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무협 게임 2.0 시대 개막…스타2 시스템 접목

[주말 신작 엿보기] - ② 일검향

일반입력 :2010/05/14 14:43    수정: 2010/05/14 15:12

봉성창 기자

평소 무협지를 어느 정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 한 가지.

“주인공은 사악한 무리 혹은 부모의 원수들의 계략에 빠져 깊은 동굴이나 산에 갇힌다. 그러나 그곳은 오래전 절정고수의 은신처였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기연을 만나 남들은 수십년 혹은 수백 년을 수련해야 얻는다는 내공과 함께 전설 속에만 전해오는 무공비급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빠져나와 복수와 함께 강호를 통일한다. 물론 이 가운데 우연찮게(?) 만나게 되는 절세미녀들은 백이면 백, 항상 주인공과 사랑에 빠진다.”

이렇듯 뻔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무협지는 쉽게 질리지 않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마치 로또와 같은 인생역전과 헐리우드 뺨치는 압도적인 영웅담이 독자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매력 덕분에 무협을 소재로 한 온라인게임도 상당수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십이지천’을 비롯해 ‘구룡쟁패’, ‘영웅온라인’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무협 본토 중국에서 주목할만한 무협 소재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지원인터렉티브가 지난 11일 공개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일검향’이 그 주인공이다.

무협 특유의 매력을 가장 잘 게임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검향’은 신생 게임사의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무협 마니아들 사이에서 적잖은 입소문이 나고 있다. 과연 ‘일검향’만의 차별화 요소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당신의 필살기는 무엇입니까?

많은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내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 한다. 다른 이용자와는 차별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에서 아무런 기능도 없는 외모 치장 아이템이 잘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존 온라인게임에서는 이용자 대부분이 비슷한 기술과 전투방식으로 싸워야 했다. 같은 직업을 가진 캐릭터라면 스킬트리를 어떻게 타는가에 따라 조금씩 갈리는 정도였다.

그러나 ‘일검향’은 동일 직업이라 하더라도 백이면 백 모두 다른 기술을 사용한다. 바로 ‘독문무공 시스템’ 때문이다. 이는 기존 게임에 빗대 설명하면 게임 내에서 캐릭터가 사용하는 스킬을 자신이 직접 만드는 기능 쯤으로 이해하면 쉽다.

가령 이런 식이다. 우선 자신만의 무공을 만들기 위해 아무런 내용이 없는 무공비급을 구해야 한다. 이 아이템을 사용해 무공의 이름과 아이콘을 정해주고 나면 해당 무공의 특성이 무작위로 정해진다. 이후 자신이 획득한 경험치로 꾸준히 해당 무공을 수련해 자신만의 무공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렇게 창조된 무공은 레벨업에 따라 생기는 포인트의 분배로 여러 가지 속성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인생은 한방’이라는 이름의 창조무공을 만들어 무조건 데미지를 올리는 수치만 투자해 게임 내에서 가장 강력한 한방 공격을 가진 캐릭터를 만들수도 있다.

혹은 ‘북두신권’이라는 무공을 만들어 재사용시간을 줄이는 수치에만 집중해 빠른 속도로 연속 공격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전투 중 얻을 수 있는 ‘심법비급’이라는 아이템을 사용하면 상태이상, 흡수, 중독 등 다양한 부가효과를 줄 수도 있다.

이렇듯 스킬에 대한 자유도는 ‘일검향’이 가진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단순히 장비아이템의 화려함이나 레벨에 높고 낮음이 아니라, 자신만의 무공을 사용해 다른 이용자와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게임이 가진 한계성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 연상시키는 문파 시스템

무협의 세계관을 살펴보면 이렇게 만들어진 독창적인 무공을 바탕으로 하나의 문파가 세워지기도 한다. ‘일검향’ 역시 문파에 대한 시스템이 상당히 잘 갖춰져 있다.

‘일검향’에서 문파는 기본적으로 세력간 전투를 하기 위한 ‘길드’ 역할을 한다. 또한 함께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를 위한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여기에 ‘일검향’만의 특징을 한 가지 덧붙이자면 게임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것이 ‘일검향’의 문파시스템은 하우징 시스템과 결합돼 상당한 혜택을 제공한다. 기존 게임에서 길드는 주로 혼자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에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부차적인 요소였다. 그러나 ‘일검향’에서는 문파가 주는 혜택이 너무 많기 때문에 반드시 가입해야할 필수적인 요소로 설정돼 있다.

‘일검향’의 문파시스템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하우징 시스템’이다. 문파마다 주어지는 영지 공간에 여러 가지 건물을 세울 수 있는 ‘일검향’의 ‘하우징 시스템’은 마치 ‘스타크래프트’를 연상시킨다. 각각의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테크트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물 자체도 결코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문파원들의 단합이 무엇부다 중요하다.

이렇게 지어진 건물들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창고에 많은 아이템을 보관할 수도 하고 아이템을 제조하는데 혜택을 주기도 한다. 심지어 해당 문파원만 참가할 수 있는 퀘스트를 수행해 짭짤한 보상을 얻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러한 건물들은 방어력을 지니고 있다. 이는 문파 간 전쟁에 의해 파괴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마치 ‘스타크래프트’로 따지만 문파원 개개인이 하나의 유닛이 돼 상대방 진영을 공격하고 방어하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이러한 탄탄한 문파 시스템은 게임 이용자들의 결속력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일검향’만의 재미요소로서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산게임답지 않은 각종 시스템 '인상적'

‘일검향’은 이밖에도 기존 온라인게임에서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재미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특히 퀘스트 수행시에 목표 장소까지 자동으로 이동해주는 시스템이나 사냥 시 아이템을 자동으로 습득해주는 애완동물 등 이용자 편의성이 잘 갖춰져 있어 전 연령층을 아울러 고른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작방법도 인상적이다. 그동안 MMORPG는 이동은 마우스 왼쪽버튼, 공격이나 다른 기능은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번갈아가면서 사용해왔다. 그러나 ‘일검향’에서는 오로지 마우스 왼쪽버튼이 모든 기능을 수행한다. 오른쪽 버튼은 시야를 바꾸도록 돼 있다.

이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이후로 보편화된 기존의 WASD 조작 방식을 변형해 마우스만으로 모든 조작을 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키보드를 사용해야 하지만 이 역시 마우스로 충분히 조작 가능하다.

요구하는 컴퓨터 사양이 매우 낮다는 것도 강점 중 하나다. 권장 사양이 유명 캐주얼게임인 ‘카트라이더’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그래픽이 확실히 요즘 게임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최적화가 잘 이뤄져 컴퓨터 요구사양에 비하면 준수한 편이다. 간단히 말해 그래픽이 거슬려 게임에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일검향’은 중국산 온라인게임답지 않은 느낌이다. 이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한다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자동사냥과 같은 부분은 철저히 막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활동력이라는 이름의 피로도 시스템이 도입된 것도 눈길을 끈다.

최근 선보이는 무협 MMORPG는 서구식 판타지와는 차별화된 게임성으로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느낌이다. 국내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일검향’을 비롯해 다양한 무협 MMORPG가 쏟아져 인기를 끌 것으로 알려졌다. 바야흐로 무협 MMORPG 2.0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