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AT&T가 도입해 화제가 됐던 ‘테더링(Tethering)’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다른 양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지난 3월 중순 도입키로 한 테더링 서비스가 한 달여 동안 지연되면서, 이를 놓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KT가 마찰을 빚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방통위가 초당 과금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KT에 정책적 불이익을 주는 차원에서 사실상 허용을 해주지 않고 있고, 방통위는 이 같은 내용으로 KT가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 테더링 도입 초기부터 ‘시끌시끌’
테더링 서비스는 일반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을 무선 모뎀처럼 이용해 노트북 등에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AT&T는 무제한 정액제 형태로 테더링 서비스를 도입했다가 자사 통신망에 과부하를 불러일으키면서 음성통화에 불편을 초래해 가입자 이탈의 경험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지난 3월 이석채 KT 회장이 도입을 공식 선언한 이후, ‘제2의 AT&T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등의 이유로 논란이 돼왔다.
때문에 당시 양현미 KT 개인고객전략본부장도 “테더링 서비스가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고 1MB당 약 2600원으로 비쌌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몰래몰래 써왔다. KT에서도 이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다”며 “이를 합법적으로 쓸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 결정을 한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양 본부장은 “AT&T 고객이 전화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불만을 표시했고 이는 고객에게 재난이었다고 실제 가입자 이탈이 발생했다”며 “KT는 음성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AT&T와 같이 무제한 정액제 도입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 테더링 논란…진실은?
방통위 측은 KT가 테더링 요금제 출시를 위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올 연말까지만 운영되는 한시적 요금제’,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했을 때의 보완책’ 등을 요구했고, 이것이 마련되지 않아 약관신고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례적으로 신용섭 통신정책국장은 이 같은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예정되지 않았던 브리핑까지 실시했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그동안 방통위는 와이브로 활성화를 이유로 2007년 6월 상용화 이후 3년 동안 한시적인 프로모션 요금제를 계속적으로 연장·허용해왔다.
최근에는 지난 3월 KT가 올 6월까지 ‘와이브로+3G+와이파이’ 겸용 3W 단말인 쇼옴니아폰 이용자를 위해 6월까지 와이브로 요금을 무료로 제공하는 약관을 연장하겠다고 할 때도 방통위는 제동을 걸지 않았다.
신용섭 국장은 “싼 요금제가 갑자기 사라지면 국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이 논리대로라면 6월까지 한시적으로 무료로 제공되는 ‘와이브로’를 먼저 손을 댔어야 했다.
KT가 이날 출시한 ‘FMC 더블할인 프로모션(7월15일까지)’, 가족 간 유무선 통화요금이 무료인 ‘가족무제한(10월15일까지)’ 역시 이 대상에 포함됐어야 앞뒤가 맞다.
또한 KT가 그동안 아이폰 이용자들의 데이터 이용패턴을 확인하려면 적어도 4~5개월의 운영 결과를 봐야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데이터 이월 등의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혀 왔고, 테더링 역시 마찬가지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혀왔다는 점에서도 설득력이 약하다.
특히, 트래픽 과부하에 대한 문제 역시 앞서 양현미 본부장의 설명대로 무제한 정액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KT의 입장이었고, 네트워크 트래픽의 부하를 분산시키기 위해 2G·3G의 이동통신망 외에 와이파이와 와이브로를 활용하겠다고 밝혀왔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논리다.
소비자들은 누구의 논리가 맞든 무선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테더링 서비스가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