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디지털TV "싸지도, 좋지도 않고"

일반입력 :2010/03/09 17:49    수정: 2010/03/09 17:56

방송통신위원회의 보급형 디지털TV가 시판 전부터 반응이 싸늘하다. 기대만큼 저렴하지 않고 품질 검증도 미흡해 디지털TV 보급률 성장에 별 도움이 못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디지털TV 몇 종을 ‘보급형’으로 선정해 8일 발표했다. 공모를 받아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내놓은 답이다.

방통위 발표가 나오자 시장에서는 ‘보급형 디지털 TV’의 가격, 품질, 실효성에 대한 문제점 지적이 줄을 섰다.

우선, 보급가격이 시중가보다 저렴한 지 의문이다. 예컨대 LG전자의 32인치 LCD TV 제품은 보급형은 60만원인데 온라인 판매가는 최저 54만2천원이다. 보급형이 시중가보다 5만원 이상 비싼 것.

방통위 관계자는 “공모를 받을 당시보다 시간이 지났고 유통과정에서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급형TV 제품 판매가 시작되는 5월이면 시중가격이 더 내려간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선정제품의 품질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대우디스플레이와 모티브씨앤씨 제품은 미출시 제품이다. 때문에 내구성이나 화질 등의 품질 검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보급형 디지털TV 선정이 실물이 아닌 서류만 보고 이뤄졌다는 의혹이 나온 이유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디지털TV 구매보다는 디지털방송컨버터(DtoA)를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 가장 낮은 가격인 19만원짜리 LG전자 21인치 제품은 브라운관(CRT) 모델로 HD급이 아니라 SD급이다. 저소득 층 구매자는 굳이 돈을 들여 TV를 사기보다는 무료 컨버터를 선호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산업계만 모든 부담을 지는 정책과 성급한 추진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DTV코리아 관계자는 “현재는 정부 요구에 맞춰 산업계가 모든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세제지원 등의 지원책을 통해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인하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달도 안 되는 기간동안 철저한 검증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지금부터라도 시간을 두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이런 지적들에 대해 “제품 가격은 3개월에서 6개월 주기로 이뤄진다”며 “3개월이 지난 시점인 5월에 다시 공모가격을 조정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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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향후 지속적인 정책개선 작업을 통해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을 고쳐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방송이 전면 종료되고 디지털 방송으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국내 디지털TV 보급률은 55%에 머물러 있는데다 저소득층의 경우는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디지털 전환 성공여부가 디지털TV 보급에 달린 만큼 보급형 디지털TV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