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앤샵 홍지선MD "MD의 환상을 버려라···"

일반입력 :2010/03/05 13:56    수정: 2010/03/05 17:30

이장혁 기자

이제 막 MD를 시작하는 분이나 혹은 MD를 준비하는 분이라면 '환상'을 가져서는 안될거에요.

한창 일에 대한 재미는 물론 완숙미를 가져갈 5년차 MD 디앤샵 홍지선씨는 현재 패션잡화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원래 의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옷을 만들기' 보다는 '옷을 파는'쪽에 더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제가 졸업할 당시만 해도 온라인쇼핑몰 MD라는 것은 참 생소한 직업이었어요. 그때는 패션 상품을 온라인으로 파는 시장이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래서 처음 입사한 곳이 당시 유명했던 오프라인 패션 업체였다. 홍MD는 사실 입사 후에도 온라인쪽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데.

솔직히 처음부터 온라인쪽 시장을 잡을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개인적으로도 그랬지만 한 선배의 권유로 신규사업(온라인사업)쪽이 전망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의지를 가지고 뛰어든 거죠.

원래 MD는 오프라인 개념으로는 상품을 기획하는 일과 상품을 유통하는 일로 나눠진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오면 MD는 기획과 유통을 같이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일까. 매일 시간을 초단위로 잘라야 할 정도로 시간과의 싸움이 많다고 한다.

초반에는 패션 상품을 전문으로 파는 온라인쇼핑몰 같은 것이 전혀 없었어요. 대부분 공동구매하는 정도가 다였는데 이쪽일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참 재미가 있더군요. 아무래도 오프라인과는 패러다임이 다르기도하고 상품기획부터 유통, 매출까지 여러가지 일을 함께 해내야 하기 때문에 힘은 좀 들지만 보람은 더 진한 것 같아요.

그녀가 담당하고 있는 트렌드 패션잡화관련 업무는 어떨까. 패션잡화란 언뜻 들어서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브랜드 제품이 아닌, 합리적인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가격대의 신발이나 가방, 지갑, 벨트, 양말, 스커프 등을 트렌드 패션잡화라고 통칭한다.

아무래도 패션과 관련이 있다보니 최신 트렌드를 읽는 것이 중요하죠. 사실 개인적으로는 특정 상품이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도 아무래도 기업의 매출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상품을 기획할 때 제 개인적인 취향보다는 어떤 것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을지, 어떤 것이 시장에서 반응이 좋을지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고민하고, 그것을 최우선으로 선정하죠.

다음 시즌에 인기를 얻을 만한 '잇(it)'한 상품을 선별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패션의 흐름을 읽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패션 컬렉션이나 기타 패션 정보지의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기본으로 해야하는 업무다. 여기에 직접 고객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백화점 명품 매장부터 동대문 보세 매장까지 전부 둘러보고 한 시즌에 유행할만한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른 분야도 비슷하겠지만 우선 신상품이나 인기상품을 미리 선별하는 것이 MD의 임무죠. 또한 제가 원하는 제품을 판매하거나 생산할 수 있는 셀러를 선정하며 신규 셀러 발굴이나 입점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패션쪽은 유행에 민감하다보니 항상 주변을 다닐때 사람들의 옷이나 액세서리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눈여겨 보는것도 필수적인 요건이죠.

홍MD는 패션에 평소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항상 새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일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는데.

MD라면 물론 소비자들과의 관계도 있지만 좀 더 중요한 관계가 상품을 함께 준비해야하는 셀러들이에요. 업체들과 협업이 잘 될때는 괜찮은데 가끔 협업이 안 될 때가 있어요. 예를들어 어떤 제품을 언제까지 내놓기로 했는데 기간내에 그 제품이 나오지 않는다던가 혹은 저희 쇼핑몰이 아닌 다른 쇼핑몰에 먼저 제품을 출시한다던가 하는 일이죠. 신뢰에 금이 갈때가 가장 힘들었던 상황이었던거 같아요.

그녀는 현재 MD를 꿈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단순히 겉으로만 보이는 MD가 전부인양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최근 MD일이 주목받고 어느정도 인기가 있다보니 예전엔 없었던 MD아카데미 등 다양한 전문기관들도 속속 생기고 있는 상황이에요. 실제로 모 쇼핑몰이 공채로 MD를 뽑았는데 알고보니 학벌도 좋고 예쁜 신입 MD들이 전문기관을 통해 MD교육을 받기도 했더라고요. 그런데 가끔 MD일이 업체의 상품을 팔아주는 역할을 하니까 업체를 상대로 '갑'의 위치에서 바라보기도 하는데 이런 생각은 버려야될 것 같아요.

관련기사

가끔 업체를 상대로 무리한 요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초보MD들도 눈에 띄고 있다는 것. 무턱대고 가격을 다운시키거나 물량을 쏟아내라는 주문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업체와 항상 상생하는,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홍MD는 강조했다.

한가지 더 알려드리고 싶은 점은 MD가 각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활동을 하지만 동종업계 트렌드나 인맥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업종에서의 트렌드나 인맥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열린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요. 결국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하게 되거든요. 물론 저도 아직 배우는 입장인데요 제가 그동안 착각하거나 잘못생각했던 것들을 후배들이 답습하지 않았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