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에 걸쳐 이어졌던 옥션 개인정보유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옥션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옥션은 이번 판결로 한 숨을 돌리게 됐다. 소송인단 14만5천여명, 소송가액만 1천500억원이나 되서 자칫 손해배상액 규모가 컸다면 올 한해 경영전략을 다시 짜야 될 수도 있었기 때문.
사실 마지막 변론 때까지만 해도 소송에 참여했던 소송인단은 손해배상액이 어느정도 될 것인가에 대해서만 생각했을 정도로 승소에 자신감을 가졌었던 만큼 이번 판결에 대해 상당히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옥션의 보안시스템과 해커의 해킹 기술 또는 해킹 방지의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해킹을 막지 못한 아쉬움은 있으나 옥션의 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즉, 옥션 개인정보유출 피해는 맞다고 해도 옥션이 절대적으로 잘못하진 않았고 또 옥션도 해킹의 직접적인 피해자라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 판결했다는 것.
또한 옥션이 해킹 사실을 인지한 후 즉각적인 신고는 물론 대책마련에 고심했다는 것을 법원도 인정했다는 점은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개인정보유출사건에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를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킹 사고는 한 해 동안 약 5천건 이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이를 스스로 신고한 기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보안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해킹을 100%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고 할 정도로 시간이 갈 수록 해킹 기법도 정교해지고 진화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기업들도 나날히 진화하고 있는 해킹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자원과 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개인정보유출이나 기타 관련 행위가 발견되었을때 이를 즉시 신고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엄청난 벌금을 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우선 쉬쉬 하면서 숨기려는 경우가 많다는 것.
거기에 이런 일이 발생할때마다 항상 회자되는 집단소송도 조금 더 생각해 볼 문제다.
LG텔레콤의 경우만 보더라도 소송 승리로 결국 소송인이 얻는 소득은 5천원 정도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손해배상액이 변호사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게 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더욱이 옥션 소송은 이번 1심에서 패소했기 때문에 항소를 한다면 다시 소송인단을 모집해야 한다. 항소심에 관련된 소송비용도 다시 내야하는데다 또다시 몇년이 걸릴지 모르는 소송을 다시 진행하는 수고를 부담해야 한다.
물론 변호사들이 피해자들의 권리를 찾아주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개인정보 유출 소송이 수익모델의 하나로 이용되는 것은 옳지 않다. 소비자들도 실제 소송에 참가하기 전에 변호사에 대한 정보나 혹은 실제 소송인이 얼마나 되는지 등 소송인단 정보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후 신중하게 참여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넥스트로 박진식 변호사는 "개인정보 유출 소송이 이슈로 떠 오르자 변호사들 간의 경쟁도 심상치 않다"며 "피해자 권리 찾기에 대한 더욱 성실한 노력과 상도의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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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의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지거나 혹은 보안관련 제도나 시스템 구축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나오면 안될 것이다. 옥션도 이번 판결에 안심하지 말고 이를 기회로 삼아 올해 보안 관련 자원 및 인력투자에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이번 옥션 소송 판결을 통해 우리나라 보안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점검은 물론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보안 관련 투자나 제도마련의 기틀을 잡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