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⑩앱스토어, 모바일 게임 '블루오션'

일반입력 :2009/12/31 09:39    수정: 2010/01/04 12:52

정윤희 기자

국내 모바일 게임사들의 해외 진출이 눈부시다. 올 한해 스마트폰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전통적인 수출길 뿐만 아니라 오픈마켓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실크로드가 열렸다.

특히 오픈마켓 중에서도 선두주자 격인 애플 앱스토어는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미 국내에서도 아이폰의 상륙 이후 지난 21일까지 17만대가 팔려나가면서 앱스토어가 모바일 게임사들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때문에 당초 국내 도입 상황을 지켜봐야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던 모바일 업계에서도 아이폰 이용자들을 잡아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아울러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해외 이용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거대 글로벌 모바일 게임사들과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 앱스토어의 매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앱스토어 시장을 선점 위한 전쟁은 시작됐다.

■ 국산 모바일 게임, 해외에서도 ‘원더풀’

벌써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업체들도 있다. 매출액 증가뿐만 아니라 게임로프트, EA모바일 등 거대한 업체들과 정면 승부해 해외 게임 매체들이 선정한 베스트 게임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우선 컴투스(대표 박지영)는 앱스토어에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들이 각종 매체가 선정한 ‘베스트 게임’에 들면서 연일 싱글벙글이다.

‘컴투스프로야구2009’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홈런배틀3D’는 북미 유료 게임 순위 5위에 올랐고 역할수행게임(RPG) ‘이노티아 연대기’는 앱스토어 RPG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다.

해외 언론에서도 컴투스 게임들에 주목한다. 최근 美 게임 웹진 IGN은 ‘홈런배틀3D’에 ‘2009년 아이폰 최고의 스포츠 게임’이라는 영광의 수식어를 줬다. ‘홈런배틀3D’와 ‘이노티아 연대기’는 지난 28일 美 아이폰 게임 전문 사이트 터치아케이드가 뽑은 ‘베스트 추천 게임’에 각각 선정되기도 했다.

이 같은 컴투스의 활약은 명예와 실속을 겸비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이미 앱스토어에서만 누적 다운로드 수가 44만건에 육박하며 20억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컴투스의 지난해 해외 매출액은 8억5천만원. 해외 사업 부문에서 애플 앱스토어용 게임 사업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아울러 2010년에는 여세를 몰아 18개 게임을 앱스토어에 내놓을 예정이다.

컴투스 관계자는 “2010년부터는 다양한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한 게임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며 “해외 게임 시장을 겨냥한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실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앱스토어, 우리도 있다

이같은 모바일 게임의 수출 증가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컴투스와 게임빌 외에도 다른 모바일 업체들도 속속 앱스토어에 진출하고 있는 것. 한 발 앞서 게임을 내놓은 업체 외에도 앱스토어용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도 상당수다.

이미 지오인터랙티브(대표 김동규)는 앱스토어에 서비스 중인 게임 4개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헬로키티 낙하산 천국’, ‘수다쟁이 제시카’, ‘닌자 히어로’, ‘메탈리온’이 그것.

지오의 대표 앱스토어 게임 ‘헬로키티 낙하산 천국’은 헬로키티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며 각종 아이템을 획득하는 캐주얼 게임이다. 출시 3개월 만에 ‘애플 톱 그로싱’ 100위권에 들며 지오의 해외 사업 부문에서 효자 노릇 중이다. 아울러 ‘여성을 위한 앱스(Apps For Girls)’에 선정되며 디즈니 게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등 경쟁력을 보여줬다. ‘헬로키티 낙하산 천국’은 해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17일 국내 오픈마켓에 진출했다.

지오는 향후 국내에서 출시되는 모든 게임의 앱스토어 플랫폼 확대를 목표로 앱스토어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넥슨모바일(대표 이승한)도 ‘메이플스토리’ 시리즈를 내세워 아이폰 시장에 대한 대비를 시작했다. 내년 상반기 앱스토어에서 출시될 ‘메이플스토리’ 외에도 오픈마켓을 타깃으로 하는 게임을 두 세 개 정도 더 준비 중이다.

앱스토어에 관심이 있는 것은 비단 모바일 게임사뿐만이 아니다. 윈디소프트(대표 백칠현)도 앱스토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윈디소프트는 지난 5일 앱스토어에 출시한 ‘스트라이커스 1945 플러스’로 아이폰 게임 이용자들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내 모바일 전담팀이 내년을 목표로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게임사들의 활발한 앱스토어 진출에 정부 기관도 팔을 걷고 나섰다. 최근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은 2개 업체를 선정해 앱스토어용 모바일게임 지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게임 당 최대 2천500만원까지 개발비가 지원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게임 상용화 이후 수익이 발생할 경우 지원 비율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투자지원방식이다. 제작이 완료된 콘텐츠에 대해서는 SBA 서울애니메이션센터를 통해 사후관리가 이뤄진다.

SBA 관계자는 “최근 활성화된 앱스토어는 모바일 게임의 서비스 및 해외 공급에 편의성을 제공한다”며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와 함께 선풍적인 기회의 장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작지원을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 모바일 게임 업계 활력…반짝 유행 우려도

이 같은 국내 모바일 게임사들의 앱스토어 진출 확대는 지난 2006년 이후 다소 침체됐던 모바일 게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국산 모바일 게임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아울러 2010년에는 구글폰, 윈도 모바일 폰 등 다양한 스마트폰 시장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업계에서는 모바일 게임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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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앱스토어가 블루칩으로 떠오르면서 모바일 게임사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너도나도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직 시장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행에 휩쓸려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게임을 내놨다가는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업계 전문가들도 오픈 마켓의 특성상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게임은 도태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모바일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신흥 시장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으로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라며 “2010년에도 경쟁력 있는 작품들의 출시로 국산 모바일 게임에 대한 인지도와 수요를 지속적으로 높여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