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간에서 이른바 ‘대박’을 친 웹툰들이 영화화 되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짜임새 있는 구조가 매력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잇단 인기 웹툰의 영화화 소식에 업계와 네티즌들로부터 적지 않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영훈 작가의 ‘트레이스’가 영화화 결정을 비롯해 다수의 웹툰이 영화화를 준비중이다. 이미 촬영이 진행 중인 윤태호 작가의 작품 ‘이끼’는 강우석 작가가 메가폰을 잡아 화제를 모았다.
이들 웹툰은 재미는 이미 많은 독자를 통해 검증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웹툰 소재 영화가 이미 스포일러에 노출돼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인지도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원작 자체가 일종의 스포일러가 된 셈이다.
장르 특성상 드라마의 경우에는 영향이 적다손 치더라도 ‘아파트’, ‘타이밍’ 등 호러나 스릴러 같은 장르는 타격이 크다. 게다가 웹툰의 특성상 7천~8천원을 주고 봐야하는 영화와 달리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스틸컷을 동영상으로 바꾸는데서 오는 부조화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현재 대부분의 웹툰은 종스크롤 방식이다. 스크롤에 따라 긴장감을 조성하거나 특정 효과를 극대화하는 등 작품 내에서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여백을 웹툰의 또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또한 웹브라우저의 특성상 ‘스크롤의 압박’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세로 분량이 무제한이 가까워 표현 자체가 자유로운 것도 한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여백의 효과가 영상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반감된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강풀 작가의 작품들이 영화에서만 유독 쓴 잔을 마신 이유도 이 때문으로 분석했다. 강풀 작가의 뛰어난 컷 연출을 영상에서 표현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다. 기대를 모았던 ‘아파트’(2006, 약 55만명 관람), ‘바보’(2008, 약 97만명 관람), ‘순정만화’(2008, 약 74만명 관람)는 원작의 인기에 비해 흥행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시간제한’도 한 요인이다. 영화의 경우 2시간 남짓한 영상에 웹툰의 긴 내용을 압축하려다보니 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보통 영화화되는 웹툰은 서사적인 성향이 강하다. 짧은 분량의 ‘일기형 웹툰’이 아니라 방대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들기 버거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체적인 스토리 흐름상 어느 부분을 마음대로 뺄 수도 없다. 편집을 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아울러 웹툰을 본 관객의 경우에는 ‘원작을 얼마만큼 영상으로 잘 옮겼냐’도 영화 감상의 한 포인트가 된다. 영화를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문화적 감성이 풍부한 웹툰이 영화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웹툰을 영화로 이식할 때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