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CEO가 아이폰을 바라보는 시각

일반입력 :2010/01/08 15:34    수정: 2010/01/08 15:57

김효정 기자

최근 한 연구원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3명중 1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통신사 CEO들은 어떨까. 물론 모두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아이폰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진다.

지난 6일, 세계경영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CEO 128명을 상대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외에 올해 안에 구입하겠다는 응답자도 56%로 나타났다. 이들은 인터넷 및 이메일 등의 기능을 활용하는 데 스마트폰을 주로 이용하고 있으며, 전체 응답자의 32%는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오피스 도입에 긍정적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무선인터넷 시대를 맞아 기업 시장에서도 스마트폰 바람이 거세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통사의 CEO들은 스마트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KT, SK텔레콤, LG텔레콤 등 통신3사의 CEO들은 앞으로 스마트폰이 대세라는 것에 모두 동의한다. 특히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를 촉발시킨 아이폰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궁금해 진다.

이석채 KT 회장은 아이폰 사용자다. 아이폰이 KT를 통해 국내에 출시된 만큼 당연한 일이지만, KT는 물론 이 회장에게도 아이폰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출시 초기 KT는 애플과의 보조금 협상, AS 문제, 출시 지연 등 그 인기 만큼 다양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KT가 아이폰 출시로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 회장은 아이폰에 대한 지적 사항에 대해 가능한 빨리 개선하고 서비스 완성도를 높여갈 것을 지시하는 등 직접 챙기고 있다. 다만 아이폰에 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의식해서 공식적인 아이폰 자랑은 삼가는 분위기다.

이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FMC, 인터넷전화, 아이폰 등 KT의 수익원을 훼손할 제품을 과감히 출시했다"라고 했지만, 이들 서비스가 향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신무기'라며 아이폰과 같은 혁신적 제품들을 앞세워 가시적인 기업 성과를 거두겠다고 전했다.

통합LG텔레콤의 초대 CEO인 이상철 부회장은 아이폰을 호평했다. 그는 지난 6일 개최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이폰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경험을 제공해 줬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뛰어난 사용자환경(UI)을 구현하고 있어 놀랐다"고 극찬했다.

그는 이어 "아이폰에 대해서 고마움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아이폰과 같은 뛰어난 제품이 국내에 출시됐기 때문에 한국 휴대폰 제조사가 자극을 받고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한국 사람들이 어떠한 사람들인가. 아마도 올해 안해 아이폰 못지 않은 스마트폰을 개발해서 내놓을 것이며 내년에는 이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서 국내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가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아이폰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수 많은 단말기를 제공하는 업체의 대표가 특정 단말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당초 아이폰 도입에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최근 국내 일부 언론사들이 보도한 '아이폰 도입 유보 요청설'에 따르면, 정 사장은 아이폰 도입에 적극적이었지만 삼성 측이 SK그룹에 도입을 유보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최종적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최태원 SK회장이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무마되긴 했지만, 지난해 SK텔레콤이 실무팀에 아이폰 요금제 및 마케팅 전략 마련, 출시 일정까지 조율했던 것으로 미뤄 짐착할 때 정 사장 역시 아이폰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 사장이 SK텔레콤이 출시하는 주요 단말기들을 직접 사용해 보는 '얼리어댑터'형 CEO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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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이폰 사용자인 이병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가끔 농담 삼아 '아이폰은 노벨상 감'이라고 말한다. 제품도 뛰어나지만 이들이 만든 사업모델 및 유통모델에도 배울 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아이폰을 보고 배워야 한다. 삼성이 전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 아이폰에 자극 받아서 더 좋은 제품을 한시라도 빨리 개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