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PC 시장 '커지는 이유있었네'

일반입력 :2010/03/04 14:17    수정: 2010/03/04 15:24

남혜현 기자

새내기 대학생 김형욱씨는 학과 수업에 사용할 노트북을 장만하려 온라인 쇼핑몰을 찾았다. 검색창에 '노트북'을 입력하고 원하는 제품을 검색하다보니 'XXX 정식 리퍼' '공식 리퍼' 등 낯선 단어가 눈에 띈다. 포털 사이트에서 '리퍼'를 찾아보자 관련 사이트 및 질문도 수십개가 나온다.

댓글에는 가격대비 성능이 좋다라는 호평에서부터 직접 가서 살펴보고 사지 않으면 낭패볼 수 있다는 조언까지 이전에 리퍼제품을 사용해본 이들의 충고가 다양하다.

반품 제품을 손을 좀 본 것으로만 알려졌던 '리퍼비시(일명 리퍼)' PC가 최근 재고 제품으로까지 확대 적용되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대기업과 유통 업체 그리고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리퍼PC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게 관련업계의 평가다.

대기업은 그동안 신제품 시장에 타격을 준다는 이유로 리퍼 제품 판매를 배제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재고 제품을 처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하는 추세가 확산되는 모습.

업계 관계자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톱PC 등은 감가상각이 큰 제품군이기 때문에 신제품 교체 주기가 짧아 나온지 6개월만 지나도 단종되기 일쑤라며 출시된지 1년정도 지난 재고품들은 거의 헐값에 판매됐던 게 관행이다고 말했다.

최근 재고PC에 '리퍼'라는 이름을 붙인 후 정가의 60~70% 수준에 판매하는 유통 업체가 늘어나는 것이 대기업 입장에서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판매되는 리퍼제품은 포장을 뜯지 않아 새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PC 판매업체 입장에서도 리퍼제품은 짭잘한 수익원이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신제품과는 달리 리퍼제품은 '정가'가 없다. 따라서 판매처에 적당한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것.

중고노트북 판매점 아름다운 지인들의 맹운열 대표는 일반 소비자들이 신제품의 70% 가격으로 새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리퍼제품의 인기비결이라며 일부 판매업체에서는 한달에 리퍼PC로만 1억5천만원까지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외에 PC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도 리퍼 시장의 매력으로 꼽힌다.

빨리 제품이 단종되는 PC시장 생태계 때문에 '고가-고사양'이나 '저가-중고'로 양분됐던 선택군에서 사양은 신제품보다 낮아도 새것과 다름없는 리퍼 제품이 대안으로 등장했다는 이야기다. 굳이 고사양을 고집할 이유가 없는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다.

맹 대표는 소비자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품질과 애프터서비스인데 최근들어 국내외 기업의 제품 품질관리 부문이 성장해 리퍼제품의 고장율이 현저히 낮아졌다면서 일부 컴퓨터 제조사는 리퍼비시 제품의 경우 3개월의 품질보증기간을 제공하는 등 관련 서비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는 PC제조사에서 '리퍼'라는 표시를 단 채로 제품을 내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리퍼시장이 따로 관리해야 할 만큼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PC 재고가 있고 해당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존재하는 한 (리퍼시장이)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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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리퍼비시 제품이 새것과 같거나 품질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리퍼 제품 중에는 재고 뿐만 아니라 반품되어 돌아온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리퍼 제품선택과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우선 온라인 쇼핑몰을 비롯해 다양한 중고 및 반품 전문 사이트를 활용해 구입 예정인 상품에 대한 정보를 숙지해야 한다. 리퍼PC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반품 이유 역시 꼼꼼히 챙겨야 한다. 단순 변심 외에 제품 흠집이나 고장 등이 이유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상보증기간과 판매자 신용 정보 역시 잘 살펴야 향후 일어날지 모르는 돌발상황에 잘 대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