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업체 올림푸스, '살롱문화' 전도사로 나선 까닭은?

일반입력 :2010/03/22 17:40

남혜현 기자

“대형 공연장에서만 수준 높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는 완성도 있는 공연이 200~300석 정도의 소규모 공연장에서 수시로 열린다. 미국 브로드웨이도 막상 공연장에 가보면 시설이 상당히 작다. 작지만 내실있는 공연장을 건설해 외국에 보편화된 ‘살롱문화’를 한국에도 보급하고 싶다.”

지난해 9월, IT기업으로서는 다소 생소한 ‘문화사업팀’을 신설한 올림푸스가 다음달 14일 신사옥 준공을 기점으로 '문화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한다.

올림푸스는 디지털카메라와 광학 의료기기로 잘 알려진 회사다. '뮤지컬' '행위 예술' '클래식 공연' 등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활용하는 '예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카메라 업계에서 역시 문화 출사나 사진 전시 등 관련 이벤트는 종종 진행해 왔지만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아우르는 시도는 드물었다. 올림푸스가 준비하는 콘서트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올림푸스 관계자는 올해는 올림푸스가 한국에 들어온지 10년이 되는 해라면서 지난 10년간 준비했던 문화 콘텐츠의 결실을 맺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공연장을 준공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올림푸스가 문화사업을 통한 사회공헌을 강조하는데는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대표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다른 외국계 기업과는 달리 지사 설립 당시부터 '인사와 재무권 독립'을 보장 받은 방 대표는 현지화 전략 일환으로 수익의 일정부분을 '문화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 일본 본사를 설득했다. 물건만 팔아 수익을 챙긴다는 관점으로는 멀리 내다보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방 대표는 이번 콘서트홀 준공을 기점으로 한국에 '살롱 문화'를 적극 전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처럼 대규모 공연장은 아니지만, 200~300석 규모로 '음악에 최적화된' 콘서트 홀을 만들어 일반 시민들이 언제튼 편안하게 들릴 수 있는 문화 소통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는 것.

이를 위해 콘서트홀 기획에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병우 사진작가, 정태봉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장 등 내로라하는 예술계 인사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다.

올림푸스 관계자는 “자문위원들은 공연장 건설 및 유지보수에 관한 기술적인 부문에서부터 공연 콘텐츠에 대한 조언 및 섭외까지 다방면으로 활동할 계획”이라며 “특히 예술인 사이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수준 높은 공연을 유치할 것이다고 말했다.

올림푸스는 콘서트홀 준공 및 문화사업 준비를 위해 지난해 9월 총 5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문화사업팀을 전략기획실 산하에 신설했다. 기업 전반의 모든 이슈를 다루는 전략기획실 소속에 배치된 것은 반짝 하는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올림푸스가 가져가는 사업 전반에서 문화를 지속적인 키워드로 자리매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음악이나 미술처럼, 카메라도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만큼, 카메라를 만들기만 하는 제조업체의 입장을 벗어나, 지속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소비자에 제공함으로써 향후 문화기업으로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개관시점에서 4월말까지 약 2주간 개관 페스티벌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후에는 일반 대관을 통해 상시적으로 공연을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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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림푸스 신사옥 지하에 자리잡은 펜갤러리에서는 사진을 비롯해 회화, 조각 등 다양한 볼거리를 상시적으로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방일석 올림푸스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영상 회사이므로 기업 이미지에 도움 받고,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기업 중 의미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문화 생산자로서 한국사에에 기여하는 외국계 기업으로 지속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