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UX가 좋다고 하는데, UX는 무조건 좋다 나쁘다할 수 없어요. 아이팟을 선물하면 처음에는 어렵다는 말도 많습니다. 어떻게 켜는거냐고 물어올때도 있어요. 그러나 아이팟은 한번 배우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UX에 있어 애플은 자기만의 스타일을 일관성있게 제공합니다. 그러면서 주관적이죠. 다른 기업들과는 뭔가 다릅니다.
국내 최대 인터넷 업체 NHN에서 사용자 경험(UX) 업무를 총괄하는 조수용 이사의 말이다. UX 경쟁력은 이른바 '베스트 프랙티스' 모델로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남을 따라하기 보다는 자기만의 주관을 갖고 일관되게 밀어부칠 수 있어야, 제대로된 UX 파워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을 벤치마킹만하는 미투(me too) 전략은 먹혀들기 어렵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의 얘기는 계속된다.
UX관점에서 아이폰을 바라보면 저는 즉시 응답성을 높게 평가해요. 애플이 다른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놓지 않았던게 바로 이거에요. 터치하는 순간 반응하는 것을 구현한 겁니다. 아이폰 첫화면이 단순하잖아요? 켜자마자 보여줘야 하니까. 이걸 위해 애플은 나머지는 포기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UX 전략이죠.
조수용 이사의 UX철학은 '일관성'과 '주관'이라는 두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그는 UX는 어느 부분까지는 보편 타당함을 지향하지만 경쟁력을 가지려면 네이버스럽다처럼 자기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면서 기업이 UX를 통해 브랜드 파워를 높이려면 주관을 갖고 일관성있게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회사 차원에서 밀어주지 않으면 기업 UX 담당자들은 주변에서 나오는 '이래라 저래라'에 왔다갔다할 수 밖에 없다.
CEO가 한마디하면 바꾸고,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하면 또 바꾸고... 이래서는 주관이나 일관성이 생길리 없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무색무취형 UX가 될 가능성이 높다.
조수용 이사도 기업이 UX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담당자들이 주관을 갖고 일관성있게 이끌어갈 수 있는 문화는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려면 경영진의 지원은 필수. 그는 UX담당자들이 주관을 갖고 일관성있게 일을 할 수 있느냐는 그 기업의 UX 품질과 비례한다면서 애플은 UX는 일관성있게 제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좋고 나쁨을 떠나 자기만의 것으로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우수한 것이라는 얘기였다.
NHN의 경우 UX 전담팀을 가동한지, 벌써 6년째다. 조수용은 이사는 NHN 최상위 임원진으로 활동중이다. 회사차원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위치. 그래서인지 NHN은 국내 UX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교적 UX에 많은 투자를 하는 회사로 꼽힌다.
NHN에는 좋은 UI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어떤 UX가 어울리는지가 핵심이다. 그게 브랜드고 마케팅이며 디자인이다. 자기만의 색깔은 NHN UX 전략에 있어 알파요 오메가인 셈이다.
이제 NHN이 추구하는 UX를 말할때가 된 것 같다. 조수용 이사에 따르면 NHN이 주관을 갖고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UX전략의 핵심은 신뢰감있고, 빠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디자인은 예쁘게 보이는게 아니라 신뢰감을 표현하는 겁니다. 웹도 마찬가지에요. NHN 웹페이지를 보고 있는데, 인쇄물을 보고 있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습니다. 의도한 겁니다. 이런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네이버 메일이나 캘린더를 새로 디자인했는데 좀 썰렁합니다. 버튼도 윈도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것을 써요. 못해서가 아닙니다. 빨라보이도록 하기 위한 거에요.
디자인은 예쁜게 아니라 신뢰감을 주는 것이라는 말은 다소 애매모호하게 들린다.
디자인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는거죠. 기능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디자인은 좋아질 수 없습니다. 이미 디자인학과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디자인을 하지 않아요. 심리학만 잘해도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림 못그려도 디자인학과 들어갈 수 있어요. 기능과 경험에 대한 통찰력이 있으면 디자인학과 나와서 디자이너로 활약할 수 있습니다. UX에 다루는 디자인은 논리적이면서 프로세스를 인간중심적으로 만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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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UX 디자이너들은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는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구성할지를 논리적인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수용 이사는 디자이너들은 사용자들이 의도한 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를 설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국내 대기업들에서도 논리적인 디자이너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