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삼성전자, 특수목적사 설립 추진…왜?

와이브로 투자비 절감 우회방법 가능성 높아

일반입력 :2010/05/10 09:34    수정: 2010/05/10 11:20

KT와 삼성전자, 인텔 등이 와이브로 장비임대를 주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아이폰 출시 이후 냉각기를 갖고 있는 KT와 삼성전자가 공동투자 형식으로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구조여서, 출범 가능성 등을 놓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KT·삼성전자·인텔 등 3사가 일정 지분을 공동 투자하는 방식의 특수목적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며, 이에 대해서 KT 측은 “추진되는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논의는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 와이브로 장비 임대사업자, 왜 필요하나?

3사가 만들려는 특수목적회사의 존립 목적은 와이브로 장비 임대다. 따라서 이 회사의 설립 목적 역시 사업 방향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KT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와이브로 투자 이행 권고에 따라 내년까지 전국 주요 광역시를 포함한 84개 주요 도시에 와이브로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4천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KT는 최근 방통위로부터 할당받은 900MHz 대역의 황금주파수를 와이브로가 아닌 LTE(Long Term Evolution) 방식으로 운영키로 했다. 차세대 이동통신망을 와이브로가 아닌 LTE로 결정한 셈인데, 와이브로에 1년여 간 4천억원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수목적회사 설립이 KT의 국내 와이브로 투자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고, 이 회사로부터 와이브로 장비 임대하는 것을 와이브로 투자로 봐야 하느냐의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까닭이다.

■ KT-삼성전자, 불편한 관계 속 조인트벤처 설립?

특히 KT가 아이폰 국내 독점 출시한 이후 삼성전자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도 양사의 조인트벤처 설립은 많은 의문점을 갖게 한다. 아울러 최근 KT의 행보를 감안할 때 삼성전자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인 아이패드 출시도 예견되고 있어 단시간에 관계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도 의문은 깊어진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이유가 기업의 이해관계 외에 또 다른 이해관계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 유력한 것이 와이브로 해외진출 사업이다.

최근 KT는 84개시에 사용될 와이브로 장비사업자로 삼성전자를 최종 선택했다. 당시 협상대상자에는 또 다른 장비업체인 화웨이가 포함됐었지만 KT가 제시한 일정 내에 구축이 어렵다는 이유로 탈락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KT의 BMT까지 통과한 화웨이였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삼성전자와 납품 경쟁을 해오고 있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공기를 맞추기 어렵다고 와이브로 종주국인 한국 내의 프로젝트를 접었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또 당시에는 인도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치열한 경쟁까지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KT가 삼성전자의 경쟁우위를 보존해 주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삼성의 와이브로 장비가 화웨이보다 3배 가량 비쌌다. 화웨이가 영업 전략으로 제공하는 금융 파이낸싱까지 감안하면 이 차이가 더욱 벌어진다”며 “과거 KT가 다른 와이브로 장비업체인 포스데이터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KT가 그동안 장비입찰에서 복수 벤더 전략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도 84개시 와이브로 커버리지 구축에 삼성전자의 단독 구축을 허용해 줬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KT는 지난 3월 인텔과 와이브로 해외 진출을 위해 협력을 맺으면서 “특정 제조사의 교유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범용 기술에 대한 기반 한 새로운 무선망을 구현해 네트워크 트래픽의 효율을 높이고 투자비와 운용비용을 줄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KT의 담당 임원은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입찰 단가 차이를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삼성전자가 경쟁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 와이브로 장비임대, 투자로 인정해 줄까?

KT와 삼성전자가 이처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게 된 데는 정부의 입김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6년 6월 상용화 이후 4년이 되도록 가입자가 30여만명에 그치고 있는 와이브로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KT와 계속적으로 전국망 구축을 독려했던 정부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새로 할당받은 900MHz의 네트워크 운용방식을 LTE로 선택했음에도 와이브로 투자에 나서야 하는 KT가 투자계획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방통위와 교감 없이 단독으로 와이브로 장비임대 사업을 추진할 리 없다는 해석에서다.

관련기사

이면에는 인텔 등과 함께 와이브로 해외 사업을 추진하려는 KT의 복안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과 함께 해외 공동 진출을 추진하더라도 대형 시스템 등에서 삼성전자와 일정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한 업체 관계자는 “특수목적사 설립이 민간차원의 일이고 KT와 삼성전자의 이해관계가 가장 크겠지만 투자이행 승인 부분이 걸려 있기 때문에 결국은 방통위의 판단도 상당부분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