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통신시장은 개방과 협력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내 통신산업 특성상 KT, SK텔레콤, LG텔레콤 등 기간통신 3사가 폐쇄적 사업모델로 시장을 주도해 왔지만, 최근 굳게 잠근 문을 열고 있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는 올해 후발사업자나 중소 협력업체의 시장 진출 문턱이 낮아지면서 통신시장에 상생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통신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는 상생은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각 통신사의 통신 인프라 내에서 가능한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한 기존 사업 방식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정부도 주파수 자원의 합리적인 재배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통신사들 역시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MVNO) 허용과 통신 관로/전주의 공동사용,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등 경쟁 보다는 상생의 길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찾고 있다.
이러한 통신사의 상생 의지는 신사업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온세텔레콤과 같은 사업자가 이르면 내년 초 국내 첫 MVNO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KT는 음성 MVNO가 아닌, 데이터 MVNO에 적극적인 망 개방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또한 상생협력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올해부터 국내 통신시장은 데이터 MVNO의 등장으로 무선데이터 비중의 점진적 확대가 예상된다. 이통사의 망을 빌려 쓰는 MVNO가 추후 전자책이나 텔레매틱스, 게임포털 등의 분야 진출을 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망 임대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MVNO는 역시 신사업 분야의 진출로 새로운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상생을 위한 작은 노력…전자책 사업 가시화
근본적으로 통신사는 MVNO의 등장을 반기지 않는다. ‘제4의 이통사’인 MVNO는 결국 좁디 좁은 국내 이통시장에 경쟁자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터 MVNO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무선데이터 사용량의 증가로 망 투자에 대한 부담은 늘겠지만, 차세대 수익원인 무선데이터 매출을 늘리기 위한 협력은 통신사에게도 도움이 된다.
현재 KT가 데이터 MVNO 사업을 추진 중이다. KT와 교보문고는 지난해 9월 전자책 사업에 대한 MVNO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교보문고가 확보한 디지털 책 콘텐츠를 KT의 이동통신망을 통해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KT는 무선데이터 시장 활성화와 함께 포화된 이동통신시장의 활로를 뚫고 협력사간의 상생을 도모하고자 데이터 기반 MVNO 육성 전략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교보문고와의 전자책 사업도 그 연장선으로 보면 된다.
SK텔레콤도 데이터 MVNO 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유통업체와 상생모델 구축에 나섰다. 또 국내 사업 파트너 및 중소기업, 벤처기업과의 연구개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상생혁신센터(OIC)를 구축하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공동 개발한다는 로드맵을 내놓기도 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파트너스데이 행사에 참석 "지금까지 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 자금지원, 중소벤처의 사업 환경 개선을 위한 MD테스트센터 오픈 등의 파트너 지원 활동을 강화해왔다"며 "앞으로 파트너와의 상생적 에코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공 신화를 일궈 내겠다"고 전했다.
LG텔레콤도 오는 2월 인터파크 전자책 단말기에서 도서/신문/잡지 등을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통신망을 개방할 예정이다. 인터파크도서는 LG이노텍에 단말기 외주 생산을 맡겨 2월에 전자책 단말기와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와 아이리버가 전자책 단말기를 선보였지만 큰 호응은 없었다. 콘텐츠도 부족했고 무선인터넷이 지원되지 않아 콘텐츠를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데이터 MVNO의 등장은 통신사와 협력사간 상생 분위기를 고취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토종 앱스토어, 또 다른 상생 분위기 조성
지난해 말,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시대 개화도 상생 분위기 조성에 한 몫 하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의 한국형 앱스토어를 근간으로 한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의 조성 역시 상생의 대표적인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통신사들은 이를 통해 콘텐츠 개발과 유통 구조를 개방하는 등 독불장군식 영업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일례로, SK텔레콤의 앱스토어(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인 ‘T스토어’에서는 숍인숍 방식으로 온라인 매장을 삼성전자 등 타사에게 개방했다. 올해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앱스토어에 문호를 개방하고 각 앱스토어에 대해 차별 없는 접근을 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앱스토어와 연동 가능성도 열려있다. KT 역시 ‘쇼앱스토어’ 활성화를 위해 이와 비슷한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 앱스토어를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통신사는 기본적으로 앱스토어 오픈 전략을 수립하고 개인 개발자의 육성뿐 아니라, 한국형 앱스토어를 통해 각종 애플리케이션 유통 구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것이다.
한국형 앱스토어의 생태계는 애플이 구축한 앱스토어의 그것과는 다르다. 애플은 자사의 아이폰과 아이팟터치 단말기에 대응하는 독립적인 애플 앱스토어를 구축, 타 단말기와의 연동은 막아 놓은 폐쇄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한국형 앱스토어는 기본 전략이 다양한 단말기나 운영체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며, 스마트폰으로는 경쟁 통신사의 가입자도 제한 없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방통위, 통신 시장 상생 위해 적극 지원
정부도 통신산업에서의 상생 여건 조성에 팔을 걷어 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두 번째 청사진을 제시했다. 방통위는 오는 2013년까지 ▲무선인터넷 요금인하 ▲스마트폰 보급 확산 ▲망개방 제도개선 ▲콘텐츠 시장 활성화 ▲무선 광대역 인터넷망 기반 수요창출 등 5대 핵심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무선인터넷 활성화 계획은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의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관련 분야의 가치사슬의 선순환을 가져오는데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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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방통위는 중소사업자 차별문제 해소를 위해 올해 초 전담반을 구성, 접속료에서 중소기업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중소 기업 간 공동서명한 상생협력선언문을 담은 액자를 소개하며 "상생은 어느 한 주체가 손해를 보고 도와주는 것이 아니고 서로 약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고 위기를 같이 극복해나가는 '함께 성공하는 전략'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