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농촌 MMO ‘두덕리 온라인’ 인기 상한가 비결은?

일반입력 :2010/03/03 11:03    수정: 2010/03/03 11:22

봉성창 기자

“매번 똑같은 랩업 노가다, 죄다 어디서 본 듯한 몹 디자인, 고게 고거인 스킬과 직업시스템 까지…”

온라인게임을 좋아하는, 특히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신개념 농촌 MMORPG ‘두덕리 온라인’은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줄줄이 쏟아지는 양산형 MMORPG가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이용자들에게 평소 체험할 수 없는 가상 현실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방향은 고도의 도시화가 진행된 현대사회의 각박함을 탈피해 농촌으로 잡았다. 그리고 가장 농촌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두덕리’를 모델로 삼아 탄생한 게임이 바로 ‘두덕리 온라인’이다.

■답글 놀이에 이어 실제 개발 움직임도 보여

이쯤 되면 눈치 채겠지만 ‘두덕리 온라인’은 실제로 존재하는 게임이 아니다. 네이버 연재 웹툰 중 하나인 ‘이말년 시리즈’에 등장하는 가상의 설정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은 ‘두덕리 온라인’에 열광하고 있다. 상편과 하편으로 나뉘어 연재된 ‘두덕리 온라인’은 상편이 올라온 지난달 24일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마치 이용자들은 ‘두덕리 온라인’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답글놀이를 시작해 일주일만에 1만 5천여건이 올라왔다.

아이템을 판다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길드모집을 하는 사람도 등장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장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은 답글 게시판을 통해 실제 온라인게임보다 더 재미있게 ‘두덕리 온라인’을 즐겼다.

발빠르게 ‘두덕리 온라인’ 커뮤니티도 개설됐다. 3일 현재 두덕리 온라인 카페의 회원수는 4천여명 가량. 게시물도 3천건이 넘는다. 단순히 리플놀이를 커뮤니티에서 하고자 만든 것이 아니다. 실제로 네티즌들이 힘을 모아 ‘두덕리 온라인’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불과 5일만에 알파테스트 버전이 올라왔다. 비록 게임의 완성도나 그래픽은 전문적인 개발사들의 그것과 결코 비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두덕리 온라인’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우린 차별화된 게임을 원해

네티즌들은 왜 이토록 ‘두덕리 온라인’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네티즌들은 입을 모아 ‘공감이 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름만 다를 뿐 실제로 해보면 하나같이 거기서 거기라는 온라인게임의 천편일률적인 모습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농촌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삼은 ‘두덕리 온라인’은 일단 여타 게임과 확실히 차별화를 꾀했다. 게임을 좀 더 들여다 보면 더욱 그렇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젊고 예쁜 캐릭터는 찾아볼수 없다. 농촌의 현실을 반영해 할아버지 아니면 할머니만 등장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NPC인 ‘소’를 클릭하면 퀘스트가 주어진다. 소죽을 만드는 것인데 실제 소죽을 만드는 것과 동일하게 40분간 마우스를 젓개로 삼아 휘휘 저어줘야 한다. 이 와중에 술고래 할아버지의 술을 사오지 않으면 결국 공격을 받고 죽게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감이 살아있는 세밀한 설정 역시 ‘두덕리 온라인’만의 매력이다. 네티즌들은 이러한 ‘두덕리 온라인’의 설정에 폭발적인 반응으로 보답했다. 이는 다시 말해 기존 온라인게임사들에게 전하는 하나의 메시지이자 경고인 셈이다.

■ 익숙함과 차별화의 줄타기

‘두덕리 온라인’ 상편이 게임 이용자들의 심정을 대변했다면 3일 업데이트된 하편은 게임 개발사들의 고충을 설명하고 있다.

‘두덕리 온라인’을 만든 외길게임은 첫 게임 성공 이후 연이은 실패로 회사의 존폐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혜성같이 등장한 한 기획자의 청산유수와 같은 제안을 받아들여 ‘두덕리 온라인’의 개발을 결정한다.

외길게임은 모든 개발노하우와 역량을 집결해 2년여 간의 개발에 돌입한다. 초기 반응은 훌륭했다. 게임 이용자들은 몰려들었고 너도나도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극중 등장하는 ‘덕후’도 이중 하나다. 그러나 불과 1시간 만에 결국 설치된 게임 프로그램을 삭제해 버린다. 게임이 너무 생소했던 것이다. 결국 외길게임은 도산하고 만화는 막을 내린다.

사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국내 온라인게임업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수년간 젊은 개발자들이 야심차게 개발한 게임이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용자들의 외면 속에 사라지는 일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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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잘 알고 있는 게임사 경영자들은 결국 인기 게임과 비슷한, 그래서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게임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의욕있는 개발자들의 창의적인 발상이 사장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수십억원 혹은 그 이상의 자본이 투입되는 비즈니스에서 도박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두덕리 온라인’은 단순한 웹툰이 아닌 우리나라 게임업계의 현실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두덕리 온라인’을 보고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