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⑨중동서 남미까지 “게임 한류 돌풍”

일반입력 :2009/12/30 10:37    수정: 2009/12/31 09:28

봉성창 기자

올해 한국 게임업계 최대 키워드는 ‘글로벌’이었다. 국내 수요 만으로는 그동안 그려왔던 성장 곡선을 이어갈 수 없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됐다.

최근 수년간 게임사들의 해외 사업은 중국과 일본, 일부 동남아시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일부 북미나 유럽 국가들과 수출 계약이 있었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매출은 90% 이상은 이들 지역에서 나왔다.

올 들어서는 상황이 반전됐다. 북미, 유럽을 시작으로 남미와 중동 등 온라인게임 불모지(?)에서도 연일 승전보가 들려왔다. 이제 온라인게임이 없는 지역은 아프리카와 남북극뿐이라는 유머도 나왔다.

올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거둔 글로벌 실적을 알아보고 그 원동력과 한계점은 무엇인지 짚었다.

■ ‘아이온’ 100만장 고공 비행

지난 3월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패키지가 북미와 유럽 시장서 100만장 이상 팔린 것은 그야말로 한국 온라인게임 역사상 대 사건이었다. 두터운 콘솔 이용자층이 힘을 가진 서구 시장서 일으킨 반향이기에 외신들도 토픽으로 다뤘다.‘아이온’의 초반 흥행몰이 요인은 콘솔 게임을 능가하는 빼어난 그래픽과 아시아권 흥행성적 지원이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이와 함께 경쟁사와 달리 장기간 서구 시장에 공을 들여온 엔씨소프트의 전략이 꽃을 피웠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북미 ‘아이온’ 사업에 있어서 철저히 현지화 마케팅을 진행했다.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북미 이용자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한 것이 대표적이다.

게임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유튜브’를 적극 활용한 것도 제대로 몫을 했다.

국내업체에게 거대한 서구 시장서 물량 공세를 기반한 마케팅은 현실적은 한계가 있다. 아직 온라인게임 이용자 비중이 약소(?)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엔씨소프트의 현지와 전략은 먹혔고, ‘아이온’은 북미 게임 판매량 1위에 올라서는 쾌거를 전해왔다.

■ 3년만의 결실, ‘라그나로크 온라인’ 모래바람 뚫다

승전보는 이제 시작이다. 그라비티는 지난 13일 중동 19개국서 ‘라그나로크 온라인’ 상용 서비스 시작 낭보를 알려왔다. 해도 해도 안될 것 같던 중동 시장을 3년간 우직하게 판 결과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그동안 한국 온라인게임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의 문을 줄기차게 두르렸다. 온라인게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지역서 전도사 역할을 충실하 한 것. 이 결과 67개국 4천5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지난 2007년 3월 야심차게 추진한 중동 지사 설립 후 게임 상용화에는 각종 장애물이 있었다. 서버를 비롯해 낙후된 인프라로 인한 고비용, 낮은 인지도 등으로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었던 그라비티다.

때문에 그라비티는 지난 2007년 3월 야심차게 중동 지사를 세웠지만 상용화에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라그나로크 온라인2’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중동 지사 철수설까지 나왔다.하지만 버텼다. 꾸준한 시범 서비스로 10만명의 회원을 확보, 시장성 기반을 다졌다. 특히 이집트 카이로서만 1천여개 인터넷 카페와 계약을 맺고, 클러이언트 DVD 및 포스터를 배포하는 등 PC방 중심 마케팅을 지속 펼쳤다.

중동서 가장 중요한 공략 포인트라는 문화 현지화, 이른바 '컬쳐라이징'도 눈에 띈다. 극단 보수인 이슬람 문화권서 성공하기 위해 게임 캐릭터의 경미한 노출이나 십자가와 같은 종교적 색채를 배제했다. 아랍어 특유의 좌에서 우로 글쓰기를 구현한 것도 포인트.

이 같은 그라비티의 집념은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중동에 안착시키며 글로벌 온라인게임의 주연 입지를 굳히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 컴투스, 국경 없는 모바일게임 시장 ‘정조준’

모바일게임도 글로벌 강자 대열에 올라섰다. 해외서 선전하며 게임 한류에 돌풍에 지원사격을 했다.

올해 전 세계 통신업계를 강타한 ‘오픈스토어’의 등장은 날개였다. EA모바일과 같은 공룡들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다.

이중 컴투스는 발 빠른 행보로 국내 대표 모바일게임 역할을 제대로 했다. 컴투스가 애플 앱스터어에 출시한 ‘홈런배틀3D’는 북미 유료 게임 순위 5위권에 오르며 ‘야구의 나라’ 미국서도 흥행을 인정받았다.

히트작 ‘컴투스 프로야구 2009’를 기반한 ‘홈런배틀3D’는 성공 아기자기함보다는 실제와 최대 근접한 야구 게임을 표방, 북미 이용자 입맛에 제대로 맞았다는 분석이다.

컴투스는 이외에도 ‘이노티아 연대기’로 애플 앱스토어 롤플레잉 카테고리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돌풍이 현재진행형이다.

외신들의 찬사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홈런배틀3D’는 미 게임 웹진 IGN으로부터 ‘2009년 아이폰 최고의 스포츠 게임’으로 꼽혔다. 지난 28일에는 아이폰 게임 전문 사이트서 ‘홈런배틀3D’와 ‘이노티아연대기’가 나란히 '2009년 베스트 추천 게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동안 모바일게임 업계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흥행성을 가진 작품으로도 글로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지나치게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시장이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픈스토어의 확산으로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의 국경이 사라진 만큼 한국 모바일게임의 선전이 기대된다.

■ 세계 1등 야심…또 다른 10년 준비하는 게임업계

정부는 3대 게임강국 진입을 목표로 국가 차원에서 게임산업 육성을 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게임업체 들도 더 이상 국내 시장만을 바라보지 않고 꾸준히 글로벌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숙제는 아직 산적하다. ‘아이온’이 북미와 유럽서 100만장 이상을 팔았다해도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이들 시장서 온라인게임 인구를 더 확대함은 물론, 국내 업체들이 주연이 돼야 한다.

일부 게임의 일시적 성공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EA 등 거대 공룡이 세운 콘솔 시장의 높은 벽을 허물기 어렵다는 것.

같은 맥락에서 ‘라그나로크 온라인’ 역시 중동 상용화를 실시했지만 얼마나 의미있는 매출이 나오고 또 이를 기회로 어떻게 사업을 확장할지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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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화려한 성과에 안주하기 보다는 체계적 사업 확대를 통해 중동에 온라인게임 시장을 뿌리내려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다행히도 국내 게임사들도 이를 간과하고 있지 않다. 지난 23일 열린 2009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C9’으로 대상을 수상한 김병관 NHN게임스 대표는 “우리만 인정하는 세계 1등이 아닌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세계 1등이 되자”고 역설한 것이 의미가 깊다. 국내 게임사들이 준비하는 또 다른 10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