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융합시대, 왜 민간인 출신 리더를 주목하는가?…유재홍 한국전파진흥원장

[김경묵의 인물탐구-8]

일반입력 :2010/03/07 17:06    수정: 2010/03/09 08:53

대담=김경묵 지디넷코리아 편집국장 정리=김태정기자

의외의 결과는 종종 변화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예상을 깬 결과가 나왔으니, 그에 걸맞는 파격적인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것이다.

의외의 결과가 사람이라면, 그것도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린 정책을 조율하는 자리에 예상밖의 사람이 임명됐다면, 주변의 관심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변화에 갈등코드까지 겹쳐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기대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지난해 9월 한국전파진흥원장에 방송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유재홍 전 MBC애드컵 사장이 선임됐을때도 그랬다.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앞으로 어떤 변화가 펼쳐질지 관심이 쏟아졌다. 고위 공무원 출신이 날아올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민간인 출신이 지휘봉을 잡았다는 것과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타이밍이 맞물리자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초점은 전파진흥원 위상 강화와 정체성 변화였다. 전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방송과 통신 융합 업무도 맡게될 것이란 얘기가 많았던 만큼, 있는 듯 없는 듯 했던 전파진흥원의 존재감도 높아질 것이란데 무게가 실렸다. 6개월이 흐른 지금,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전파진흥원은 거센 변화의 한가운데 들어섰다. 정체성 변화 프로젝트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디지털 컨버전스를 대표하는 방송과 통신 분야까지 접수할 준비로 분주하다.

이제 관전 포인트는 유 원장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방통 융합 이슈 해결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로 좁혀지는 것 같다. 방송 및 광고를 '주특기'로 하는 그가 나름 전문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있고 전문성을 갖춘 민간인 출신이라고 해도 결국 정부가 하자는 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까칠한(?) 시선도 있다. 정부 산하기관이 갖는 한계 앞에서는 민간인 출신 원장이라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 원장은 말을 아껴왔다. 말보다는 결과로 평가받겠다는 것이었다. 취임과 함께 전파진흥원 직원들에게 계속해서 변화와 도전을 강조한 것도 민간인 출신 기관장으로서 가시적인 성과를 뽑아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기자 입장에서 그동안 변화와 도전을 강조하는 그를 주목해왔다. 그가 어떤 결과를 꿈꾸는지를 궁금해했고, 그것은 방통 융합의 향후 전개 방향과도 무관치 않으리라 생각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그에게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던 까닭이기도 하다.

■전파진흥넘어 방통 융합 전진기지 만들겠다

그는 전파진흥원의 위상강화를 강조했다. 올해 전파진흥원의 최우선 목표는 위상제고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활동폭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회에 오랫동안 계류돼 있던 전파법 개정안이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면 공포 후 6개월 후부터 기관 명칭이 한국전파진흥원에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으로 변경됩니다. 이렇게되면 전파진흥업무에서 방송과 통신 분야까지 업무 영역을 확대할 수 있어요. 이를 기반으로 방송통신 융합정책 지원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진흥원을 탈바꿈 시킬 것입니다. 새로운 이름에 걸 맞는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는게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봐요.

유 원장은 명침 변경에 대비한 사전 정지 작업을 마무리했다. 올해초 진흥원 조직을 2실, 1단, 8본부, 1센터, 9개 지역본부로 개편하고 이에 맞춰 인사도 단행했다. 전파진흥원이 아니라 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초점을 맞춘 조직 재정비였다. 이를 통해 방송·콘텐츠·기금 등 정부업무를 새롭게 수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앞서 언급했듯 유 원장은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우리나라에 케이블TV가 처음 도입될 때 CEO로 영입됐고 국내 최초의 복수케이블TV방송사(MSO) 경영을 맡기도 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의회장도 지냈다. 그리고 이제 전파와 방송통신 정책을 다루는 기관장이 됐다.

분위기가 익숙치 않을 것이다. 민간인과 정부 산하기관장이 보는 방통통신 이슈는 앵글이 다르게 마련이다. 입장이 달라진데서 오는 스트레스도 피할 수 없다.

현업에 있을 때는 방송관련 정책에 대해서 여러 제안을 하고 다녔습니다. 정부 비판도 했었고요. 그런데 이제는 정책을 다루는 편에 서니 '얼마나 잘 하나 보자'라는 시선에 대해서도 겁이 나기도 합니다. 지난해 취임 이후 가진 것을 다 쏟아 부었습니다. 체력이 따라가질 못 할 정도예요. 전파와 통신에 대해서도 배울게 많고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입니다.

정부 입장에선 항상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해야 한다. 목표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과정도 그냥 넘길 수 없다.

민간인 출신이라는게 장단점이 있겠지요. 우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빠른 시일 내에 직원들을 이끌 수 있는 경험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반면에 조직의 장만 맡다 보니 직원들의 애환을 잘 모른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흥원에서는 직원들과 좀더 가깝게 소통하려고 합니다. 이게 참 쉽지 않은 일이라서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려 노력 중입니다

관료가 아닌 민간인이란 출신 성분이 전파진흥원이 추진하는 변화와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읽힌다. 변화의 시대에는, 민간인 출신 리더십이 유리하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는 방통과 통신 업무까지 담당하는 것이니,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것 같고 그렇다면 전파진흥원은 올해 무슨 목표를 세워놨을까?

유재홍 원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방송·통신·전파 진흥업무를 강화해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에 노력할 방침입니다. 우선 전파 산업과 방송콘텐츠 산업 분야에 관한 진흥사업에 역점을 두고 방송콘텐츠분야는 다른 업종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가 높고 새로운 블루오션이기 때문에 중점 추진할 생각이에요. 정책연구부문 인프라도 강화해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통신전파 융합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 이슈를 발굴하여 효율적인 정책지원 기능을 수행할 계획입니다. 우선 전파정책연구의 경우 전파정책과 법제도, 주파수 회수 재배치 및 손실보상,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방송통신 융합정책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여 디지털방송 전환과 IPTV·DMB 진흥방안, 신규통신 분야예측 등에도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앞으로 맡게될 기금운영에 관한 관리와 기반을 조성하고 지난해에 발족된 R&D분야도 최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습니다.

지난해까지 전파진흥원이 했던것과는 색깔이 많이 다른 일들이다. 하던대로 해서 될일도 아니다. 조직의 DNA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유 원장이 취임과 함께 변화와 도전을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강제적으로 변화를 겪을 수 도 있는 점을 분명히 했어요. 직원들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어달라고 한 겁니다. 방송통신과 미디어분야가 가져 올 변화는 지금까지 전파진흥원이 경험하지 못한 분야가 많습니다. 주파수 재배치 및 회수문제, 방송광고 시장, 디지털 전환에 따른 방송시장 변화, 지상파방송 저작권 문제 모두 중요한 이슈들이에요. 하나같이 폭발력을 갖는 사안들입니다.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할 수 밖에 없죠.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 이런 업무들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겠어요?

유 원장이 전파진흥원 조직 문화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세운 목표를 성취할 것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그럼에도 그는 꼭 한가지 만큼은 이루고 싶어한다.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발전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방송통신 융합을 지원하는 산하기관장의 입에서 나오는 SW 발전이라는 말은 구경꾼 입장에서 나름 신선하게 다가온다.

하드웨어보다 콘텐츠가 각광을 받는 시대잖아요. 국내 하드웨어 수준은 이미 전세계에서 최고 수준에 올라왔어요. 그러나 콘텐츠와 소프트분야는 취약합니다. SW와 콘텐츠가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개인의 창의력과 새로운 생태계 변화가 있어야 해요. 특히 요즘 화두로 떠오른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려면 누누이 강조해 왔지만 콘텐츠 유통구조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왜곡된 콘텐츠 유통구조로서는 훌륭한 콘텐츠가 나올 수가 없어요. 콘텐츠 제작자가 제대로 대접을 받는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되면 킬러 콘텐츠가 쏟아질 것입니다. 양질의 콘텐츠가 나올 수 있도록 진흥원이 판을 깔아주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말은 쉬워도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게 바로 SW 및 콘텐츠 산업 육성론이다. 바꿔야할게 너무 많은 탓이다. 유 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물론 쉽지는 않죠. 단숨에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도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방송콘텐츠 지원센터와 수출 전략형 글로벌 콘텐츠 제작지원, 방송콘텐츠 투자조합 유치, 방송콘텐츠 융자사업 유치 등이 활발히 펼쳐진다면 국내 방송콘텐츠 시장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방송통신 콘텐츠 유통구조가 선순환 방식으로 바뀌는 등 생태계에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 '최초'와의 끈질긴 인연이 만든 민간인 출신 기관장

longdesc=image그동안 국회에 오랫동안 계류돼 있던 전파법 개정안이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면 공포 후 6개월 후부터 기관 명칭이 한국전파진흥원에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으로 변경됩니다. 이렇게되면 전파진흥업무에서 방송과 통신 분야까지 업무 영역을 확대할 수 있어요. 이를 기반으로 방송통신 융합정책 지원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진흥원을 탈바꿈 시킬 것입니다. 새로운 이름에 걸 맞는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는게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봐요.

유 원장은 명침 변경에 대비한 사전 정지 작업을 마무리했다. 올해초 진흥원 조직을 2실, 1단, 8본부, 1센터, 9개 지역본부로 개편하고 이에 맞춰 인사도 단행했다. 전파진흥원이 아니라 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초점을 맞춘 조직 재정비였다. 이를 통해 방송·콘텐츠·기금 등 정부업무를 새롭게 수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앞서 언급했듯 유 원장은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우리나라에 케이블TV가 처음 도입될 때 CEO로 영입됐고 국내 최초의 복수케이블TV방송사(MSO) 경영을 맡기도 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의회장도 지냈다. 그리고 이제 전파와 방송통신 정책을 다루는 기관장이 됐다.

분위기가 익숙치 않을 것이다. 민간인과 정부 산하기관장이 보는 방통통신 이슈는 앵글이 다르게 마련이다. 입장이 달라진데서 오는 스트레스도 피할 수 없다.

현업에 있을 때는 방송관련 정책에 대해서 여러 제안을 하고 다녔습니다. 정부 비판도 했었고요. 그런데 이제는 정책을 다루는 편에 서니 '얼마나 잘 하나 보자'라는 시선에 대해서도 겁이 나기도 합니다. 지난해 취임 이후 가진 것을 다 쏟아 부었습니다. 체력이 따라가질 못 할 정도예요. 전파와 통신에 대해서도 배울게 많고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입니다.

정부 입장에선 항상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해야 한다. 목표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과정도 그냥 넘길 수 없다.

민간인 출신이라는게 장단점이 있겠지요. 우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빠른 시일 내에 직원들을 이끌 수 있는 경험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반면에 조직의 장만 맡다 보니 직원들의 애환을 잘 모른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흥원에서는 직원들과 좀더 가깝게 소통하려고 합니다. 이게 참 쉽지 않은 일이라서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려 노력 중입니다

관료가 아닌 민간인이란 출신 성분이 전파진흥원이 추진하는 변화와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읽힌다. 변화의 시대에는, 민간인 출신 리더십이 유리하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는 방통과 통신 업무까지 담당하는 것이니,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것 같고 그렇다면 전파진흥원은 올해 무슨 목표를 세워놨을까?

유재홍 원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방송·통신·전파 진흥업무를 강화해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에 노력할 방침입니다. 우선 전파 산업과 방송콘텐츠 산업 분야에 관한 진흥사업에 역점을 두고 방송콘텐츠분야는 다른 업종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가 높고 새로운 블루오션이기 때문에 중점 추진할 생각이에요. 정책연구부문 인프라도 강화해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통신전파 융합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 이슈를 발굴하여 효율적인 정책지원 기능을 수행할 계획입니다. 우선 전파정책연구의 경우 전파정책과 법제도, 주파수 회수 재배치 및 손실보상,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방송통신 융합정책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여 디지털방송 전환과 IPTV·DMB 진흥방안, 신규통신 분야예측 등에도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앞으로 맡게될 기금운영에 관한 관리와 기반을 조성하고 지난해에 발족된 R&D분야도 최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습니다.

지난해까지 전파진흥원이 했던것과는 색깔이 많이 다른 일들이다. 하던대로 해서 될일도 아니다. 조직의 DNA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유 원장이 취임과 함께 변화와 도전을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강제적으로 변화를 겪을 수 도 있는 점을 분명히 했어요. 직원들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어달라고 한 겁니다. 방송통신과 미디어분야가 가져 올 변화는 지금까지 전파진흥원이 경험하지 못한 분야가 많습니다. 주파수 재배치 및 회수문제, 방송광고 시장, 디지털 전환에 따른 방송시장 변화, 지상파방송 저작권 문제 모두 중요한 이슈들이에요. 하나같이 폭발력을 갖는 사안들입니다.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할 수 밖에 없죠.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 이런 업무들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겠어요?

유 원장이 전파진흥원 조직 문화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세운 목표를 성취할 것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그럼에도 그는 꼭 한가지 만큼은 이루고 싶어한다.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발전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방송통신 융합을 지원하는 산하기관장의 입에서 나오는 SW 발전이라는 말은 구경꾼 입장에서 나름 신선하게 다가온다.

하드웨어보다 콘텐츠가 각광을 받는 시대잖아요. 국내 하드웨어 수준은 이미 전세계에서 최고 수준에 올라왔어요. 그러나 콘텐츠와 소프트분야는 취약합니다. SW와 콘텐츠가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개인의 창의력과 새로운 생태계 변화가 있어야 해요. 특히 요즘 화두로 떠오른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려면 누누이 강조해 왔지만 콘텐츠 유통구조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왜곡된 콘텐츠 유통구조로서는 훌륭한 콘텐츠가 나올 수가 없어요. 콘텐츠 제작자가 제대로 대접을 받는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되면 킬러 콘텐츠가 쏟아질 것입니다. 양질의 콘텐츠가 나올 수 있도록 진흥원이 판을 깔아주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말은 쉬워도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게 바로 SW 및 콘텐츠 산업 육성론이다. 바꿔야할게 너무 많은 탓이다. 유 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물론 쉽지는 않죠. 단숨에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도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방송콘텐츠 지원센터와 수출 전략형 글로벌 콘텐츠 제작지원, 방송콘텐츠 투자조합 유치, 방송콘텐츠 융자사업 유치 등이 활발히 펼쳐진다면 국내 방송콘텐츠 시장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방송통신 콘텐츠 유통구조가 선순환 방식으로 바뀌는 등 생태계에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 '최초'와의 끈질긴 인연이 만든 민간인 출신 기관장

유재홍 원장은 1953년 서울 출생으로 연세대 신문방송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1987년 미국 오레곤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 박사를 마쳤다. 이후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책임연구위원, 서초케이블TV 및 한국케이블TV 드림씨티방송 사장, 태광그룹 케이블TV사업담당 부회장을 거쳤다.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 초대 원장, 2006년에는 MBC애드컴 사장을 역임하는 등 방송과 광고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유재홍 원장에게는 유독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1회 졸업이고 KOBACO에서도 초대 책임연구위원을 지냈다. 최초라는 꼬리표는 이후에도 계속 그를 따라다녔다.

초대 복수케이블TV방송사업자(MSO) CEO가 되더니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 초대 원장까지 했고 민영화 이후 최초의 MBC 애드컴 사장까지 맡아버렸다. 전파진흥원이 향후 방송통신전파진흥원으로 새로 발족되면 초대 원장으로 기록되는 셈이니, 참으로 끈질긴 최초와의 인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 유재홍을 말할때가 된 것 같다. 그의 외모를 보면 고생을 모르고 살았았을 것 같다. 찬찬히 들여다 보면 아직도 귀티 나는 부잣집 아들이 연상된다. 실제로도 크게 틀린말은 아니다.

유복한 집안에서 4형제 중 둘째로 태어나 큰 어려움 없이 유년시절을 보냈고, 직장생활에서도 누구의 밑에서 일하지 않고 리더 역할만 해왔다. 지장, 욕장, 덕장 다 합쳐도 이길 수 없다는 '운장'이어서? 경제적으로 풍족했던 환경이 든든한 배경이 됐겠지만 무임승차나 행운으로만 시각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노력은 그가 강조하는 인생의 모토중 하나다.

예전부터 묻고 싶은게 있었다. 왜 CEO에서 전파진흥원장으로 변신을 시도했는지였다.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장관 자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을텐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아버지 영향도 있다는 말에는 솔직히 좀 놀랬다. 그의 부친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박정희 정권 시절 군 출신 고위공직자였다. 지난해 9월 한국전파진흥원장에 선임되면서 첫 공직생활에 발을 들여 놓은 것도 자식이 공직자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바램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고 한다.

생전 아버지는 제가 민간기업 사장으로 있을 때도 공무원이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공사를 구분해서 정직하게 공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발전의 터전을 만들었다고 굳게 믿으셨거든요. 전파진흥원장 취임 후에 아버님 산소를 찾아 '아버지만큼만 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대를 이어 공직에 입문한 것을 꼭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봐온 유재홍 원장은 유창한 화술을 갖춘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카리스마로 직원들을 확 휘어잡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처세가 뛰어난 사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에게 자신의 리더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조직에서 수장만 맡아하는 이유가 뭐냐는 의미였다.

글쎄요. 지인들이 농담 삼아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 말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사람들을 진실하게 대하기 때문에 매력이 있다고요. 가식적이지 않고 진정성이 있는 것이 리더십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지장이나 용장이라기 보다는 덕장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지금, 목표가 있다. 조직을 키우고 싶은 욕심도 있고 산하기관에 있던 나쁜 관습이나 관행을 임기 3년 내에 개혁해 보겠다는 포부도 있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10% 바꾸려면 몇배의 압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변화에 따른 저항도 있을 것이다.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업무도 마찬가지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만큼, 욕얻어먹기 딱 좋은 일이다. 이쪽말 듣고 있으면 저쪽에서, 저쪽말 듣고 있으면 이쪽에서 직격탄이 날라올 가능성이 높다. 명분과 일관성을 갖고 일해도 모두로부터 칭찬을 듣기가 쉽지 않다.

언변이 좋다고 될일은 아니다. 카리스마로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황에서 등장하는 카리스마형 리더십은 일을 망칠 수도 있다.

그래서다. 개인적으로 그가 했던 얘기중 진정성이라는 말을 주목하고 싶다.

유 원장 지인들의 말대로 그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고 그것이 진정성에서 나온 것이라면 앞으로 방통 융합이라는 중요하고 복잡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데도, 이것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올 한해 민간인 출신 전파진흥원장의 도전을 지켜보는게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