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MS 클라우드 연합의 관전포인트

일반입력 :2010/01/14 16:35

황치규 기자

휴렛패커드(HP)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세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공략을 위해 손을 굳게 잡았다. 제품 공동 개발 및 마케팅을 위해 3년간 2억5천만달러를 투자한다고 한다.

양사 모두 이번 협력에 대해 단순히 제품을 물리적으로 묶어파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화학적인 통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 마크 허드 HP 최고경영자는 "역대 가장 깊이 있는 협력 모델"이라고 치켜세웠다.

HP와 MS는 이번 협력을 통해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제공하게 된다. 예를 들면, HP 서버와 스토리지 그리고 네트워크 장비에 MS 익스체인지나 SQL 데이터베이스 서버와 같은 솔루션을 결합해 판매하는 식이다. 양사는 또 MS가 제공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윈도애저를 고객들에게 공동 프로모션도 하게 된다.

HP 입장에서 MS와의 긴밀한 협력은 '숙적' IBM을 상대로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HP의 경우 제공할 수 있는 SW제품군에 있어 IBM에 밀리는 상황이다.

MS와의 협력을 통해 HP는 오라클 DB와 마찬가지로 MS 데이터베이스 SQL서버도 자사 하드웨어와 통합하게 된다. 가상화와 시스템 관리도 포함하고 있다. HP는 MS SQL서버와 하이퍼-V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 성능 향상을 위해 일부 하드웨어에 대해 리엔지니어링도 추진하기로 했다.  윈도 기반 데이터센터 환경 강화 차원에서 HP 인사이트&비즈니스 테크놀로지 옵티마이제이션 등 관리 소프트웨어도 강화하기로 했다.

양사는 조만간 새로운 MS 시스템 센터 관리 툴을 HP 프로라이언트 서버에 추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IT관리자들이 데이터센터에서 전력 관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MS와 HP는 데이터센터 워크 플로우 관리를 향상시기 위한 솔루션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MS가 직접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 HP가 우선 하드웨어 공급업체가 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HP와 MS간 협력은 통합 데이터센터를 향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이를 통해 외부에 시스템을 맡기지 않은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내부에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 결국 클라우드 열풍이 양사간 끈끈한 협력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스티브 발머 MS CEO도 "HP와의 협력은 클라우드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HP와 MS의 행보는 최근 IT업계 트렌드를 반영한다. 서버와 스토리지 그리고 네트워크에 관련 SW까지 한꺼번에 제공하는, 이른바 원스톱 플랫폼 전략이다. IBM, 시스코, 오라클 등이 모두 이같은 방향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고 있다.

시스코는 지난해 11월 스토리지 업체  EMC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통합 플랫폼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스코 서버와 네트워크, EMC 스토리지, VM웨어 서버 가상화 플랫폼을 하나로 묶어 원스톱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오라클도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를 통해 하드웨어와 미들웨어 그리고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시스템 전략을 승부수로 던졌다. IBM은 엔터프라이즈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통합 제공하기 위해 최근 몇년간 정보 관리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많은 업체들을 집어삼켰다.

경기 회복 신호가 보이면서 원스톱 플랫폼을 향한 거물급 IT기업들의 행보는 급물살을 타는 모습. 빈구멍을 메우려는 인수합병(M&A)이 산업 전반에 걸쳐 쏟아지고 있다. 

 

오라클은 지난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다고 발표했고, HP는 쓰리콤 인수로 시스코가 호령하는 네트워크 시장에서 지분 확대를 노리고 있다. 시스코 역시 HP의 주특기중 하나인 서버를 내놓은 공격적인 카드를 뽑아들었다.

원스톱이란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관련 업계의 영토 확장 전략은 IT업계 판세가 몇몇 거대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마크 허드 HP CEO는 신뢰할 수 있는 몇몇 기업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P와 MS간 연합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소수 거대 기업들이 원스톱 플랫폼을 앞세워 IT업계를 들었다놨다 하게 되면 고객 입장에선 가격 협상력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이 IT업계에서 벌어지는 합병과 파트너십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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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와 MS간 연합은 IT업계 역학관계 변화에도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MS와 밀월을 즐기게될 HP가 그동안 협력해왔던 오라클, VM웨어와 어떤 관계를 가져갈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MS와의 협력이 재미를 볼 경우 오라클, VM웨어와의 관계는 멀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MC의 자회사인 VM웨어는 HP가 일대일로 대결하는 시스코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에 대해 HP는 MS와의 제휴로 기존 협력 네트워크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마크 허드 CEO는 오라클에 대해 "앞으로도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가상화도 마찬가지. 허드 CEO는 "MS 하이퍼-V는 모든 HP 서버에서 기본 가상화 엔진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VM웨어와의 협력도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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