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무선 인터넷 정책 공약에 반대한다

전문가 칼럼입력 :2010/05/11 08:48

김국현

이번 지방 선거에 각당이 무선 인터넷 정책 공약을 전면적으로 걸고 나왔다. 모든 당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정부가 무상으로 무선 인터넷을 설치하겠다고 나선 것이나 다름 없다.

나는 이들의 하나 같은 공약에 대해 반대한다. 이유는 와이파이라는 특정 기술에 투자하는 이유가 합리적이지 않고 광역망 기술 경쟁이 필요한 시점에, 정부 역할에 대한 반복적 시대착오만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1)각 당의 주장과는 달리 무선랜, 즉 와이파이는 이미 충분히 포화된 기술이다.

사실상 대상지역의 와이파이 밀도는 상당히 높다. 현재 한국의 액세스 포인트 개수는 500만대로 추산되고, 한국의 무선랜 장비 시장은 올해 1000억원 규모로 상당히 활발한 편이다.

시내에서 앉을만한 곳에서는 한 두 군데의 와이파이 시설은 대부분 검색되고, 인구밀집지역에서는 십 수개가 잡히기도 한다. 단지 이들이 보안상 공개하고 있지는 않을 뿐이다. 통신사의 무선랜 기지국 또는 가입자 기지국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당연히 이들은 수익 모델에 따라 비공개다.

이와 같이 민간이 얼마든지 스스로 투자하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다시 정부가 나서서 하나의 와이파이 기지국을 공짜로 얹는 일은 불필요한 시장개입이다. 이미 무선랜 공유기는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의 필수품이 될 정도가 되었으니, 우리가 받고 있는 무선랜의 전자파는 충분하다. 필요한 논의가 있다면 이 중 일부를 어떻게 공공의 영역으로 환원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일일 것이다. 오히려 Fon과 같은 시도는 기발하기에 재미라도 있었다.

2)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일을 뒤덮을 광역망 인프라 경쟁을 촉진하는 일이다.

지금 전세계 무선 네트워크 업계의 관심사는 3G나 와이브로(또는 WiMax), LTE와 같은 4G의 미래 망기술들이 벌이는 치열한 경쟁으로 가 있다. ‘늘 연결되어 있는 미래’란 그 미래에 걸맞은 기술로 이루어져야 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들 인프라 경쟁의 성과가 이 한반도에 안착할지에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할 타이밍이다.

거리에서 또는 이동 중에는 그에 걸맞은 광대역 기술이 있다. 거리의 나는 스마트폰의 경우 아무리 와이파이가 많이 잡혀도 대부분의 경우 3G만 쓰고 있다. 와이파이는 어디까지나 LAN(Local Area Network), 기본적으로 건물내가 타겟이며, 기지국에 의식적으로 접속해야 한다.

무선랜을 찾아 연결하는 것이 번잡하고 전력 소모도 추가적으로 더 될 수 밖에 없다. 언제나 붙어 있는 느낌(Always On)의 3G가 스마트폰에는 제격이다. 와이파이는 업무공간이나 생활공간에 진입했을 경우에 대용량 파일을 다운받을 때나 보안 네트워크에 접속할 경우에만 한시적으로 쓴다.

노트북의 경우도 밖에서 인터넷 연결이 굳이 필요하다면 폰과 테더링을 하면 된다. 정부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면 그 것은 3G 요금제 및 테더링의 과금에 부조리가 없도록 규제하는 일일 것이다. 만약에 무상 인터넷이 소외 지역 및 계층의 표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면, 오히려 바우처 제도를 통해 원하는 종류의 망상품을 선택하게끔 하는 것이 낫다.

그렇기에 3대 통신사에게 특정 기술 무선랜 투자를 설비 기반 경쟁으로 사실상 강요하고 있는 방통위의 정책은 완전히 시대착오적이다. 시티폰은 한번으로 족하다.

3) 정부는 전파가 공정하게 올바른 사업자의 손을 거쳐 국민에게 활용되고 있는지 관리 감독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 산업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어떤 구상을 통해 세금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이로 하드웨어를 확충하면 그 후에 산업이 형성될 것이라 안이하게 기대하는 일이 진보 보수를 할 것 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토건은 그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세금은 차라리 고용흡수력이 높은 노인복지에 양보하는 편이 낫다.

정부가 진흥을 하고 싶다면 무언가를 더하려 하지 말고 빼는 일을 해줘야 한다. 멈출새 없이 지속되어 온 국가 관료제적 지배기구에 의한 반복적이고도 부조리한 규제와 제도의 덫을 푸는 일만으로도 바빠야 할 시점이다.

정부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좋다. 다만 이러한 과업을 혈세의 보조 없이 해낼 수 있을 때, 그것이 진정한 이노베이션일 것이다. 정부가 어떤 지역에 어떤 기술을 설치하게끔 하고 이를 무상으로 공개하는 것이 시장 경쟁을 통한 이노베이션에 도움을 준다고는 보기 힘들다.

뭐든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선심 공약은 이노베이션의 적일 뿐이다. 오히려 돈을 벌 기회를 찾는 기업가정신을 방해할 뿐이다. 더 좋고 신기한 무선 기술이 더 좋은 가격으로 튀어 나와 서로 경쟁할 수 있도록 촉진되는 환경을 정비하고 그러한 경쟁의 룰을 만드는 일에 각 당은 전념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환경과 룰도 없이 국가 전략으로 초고속 통신 인프라를 만들어내는 순간 만들어지는 IT강국의 사상누각이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우리는 이미 경험하지 않았던가.

이조차 이해하려 들지 않는 각 당의 브레인들이 내놓는 IT 정책 공약은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아무리 지방선거라고는 하나 IMEI 문제나 전파법 문제, 실명제 등과 같은 거시적인 문제를 사회로부터 빼내는 일의 가치는 이해하려 하지 않고 또 다시 치적으로 남을 무언가를 더하려고만 하고 있다.

앞으로 몰아 닥칠 미래란, 네트워크 패킷이 우리가 숨쉬는 공기처럼 되고, 삶과 생활과 업무는 클라우드 상의 애플리케이션이 되어 온라인 그 자체가 이 지구별과 하나가 되는 세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만인의 SF적 상상력. 이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바로 여러분의 몫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세금으로 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아닌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