공지를 안해줬다는 이유로 요금납부를 거부했다.

그리고 지난 주, 버라이즌이 성명서를 통해 변제받을 수 없어 포기했다고 선언하면서 지리하게 끌어오던 전화요금 분쟁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저메인씨가 4년간 견뎌낸 투쟁의 여파는 컸다. FCC는 결국 가입자를 쇼크상태로 몰아넣게 만들 수 있는 이른바 '빌쇼크(Bill Shock)'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청난 사용료증가가 발생할 경우 고지의무화를 하는데 대한 여론수렴에 나섰다. FCC는 6월26일까지 취합된 이 여론조사결과를 반영해 이를 정책에 반영키로 했다.

EU의 경우 이미 지난해 6월부터 이런 정책을 이통사들에게 시행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저메인씨 가족이 경험한 빌쇼크(Bill Shock)'

사건은 4년 전 부시행정부시절 거슬러 올라간다.

매사추세츠에 살고 있는 밥 세인트 저메인씨 가족은 어느 날 버라이즌사로부터 날아든 전화료청구서를 보고 기절초풍했다.

전화료가 무려 1만8천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2천70만원이나 청구됐기 때문이다.

저메인씨의 아들인 브라이언㉒이 휴대폰으로 인터넷접속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해 휴대폰에 랩톱을 연결해 다운로드했다.

씨넷은 보스톤글로브지를 인용, 이 시간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다운로드 비용은 1만2천달러(1천380만원)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게다가 추가고지서는 6천달러(690만원)에 이르렀다. 고지서를 받아든 저메인씨 부인이 심장이 멎을 만큼 놀란 것은 당연한 일.

브라이언은 자신의 가족이 무료다운로드 대상이란 게 생각나 버라이즌휴대폰을 랩톱에 연결해 다운로드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저메인씨의 가족은 전화요금청구서를 받고나서야 2년으로 약정했던 버라이즌의 무료다운로드 판촉기간이 지난 것을 알게 됐고 그동안의 즐거움은 분노로 바뀌었다.

판촉기간이 지났으므로 버라이즌씨에게는 당연히 킬로바이트(KB)당 부과되는 엄청난 요금이 나왔다.

하지만 저메인씨는 고객계정에 이런 엄청난 비용이 부과되고 있는데도 아무런 경고가 없었다는 게 놀랍다며 이후 이 요금청구서의 합법성에 대해 버라이즌과 분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필립 상토로 버라이즌대변인은 “우리는 고객에게 교육해서 의도하지 않은 전화요금청구서를 받게 않도록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저메인씨는 그동안 연방거래위(FTC)의 접촉은 없었지만 2명의 상원의원, 그리고 검찰청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 말했다.

■빌쇼크에는 통사의 ‘모호한’메시지도 한몫버라이즌사는 처음에는 요금을 반으로 깎아 주겠다고 했지만 저메인씨 가족은 끝까지 버텼다.

씨넷은 스톤글로브지를 인용, 버라이즌이 “지난 2006년 실질적인 요금청구조정을 해 주었음에도 우리는 지난 주 나머지 변제를 받을 수 없어 이를 포기했다. 그리고 이 건을 매듭지을 것을 검토중”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고 전했다.

버라이즌의 성명서는 “이 성격의 요금청구서는 고객이 서비스판매시점에 명확한 가격사용 계획을 밝히도록 하고 확인까지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객이 언제든지 무료로 통신서비스 사용료 계획을 바꿀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고객이 사용하는 인터넷,휴대폰,텍스트,이메일 기기에서의 고지를 통해 음성과 데이터로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드문 경우”라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성명서는 또 “우리의 휴대폰광대역 데이터고객들에게 그들의 데이터서비스계획이 50%,0%,75%,90%,100% 초과할 때마다 이메일과 텍스트메시지로 경고해준다”고 밝혔다.

씨넷은 불행히도 이러한 정책이 페이스북의 개인정보보호정책과 유사한 부분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도는 고객들은 ‘고객님은 정상적 사용범위를 넘어선 것 같습니다라는 단순한 메시지를 받게 되면 '무료다운로드를 더 이상 받지 못하나보다'정도로만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것이 지난 2006년 이 사태를 가져온 고객에 대한 속임수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씨넷은 이동통신사가 미연방통신위원회(FCC)의 보다 엄격한 규제를 받기전에 고객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 문구를 지금처럼 까다로운 문장보다는 더욱 명확한 구어체로 처리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U는 이미 사용료가 과다하게 오르면 고지

저메인씨의 사건과 관련, 미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11일 빌쇼크 관련법안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FCC는 전화가입자들의 말문을 닫게하고 패닉상태로 빠뜨리는 이같은 전화료청구사건을 ‘빌쇼크(Bill shock)’로 불렀다.

FCC는 이날부터 6월26일까지 45일간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 고객들에 대한 요금부과된내용을 더 자세하게 알리도록 하는 보다 엄격한 규제를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FCC의 소비자및 정부업무국 책임자인 조엘 구린은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수백건에 달하는 고객들의 빌쇼크에 대한 사례를 갖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피할 수 있는 문제이며 빌쇼크를 피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좋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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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6월 유럽연합(EU)은 휴대폰사용자들이 비싼 데이터로밍을 사용하거나 월간서비스한도액의 80%를 넘길 경우 이통사들은 고객에게 이같은 사실을 메시지로 전달하도록 했다.

일부 미국 이통사들도 이미 이같은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FCC는 모든 미국 이통사에 이같은 서비스를 도입토록 요구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45일 간의 여론 수렴기간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