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아이폰 신드롬'…KT, 아이패드 상자 열까

일반입력 :2010/05/04 17:32    수정: 2010/05/04 17:43

김태진, 김태정 기자

애플 아이패드가 벌써 100만 판매량을 돌파하면서, 국내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아이폰과 달리 수익모델의 부재로 통신사업자가 아이패드를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아이폰을 독점 공급했던 KT가 교육 콘텐츠 사업의 촉매제로 아이패드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한 기대감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 아이패드가 도입될 경우 오히려 미국에서보다 그 확산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애플은 4일(현지시간) 출시 28일만에 아이패드가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07년 아이폰이 100만대를 파는데 74일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3배 정도 빨라진 것이다.

당초 나왔던 ‘큰 아이폰에 불과하다’, ‘쓸모가 없다’ 등의 전문가 분석은 무너졌고, 여전히 미국 소매점서 불티나게 팔리는 중이다.

국내 전문가들도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찬진 드림위드 대표는 트위터에서 “애플이 또 하나의 기록을 만들었다”며 “아이패드를 기반으로 한 새 사업모델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그동안 무거운 책 대신 전자책을 책상에 올려 놓으려는 노력들이 부진한 결과를 냈다”며 “하지만 아이패드는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일각의 시각이고, 이 때문에 4개월여 만에 60만 가입자를 확보한 아이폰보다 파괴력이 더 클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 시장도 방송은 아이패드가 인터넷 이후 광고시장을 빼앗아가는 또 다른 경쟁자가 될 테지만 반대로 신문은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KT, 아이패드 출시 가능성 높아

아이패드 100만 돌파 소식은 국내 인터넷에 불을 지폈다. 한 동안 소강 상태였던 누리꾼들의 질문 공세가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아이패드 국내 출시가 대체 언제인가’, ‘어느 통신사로 나오느냐’ 등의 내용이다.

이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은 아직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자책 사업을 추진 중인 KT의 아이패드 출시를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KT는 지난 4월 ‘쿡 북카페’라는 ‘전자책 앱스토어’ 서비스를 출시,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과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아이패드가 출시하면 이 서비스를 확산시킬 촉매제, 확산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아이패드용 전자책이 한 달 만에 150만권 팔리면서 KT의 기대는 더 커졌다. 아이패드 사용자 1인당 1권 이상의 전자책을 샀다는 계산이다.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도 KT 김연학 가치경영실장은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확대할 단말기에 관심이 많다”며 “아이패드 도입 여부는 내부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KT가 쇼 앱스토어와 오픈 IPTV의 TV 앱스토어를 연동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패드는 KT에게 '제2의 아이폰 신드롬'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신물이 될 모양새다.

SK텔레콤도 아이패드 도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KT가 아이폰으로 쌓아 올린 긍정적 이미지를 지켜 본 SK텔레콤이다. 아이패드에서 만큼은 선공(?)에 나설 공산이 적잖다.

최근 무료 와이파이존 1만개를 올 안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 아이패드 도입을 위한 행보라는 조심스런 분석도 나오고 있다.

■ KT, 삼성과의 관계는?

다만, 애플과 경쟁 중인 제조사들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아이패드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이통사들은 지금의 KT와 삼성전자처럼 불편한 관계가 재현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KT는 지난 연말 아이폰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삼성전자와 관계가 소원해졌다. 삼성전자가 KT를 통해 출시한 스마트폰 ‘쇼옴니아’ 마케팅에 소극적인 것도 아이폰에 따른 복수(?)였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급기야 이석채 KT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쇼옴니아는 아버지(삼성전자)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다”며 “감정을 갖고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이패드까지 내놓을 경우 삼성전자와 관계 회복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SK텔레콤 역시 같은 이유로 고민이다. KT 덕분에(?) 삼성전자와 더 친밀해진 관계가 아이패드로 무산되는 시나리오도 그려 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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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최근 갤럭시A와 갤럭시S 등 핵심 스마트폰을 KT를 배제하고 자사에 밀어준 것도 고려해야 할 항목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아이패드의 대항마 ‘S-패드(가칭)’라는 태블릿PC를 연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하반기 아이폰을 둘러싼 이통사-제조사의 복잡한 역학관계가 재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