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디지털가전의 화두는 "이종융합"

카메라 달린 냉장고에서 안드로이드 기반 세탁기까지

일반입력 :2010/01/21 13:53    수정: 2010/01/21 14:30

류준영 기자

자동차와 TV는 PC를, 냉장고는 디지털카메라와 결합되고 세탁기는 휴대폰 플랫폼인 안드로이드와 만나 지능형 가전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종 제품간의 융합이 제품경쟁력의 핵심 키워드로 확대될 추세다. 아날로그 제품과 디지털 기술간의 결합이 올해 가전시장의 핫-이슈(Hot-Issue)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문강호 삼성전자 디지털에어솔루션즈(DAS) 사업부 팀장은 “지금까지 에어컨은 아날로그 제품으로 인식돼 왔으나 디지털기술과 접목되면서 더욱 디지털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하우젠제로’ 에어컨은 2대의 디지털카메라와 유(U)맞춤센서를 장착하고 있다. 이는 공간 내 사람 수와 위치를 파악하여 바람의 방향 및 세기를 자동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실내 온도에 따라 바람의 양과 세기를 스스로 조절하는 인버터 모델은 최대 75%까지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LG전자도 이와 유사한 콘셉트 제품으로 맞불을 놨다. ‘2010년형 휘센 에어컨’에는 휴먼케어 인버터 기술이 적용됐다.

이는 실내외 온도에 따라 에어컨의 냉방능력을 자동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기존 일반형 에어컨 대비 냉방 속도가 2배 가량 향상됐고, 전기료도 최대 72%까지 절감할 수 있다.

또 냉방 시 시간에 따른 인체의 평균 피부온도 변화를 예측, 냉방온도를 자동 조절하는 ‘인체순응알고리즘’과 사용자의 위치, 인원수를 감지해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자동 조절하는 ‘인체감지센서’로 구성된 휴먼케어 로봇 기술도 디지털기술이 견인한 에어컨의 색다른 차별포인트로 손꼽힌다.

디지털과 결합된 에어컨은 전기료에 대한 사용자의 걱정을 덜어주는 제품으로 또 한번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정용 에너지관리사업에 본격 참여키로 한 인텔은 아톰 칩셋 기반의 에너지 관리제품들이 에너지 절감에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1와트(W) 저전력 PC 개발이 가전시장까지 전이되고 있는 것.

예컨대 인텔은 터치스크린과 온라인전화, 비디오 메시지 등을 활용한 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홈에너지관리증명콘셉트(IEMPC) 기기가 전력소비를 줄여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텔 홍보 총괄 한인수 이사는 “임베디드 방식의 CE(소비자가전)는 인텔의 신성장동력으로 관심도가 무척 높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이 가장 활발한 곳은 자동차 시장이다. 포드자동차는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탑재된 차량용 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반도체 제조사인 프리스케일과 함께 ‘싱크시스템’을 차량 내 설치했다.

이는 종합적인 제어시스템으로 개인 모바일기기를 차량 내 거치대에 부착하면 음성 명령을 통해 자유롭게 작동시킬 수 있다. 프리스케일은 터치 디스플레이와 언어 탐지 기능이 포함된 프로세서 기술을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기아자동차가 소비자가전쇼(CES) 2010에서 선보인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시스템 ‘유보(UVO)’도 포드와 유사한 콘셉트의 장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 개발한 ‘유보’는 차량용 멀티미디어 운영체제로 차량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차량 내 멀티미디어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음성인식 제어 엔진을 적용, 운전자의 음성으로 오디오와 미디어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유보는 기아자동차의 '쏘렌토R'과 '포르테 쿱'에 장착됐다.

짐 벅코스키 포드 부사장은 “PC에서 마우스가 하는 것처럼 자동차를 위한 것도 필요하다”라며 “디지털과 자동차간 융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나아가 아우디(Audi)는 차량 내에 그래픽카드(제조사: 엔비디아)를 넣었다. PC에 전유물이던 GPU가 자동차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아우디에 장착된 ‘3G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MMI)’ 시스템은 3차원 지형 데이터 및 실시간 교통정보, 음성경로 지시 등을 수행한다. 운전자의 예측을 용이하게 하고 보다 안전한 운전을 돕는다는 취지로 고안된 것.

이는 GPU를 탑재한 신형 차량용 내비게이션으로 풀(Full) 3차원(D) 내비게이션 및 두 개의 동영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듀얼 존(Dual Zone)’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 차량 내비게이션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고성능 그래픽을 구현케 한다.

여기서 말한 ‘듀얼 존’ 엔터테인먼트란 뒷좌석에 각각 설치된 두 대의 모니터에 서로 다른 영화를 재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우디와 엔비디아는 내년께 출시할 신형 A8 모델에 3G MMI를 ‘구글어스’가 연동시킬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V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LG전자가 선보인 ‘브로드밴드TV’는 인터넷전화업체인 ‘스카이프’와 손잡고 인터넷을 통해 영상 및 음성통화와 화상회의를 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TV 속에 인터넷전화 소프트웨어(SW)를 탑재해 기존 PC에서 기능했던 무료인터넷전화를 TV에서 대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강신익 홈 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 사장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제품이 차세대 컨버전스 TV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 소니, IBM이 공동 개발한 셀(CELL) 프로세서를 장착한 ‘셀TV’는 PC를 통째로 삼킨 경우다.

셀TV에 사용되는 프로세서는 일반PC에 사용되는 CPU 보다 10배나 빠른 연산속도를 지녔다. 또 2D 영상을 3D로 전환하고, 802.11n 네트워크 기능도 함께 제공한다.

콘텐츠를 저장하는 셋톱박스 역할을 할 1테라바이트(TB)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도 장착돼 있다.

이 셀TV는 일본 시장에서 지난해 12월 1만 달러에 판매돼 1천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지금까지도 판매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도시바는 “셀TV는 TV와 컴퓨터간의 통합이란 큰 트렌드를 만든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탁기와 냉장고, 오븐까지도 이 같은 결합형 제품들에 득세가 예고돼 있다.

터치레볼루션이 만든 ‘님블(Nimble)’ 세탁기는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탑재하면서 디지털화됐다.

직관적인 터치 UI(사용자 환경)을 지원하고, 옷의 재질과 관련된 정보를 입력하면 이에 맞는 세탁 방법을 제시한다.

또 대우일렉의 클라쎄 '드럼업II'(모델명: DWD-129RRP)은 자동으로 세제를 투입하는 '스마트 세제 자동투입 시스템'을 적용시켜 편리성을 높였다.

이는 세탁기 상부에 액체세제와 섬유유연제 자동 투입장치를 설치, 세탁 시 마다 세제를 투입하는 번거로움 없이 자동으로 세제가 투입되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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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회사에서 만든 ‘말하는 오븐’ 클라쎄(모델명: KC-S340PX)의 경우도 국내 최초로 음성안내 기능을 채용한 제품이다. 제품 후면에 위치한 스피커를 통해 모든 메뉴 및 단계별 조리방법을 음성으로 제공한다.

대우일렉 마케팅팀 권대훈 과장은 “조작에 능숙하지 못한 노인과 어린이들도 손쉽게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을 녹여낸 아이디어제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