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넷북용 초고속인터넷으로 전락?

쇼옴니아 이후 지원 단말 없어…3W 전략 무색

일반입력 :2010/03/30 18:26    수정: 2010/03/30 21:52

김태진, 김태정 기자

KT가 스마트폰 활성화의 핵심 전략으로 꼽는 3W(WCDMA+Wibro+Wi-Fi) 기반 퍼스널 허브 구축 사업이 지난 12월 쇼옴니아(SPH-M8400) 출시 이후 100일이 지나도록 여전히 제자리다.

3W는 스마트폰 확산으로 늘어나는 무선데이터를 WCDMA와 와이브로, 무선랜(Wi-Fi)을 통해 분산시켜 네트워크의 효율화를 꾀하면서도, 스마트폰 이용자가 저렴하게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KT의 무선 초고속인터넷 전략이다.

특히, 와이브로의 경우 이동 중에도 WCDMA보다 빠른 전송속도로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고, 고정된 장소에서는 무선랜을 이용해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3W폰인 쇼옴니아는 판매량이 비슷한 시기에 나온 아이폰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고 후속 모델에 대한 논의조차 없는 상태다. 오히려 서비스 확산을 위해 쇼옴니아 가입자에게 이달 말까지 와이브로를 무료 제공하고 있는 KT만 머쓱한 상황이다.

30일 KT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쇼옴니아를 구매한 스마트폰 가입자에게 무료 제공키로 한 와이브로 서비스를 오는 6월말까지 연장하기로 하고,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용약관 변경 신고를 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쇼옴니아폰의 이용자는 이달 20일 현재 3만5천여명(개통 기준)으로 하루에 약 300명 정도가 가입했다. 당초 KT의 3W폰에 대한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쇼옴니아 출시와 함께 오픈한 쇼 앱스토어 역시 1천여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올라와 있지만 다운로드 횟수가 미미한 편이다.

이에 대해, KT의 한 임원은 “쇼옴니아를 출시하기 위해 KT와 삼성전자가 고생을 많이 했다”며 “예상보다 판매가 저조한 이유는 T옴니아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와이브로, 올해 넷북 마케팅에 집중될 듯

하지만 KT의 고민은 당장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해법이 없다는 데 있다. 쇼옴니아폰의 판매부진으로 인해 스마트폰을 통한 와이브로 활성화보다 기존 넷북 위주의 마케팅으로 회귀해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또 쇼옴니아 이후 와이브로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출시가 예정에 없어, 최근에는 3W보다는 무선랜(Wi-Fi)을 통한 무료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와이브로의 자체 활성화보다는 와이브로를 무선랜으로 변환해주는 ‘에그’ 보급 등을 통해 해법을 찾는 중이다. KT는 올해 출시할 단말의 20%를 스마트폰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지만 WCDMA와 무선랜을 지원하는 단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KT의 임원은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해 스마트폰의 라인업 확대가 필요하지만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단말 생산을 한다는 입장이고, LG전자는 ‘WCDMA+와이브로’ 단말 생산에 자신감이 없다”며 “연말까지 한 두 라인업 추가를 고민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이 없고 당분간 와이브로와 에그의 트래픽을 공유해 사용 가능한 요금제를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KT가 기존 8.75MHz 기반 칩셋을 인텔과 함께 글로벌 표준인 10MHz 칩셋으로 변경하고 이를 탑재한 넷북 등 모바일 PC를 출시할 계획을 밝힌 점도, 와이브로 활성화의 해법을 모바일 PC를 우선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글로벌 표준인 10MHz 칩셋을 기반으로 한 넷북 등의 경우 대량 생산과 비용절감이 가능하고 지난해 출시한 와이브로 넷북과 같이 2개의 칩을 모두 탑재해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KT는 향후 구축할 5대 광역시와 시 단위 와이브로 커버리지에 인텔의 10MHz 칩셋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지난해 와이브로 내장 모뎀을 갖춘 넷북이 3종 출시됐지만 이는 와이브로와 무선랜 2개의 칩을 탑재한 것”이라며 “인텔의 10MHz 칩셋이 나오면 1개의 칩으로도 와이브로 사용이 가능해 진다”고 말했다.

■ ‘와이브로 스마트폰’ 또 언제쯤…

와이브로와 스마트폰의 궁합 맞추기가 활성화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스마트폰의 최대 특징은 무선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인데, 유독 와이브로는 스마트폰에 녹아들지 못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휴대폰 제조사들 중 어느 곳에서도 와이브로 스마트폰 공식 예고가 없었고 , 올해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 30여종 모두 와이브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왔다.

이는 와이브로가 당초 기대와는 달리 큰 수요 창출을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6년 상용화를 시작한 KT 와이브로의 경우 이달 현재 가입자가 20만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와 함께 서비스 지역이 서울·수도권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이나, 개발과정이 3G보다 복잡한 것도 와이브로 스마트폰 개발을 막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다만,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방통위의 적극적인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에 통신사들이 와이브로 전국망 투자에 나서는 추세이기 때문. KT와 SK텔레콤은 올 상반기부터 와이브로를 전국 주요 도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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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쇼옴니아처럼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 간 ‘전략 와이브로 스마트폰’이 대거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신사와 시장 요구가 있다면 와이브로 스마트폰을 배제할 까닭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