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게임이 변하고 있다. 특유의 스케일과 탄탄한 완성도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멀티플레이 요소를 크게 강화해 온라인게임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로스트플래닛2(이하 로플2)’, ‘메탈기어솔리드 피스워커’ 등 다수의 신작 콘솔게임이 멀티플레이 요소를 크게 강화해 온라인게임에 익숙한 국내 이용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어 주목된다.
수년간 우리나라는 PC게임을 기반으로 온라인게임으로 세계 게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를 지켜 본 미국, 일본 등 전통적인 게임 강국들이 점차 온라인게임의 재미 요소를 그대로 흡수하면서 온라인게임 못지않은 멀티플레이를 제공하는 추세다.
그런 의미에서 17일 X박스360 및 플레이스테이션3 게임 타이틀 ‘로플2’의 출시는 매우 상징적이다. ‘로플2’는 콘솔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주인공이 없다. 이는 기승전결을 바탕으로 짜여진 스토리와 이를 이끌어나가는 캐릭터가 크게 강조되는 콘솔게임의 특성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전작이 인기배우 이병헌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주인공이 없다는 점은 오히려 온라인게임에 보다 가까운 게임요소다. 보통 온라인게임은 다수의 이용자가 게임을 이끌어나가기에 정해진 주인공을 설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로플2’는 메인 시나리오 모드가 오히려 부가 모드처럼 보일 정도로 온라인 대전에 치중한 모습이다. 주요 시나리오가 진행되는 캠페인 모드에서 챕터별로 각기 다른 주인공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까닭이다. 이는 캠페인 모드 조차 다른 이용자와 함께 게임을 즐기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으로 보인다.
반면 온라인 대전 모드는 흡사 국내 FPS 장르 온라인게임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왔다. 개인전과 단체전이 존재하며 킬 수, 포인트, 전력 게이지 등 다양한 승리목표를 제시한다.
게임을 들여다보면 폭파미션에 해당하는 ‘포스트전’과 수송미션에 해당하는 ‘에그전’은 물론 술래잡기 방식으로 진행되는 ‘여우사냥’ 등 온라인 FPS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대전 방식을 지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개의 세력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세력전 역시 온라인게임의 RvR(집단간 전투)을 연상시킨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역시 온라인게임이 가진 고유의 요소다. 다수의 이용자가 각자 취향에 따른 나만의 개성적인 캐릭터를 창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고유의 캐릭터 성을 중요시 하는 콘솔게임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요소다.
그러나 ‘로플2’를 비롯해 최근 출시된 각종 콘솔게임들 도입했다. 비단 FPS 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롤플레잉 장르인 ‘백기사 이야기’는 최초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주인공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대전 액션 게임인 ‘슈퍼스트리트파이터4’나 ‘철권6’ 역시 강력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앞세워 온라인을 통한 대전 시스템을 구축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하나의 사회현상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PSP용 게임인 ‘몬스터헌터’의 기록적인 흥행 역시 언제어디서나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즐기는 온라인 모드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 출시된 ‘메탈기어솔리드 피스워커’가 몬스터헌터 개발팀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시리즈 고유의 특징이 영화와 같은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와 ‘스네이크’라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캐릭터 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콘솔게임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게임이 전작에 비해 해외 웹진 평점에서 기대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신이 여전히 세계 게임시장에서는 어색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미 전 세계 콘솔 게임의 트렌드가 한국 온라인게임의 재미요소를 벤치마킹한 온라인 모드로 중심축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전통적인 콘솔 게임 개발사들이 온라인에 대한 노하우까지 확보할 경우 특유의 탄탄한 개발력을 바탕으로 PC 온라인게임 시장까지 넘볼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바로 PC온라인게임 일변도인 우리나라 게임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