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에서 동아전과 볼날 멀지 않았죠"

일반입력 :2010/04/27 08:51    수정: 2010/04/28 07:41

이장혁 기자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시장에 전통적인 보수기업으로 알려지던 교육학습업계가 최근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국정교과서 발행 1위 기업인 두산동아도 원래 초·중·고 교과서 및 동아전과를 기본으로 다양한 학습서, 그리고 프라임 영어사전을 비롯해 제2외국어 사전, 초등학습 사전 등의 사전류 등 다양한 교육관련 서적을 발행하는 업체다. 그러나 최근 영어사전을 비롯해 일어, 불어, 독어 등의 사전류를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 좋은 판매고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10년 두산동아가 디지털 콘텐츠 자산 확보 및 상품성을 강화하는 전략과 일맥상통한 결과물로, 나아가 모바일 학습 콘텐츠 및 앱스토어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롱테일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두산동아 콘텐츠사업팀 배한상 팀장은 4월말이나 5월초쯤 국어, 중국어, 옥편 등 3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며 사전류는 물론 두산동아가 야심차게 준비하는 것들이 올해안에 가시적이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미 출판시장도 속속 디지털IT 패러다임에 합류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빅뱅의 시기에 자칫잘못하다간 트렌드에서 멀어지면서 한방에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 이미 디지털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두산동아도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최대한 이용,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서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두산동아의 경우 대표이사부터 말단 사원까지 전임직원이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대한 중요성과 포텐셜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며 이에 백과사전 및 다양한 학습CD-ROM 개발 등 유통을 해본 경험, 그리고 국내 최초 콘텐츠 다운로드 플랫폼을 가동해 유무선 환경에서 자유롭게 콘텐츠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경험 및 노하우를 충분히 가지고 있어요라고 배 팀장은 말했다.

그는 앞으로 수년 내에 두산동아는 디지털 콘텐츠 업체로 국내 시장을 리딩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현재 흐름을 잘 읽지 못하는 일반 출판사의 경우 큰 차이가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상당히 해결하기 어려운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불법복제와의 전쟁'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전자책 서비스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가장 우려스러운 점도 바로 '불법 콘텐츠 다운로드'다.

배 팀장은 과거에 두산동아가 백과사전 CD-ROM 사업으로 큰 성공을 이루는 듯 했지만 '불법복제'때문에 결국 사업을 접고 말했다며 전자책은 물론 스마트폰 등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불법복제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국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상당히 어렵게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디지털 콘텐츠의 불법복제가 이뤄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기업이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개인사용자도 고품질의 모바일 콘텐츠를 이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피해자의 입장이 될 수 있다. 애플의 모바일 생태계처럼 개발자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사용자가 정당한 비용을 지불해서 이용한다. 또 이렇게 모인 비용은 개발자에게 더욱 좋은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자금으로 쓰인다. 결국 이런 선순환 구조로 가기 위해서는 불법 다운로드는 꼭 근절해야할 사회적인 병폐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말부터 아직까지도 경기불황의 그늘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기업들도 보다 공격적인 사업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런 불황을 돌파하는 힘은 무엇일까.

항상 나오는 이야기지만 결국 준비하는 사람이 이긴다고 할까요. 현재 돌아가는 환경의 변화를 재빠르게 인식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기업이 경쟁에서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겠죠.

시장을 읽는 혜안과 함께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사업팀을 이끄는 배한상 팀장도 자신만의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더십의 핵심은 바로 팀원의 역량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냐에 달리 것이라고 봅니다. 팀에서 내가 가장 많이 알고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팀원들이 나보다 똑똑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것은 물론 실무에도 밝기 때문에 이들을 좀 더 잘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자세, 이것이 리더십의 핵심이죠.

배 팀장은 팀장으로서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팀원의 역량을 집중시켜 성과를 얻고 보람을 얻게 하는 것이 리더십이 가야할 길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팀장이 됐을때 내가 꼭 참여하고 지시해야만 일이 제대로 마무리 될 것이다고 불안해하며 그랬는데 시간이 흐르니까 그런 나의 행동들이 팀원 각자의 특성과 역량을 억누르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실제로 가장 좋은 방법은 팀원들에게 일을 그냥 맏기고 잘 하기를 격려하는 정도로 해주는 것이 사람을 관리하는 최고의 방안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도 솔직히 그렇게 잘 안될때가 많이 있죠. 하하

디지털콘텐츠 상품개발기획 1세대인 배한상 팀장은 원래 브리태니커로 입사해 편집 업무를 시작했고 두산동아에 와서도 백과사전 편집 및 기획업무를 담당했다. 지난 1995년 멀티미디어팀에서 오성식 생활영어 CD-ROM 개발 및 두산세계대백과사전 CD-ROM 개발 및 기획 등을 담당했다.

그 당시만해도 CD-ROM이라는건 정말 앞서나가는 트렌드였거든요. 디지털콘텐츠 하면 CD-ROM일 정도로 CD-ROM에 대한 니즈가 상당했었죠. 오성식 생활영어를 CD-ROM으로 개발해서 상당한 성과를 얻었는데 불법복제때문에 결국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없었어요. 아쉬웠지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모바일 앱스토어 시장에 뛰어 들었습니다.

콘텐츠사업팀을 이끌면서 배 팀장은 가장 벤치마킹하고 싶은 인물로 애플 CEO '스티브 잡스'를 꼽았다.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스티브 잡스는 정말 최고의 전략가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스타개발자들이 개발성에 파뭍혀서 서서히 존재감을 잃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잡스는 오히려 마케팅 전략이나 아이디어에 역량을 발휘하면서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뭔가 계속 꿈틀거리면서 새롭게 진화하는 종 같다고나 할까요?

배 팀장은 다양한 디바이스 업체 및 유통업체의 키맨들과 대화하며 항상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사업에 접목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트렌드는 스마트폰과 오픈마켓 그리고 아이패드로 촉발된 태블릿PC다. 여기에 인터넷과 IPTV 시장도 그가 주목하고 있는 트렌드다.

트렌드를 계속해서 따라가기는 해야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직접 정보를 얻어야 된다는 점이에요. 현장의 정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건 핵심적인 일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요하다고 이것 저것 다 하다보면 정작 핵심을 잃을수 가 있거든요. 핵심에 집중하십시요.

두산동아는 올해 모바일 앱스토어 콘텐츠 사업은 물론 모바일에서 운영되는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이중 모바일 문제은행 사업도 중요하게 보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매번 서로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새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한 가지 애플리케이션 틀을 만들어놓고 데이터만 등록하면 이용할 수 있게 '모바일 문제은행' 사업을 준비중입니다. 예를들어 기존이라면 국어, 영어, 수학 애플리케이션을 각각 다운로드 받아서 이용해야 하지만 학습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놓고 국어, 영어, 수학의 데이터만 다운받은 후 그 애플리케이션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하는거죠. 개발비용과 시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외에도 두산동아 콘텐츠사업팀은 애플 앱스토어를 비롯해 구글 안드로이드, 삼성 모바일닷컴 등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에서 자사의 콘텐츠를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준비하고 있다. 콘텐츠 서비스 이외에도 직접 콘텐츠를 유무선으로 유통시키는 플랫폼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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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산동아가 현재 가지고 있는 콘텐츠 인프라를 새로운 미디어나 디바이스에 접목하는게 중요해요. 거기에 두산동아는 국내 최초로 콘텐츠 다운로드 플랫폼을 가동해 유무선 환경에서 콘텐츠 서비스를 진행했던 노하우가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최고의 디지털교육콘텐츠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따라가는 것뿐 아니라 변화를 이끌어가는 리딩 기업이 되는 것이다. 두산동아가 그간 쌓아왔던 리딩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