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 공성전 재미가 실종된 까닭은?

일반입력 :2010/01/29 19:03    수정: 2010/01/29 19:06

봉성창 기자

게임업계 전문가들이 꼽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핵심적인 재미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사용자간 대결(PvP), 집단 사냥(레이드), 아이템 강화(인챈트)가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PvP는 엔딩이 없는 MMORPG의 최종 콘텐츠로 이용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후반부 핵심 콘텐츠다. ‘성’이라는 게임 내 가장 큰 이권을 두고 다투는 공성전은 길드를 중심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에게 높은 몰입도를 선사하며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선보이는 MMORPG들에서는 이러한 공성전이 아예 빠지거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게임 전문가들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기록적인 흥행 이후로 모자란 후반부 콘텐츠를 공성전이 아닌 레이드 전투가 빠르게 채워나갔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굳이 공성전을 넣지 않더라도 이를 대체할만한 콘텐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과거 ‘리니지’ 공성전의 향수를 갖고 있는 오랜 게임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다소 안타까운 현실이다.

개발 단계에서 문제점도 있다. 3D MMORPG에서 공성전을 구현할 경우 과도한 트래픽이 발생해 원활한 플레이가 어렵다고 한다. 공성전의 특성상 한꺼번에 수백 명의 이용자가 한꺼번에 전투를 해야 하는데 2D 게임과 달리 PC 요구 사양이 상대적으로 높은 3D에서는 이를 원활하게 처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개발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특히 ‘리니지’ 공성전의 핵심 재미이기도 캐릭터 간 충돌은 기술적으로 더욱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서버 부하가 배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길드원들이 서로 역할을 정해 입구를 막고 성을 지키는 진행 방식도 최근 게임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최근 3년간 발표된 3D 그래픽 MMORPG 중 공성전을 지원하는 게임은 갤럭시게이트가 개발한 ‘카로스 온라인’과 한빛소프트의 ‘에이카 온라인’ 정도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캐릭터 간 충돌을 지원하는 게임은 ‘카로스 온라인’ 뿐이다. 다음달 업데이트 될 예정인 ‘카로스 온라인’의 공성전을 살펴보면 마치 ‘리니지’ 공성전의 환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 진행 방식이 유사해 눈길을 끈다.

카로스 온라인’의 공성전은 일단 외성과 내성으로 나눠져 총 6곳의 진입 포인트를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진다. 가장 방어력이 강한 캐릭터들이 입구를 막고 그 뒤를 원거리 공격 캐릭터와 회복 능력을 가진 캐릭터가 받쳐주면서 입구를 지키게 되는 것. 이는 마치 ‘리니지’의 공성전 양상과 유사한 부분이다. 물론 공성투석기 등을 이용해 외성을 파괴하는 등 독자적인 특징도 존재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과거 공성전을 지원한 몇몇 3D MMORPG에서는 네트워크 부하를 최소화 하기 위해 충돌이 되지 않도록 했다. 결국 방어력이 높은 캐릭터들이 무더기로 방어선을 뚫고 목표지점으로 달려가 난전이 이뤄져 공성전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그러나 ‘카로스 온라인’은 진입포인트를 두고 벌어지는 공방전으로 인한 한층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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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전무후무한 인기를 누린 이유도 바로 입구를 막고 진행되는 공성전의 전략적인 방식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공성전의 승리를 위해 전국의 길드원 100여명이 음식점에 모여 전략 회의를 하고 친목을 다졌다는 이야기가 결코 허황된 거짓이 아니라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카로스온라인’을 개발한 갤럭시게이트 김성현 실장은 “캐릭터간 충돌 구현을 위해 처음부터 사양 최적화에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그 결실로 대규모 공성전이 동시에 가능한 시스템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