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자바 개발자, 왜 모바일에 꽂혔나

[SW개발자 스토리-1] 허광남 모비젠 MA 연구팀장

일반입력 :2010/04/13 15:45    수정: 2010/08/16 17:52

잘나가던 자바 개발자가 어느날 갑자기(?) 모바일앱 마니아가 됐다. 모바일에서 희망을 봤다는 것이다. 그리 대단한 희망은 아니었다. 모바일 분야에서 좀더 개발자답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소박한 생각을 갖게 됐을 뿐이다.

okjsp 커뮤니티 운영자이자 자바 개발자로 유명한 허광남씨 얘기다.

지난해 모비젠 모바일애플리케이션(MA) 연구팀장으로 명함을 바꾼 끄는 요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플랫폼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푹 빠져 지낸다. 엔터프라이즈 SW 프로젝트를 할때와는 다른 재미를 듬뿍 느끼면서 산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상대로도 뭔가 해볼만하다는 자신감도 갖게 됐다. 엔터프라이즈쪽 있을때는 생각도 못했던 시니리오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는 낭만이 있어요. 노력해서 잘 만들면 그만큼 성공할 수 있겠다, 나도 더 잘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죠. SI프로젝트와는 달라도 아주 다릅니다. 개인용 SW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자바 개발자라면 안드로이드 연착륙 가능

국내 SW개발자들 사이에서 SI 프로젝트는 막장으로 통한다. 야근에, 왔다갔다하는 프로젝트 일정에 휩쓸리다보면 몸버리고 마음 상하기 십상이다. 구조적으로 SI 프로젝트는 개발자들에게는 부담스런 현장이다. 원래 그런곳이라기 보다는 한국적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에선 개발자가 자기 스타일을 살리면서 일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할 수 밖에 없다.

허광남 팀장의 변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는 개발자다운 개발자로 일하기 위해 모바일 세계에 뛰어들었다. 자바를 주특기로 했기에 적응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애플 아이폰의 대항마로 떠오른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은 자바와는 사촌격이다.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 사용자층이 많은데 저는 자바 언어를 쓸 수 있는 안드로이드 개발부터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쉽게 진입한 셈이에요. 지난 10년간 다뤄온 '이클립스' 개발 플랫폼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허 팀장에 따르면 자바와 이클립스를 다룰줄 아는 개발자라면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는 쉽게 적응이 가능하다고 한다. 기업들에서 안드로이드앱을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안드로이드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다소 생소했지만 지금은 아이폰 개발도 본격화했다.

그에게는 모바일앱을 만들고 앱스토어에 올리고 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새로운 경험이다. 그가 본 희망은 아직까지는 유효한 것이다. 큰돈 버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매력적일까?

애플리케이션을 계속 보완해 나가면서 자기가 만든 SW를 키워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일회성 개발로 끝나는게 아니라 서비스 형태로 계속 끌고 나갈 수 있는거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은 서비스를 팔 수 있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을 한 번 출시했더라도 꾸준히 수익을 내기 위해 업데이트를 해야하죠. SI는 업무 특성상 아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워요. 인건비를 줄여서 기업 수익율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다보니 개발자들은 그저 기술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어요. 데스크톱용 SW는 만들어도 사주는 사람이 없었고요.

SW시장은 기업용와 개인용 시장으로 나눠진다. 기업용은 막장이고, 개인용은 시장이 없다. 개인 사용자를 상대로 승부를 걸고 싶어도 SW를 돈주고 사는 문화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다보니, 공염불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데스크톱 시장에선 꿈꿀 수 없었던 개인용 SW로도 승부를 걸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값이 저렴하다보니 유료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다. 이미 성공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PC용 패키지SW는 4만원이 넘는게 보통인데, 모바일앱은 몇천원대라고 사용자들의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아이폰이 전세계적으로 수천만대가 팔렸어요. 개발자들은 이중 누군가 필요로 할만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면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개발자 입장에선 모바일앱을 통해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게 된거죠.

개발자 입장에서 허 팀장은 애플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모바일 콘텐츠 생태계 자체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새로운 유통 환경의 등장이 개발자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문이 열린 만큼, 누구나 모바일앱 생태계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성적표는 제각각일 수 밖에 없다.

모바일앱 시장 역시 정상의 면적은 좁게 마련이다. 1달러짜리 모바일앱 3만개를 팔아야 월 매출 3천만원을 올릴 수 있다. 결코 만만한 수치가 아니다. 허 팀장은 경험을 토대로 이렇게 얘기한다.

기획, 개발, 마케팅이 연계돼야 합니다. 앱스토어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이 17만개에요. 단지 만들어서 올려놓기만 하면 팔기 어렵죠. 이렇게 말하면 기업들이 체계적으로 접근하기엔 유리해 보이지만 개인 개발자들도 반드시 준비를 해야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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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팀장에 따르면 모바일앱 개발자는 기획과 개발을 모두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다른 분야와는 달리 멀티플레이어적인 재능을 많이 요구한다고 하겠다.

허 팀장이 속한 모비젠은 올해 B2B와 B2C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 공략을 목표로 내걸었다. 현재 B2C용 에듀테인먼트 스타일의 모바일앱을 개발중이다. 이를 통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플랫폼에 거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허 팀장은 모바일 시장에는 현재 정석이라 부를만한 사업 모델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모비젠의 비전은 모바일 시대에 맞는 스마트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자는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