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⑧게임 CEO, 불황뚫고 ‘하이킥’

일반입력 :2009/12/29 10:47    수정: 2009/12/30 23:22

김태정 기자

세계적 경기침체는 이들을 더 돋보이게 한 배경에 불과했다. 세밀한 이용자 기호 분석을 기반한 정면승부가 수익 창출로 이어졌다. 주요 게임업체 대표들이 받은 올해 평가에 대한 요약본이다.

게임 본고장 미국과 일본서 패권을 다투는가 하면, 분기마다 최고 실적 갱신 소식을 쏟아냈다. 경영과 개발 두 부분에 있어서 국내 게임 수뇌부들이 ‘경지’에 오른 모습이다.

올해 숱한 화제를 불러 모은 게임업계 대표들의 행보를 되살펴봤다.

■진화하는 에이스 김택진

‘에이스’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그렇고, 그가 만든 아이온도 마찬가지다.

아이온은 근래 등장한 여타 국내 게임과는 급을 달리한다.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1천600억원을 홀로 넘겼다. 이제 리니지1~2를 합쳐도 분기 실적으로는 아이온의 상대가 아니다. 당초 증권가서 예상한 올해 아이온 매출액 2천240억원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9월에는 북미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심즈 등 공룡들을 제치고 한국 게임 최초로 1위에 오른 아이온이다. 김 대표가 지난 3월 글로벌 마케팅 전무에 김택헌 전 일본법인 대표를 올린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럼에도 불구, 김 대표는 아직 배가 고픈 모습이다. 지난달 아이온 그래픽을 대거 업그레이드 한 모습을 깜짝 공개했다. 아이온 신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게임엔진 자체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블레이드소울 등 차기 블록버스터도 출격 대기 시켰다.

김 대표는 “기업과 소비자 간 관계를 가족처럼 정직할 수 있도록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며 소셜네트워크 비중을 키운 향후 전략을 살짝 예고하기도 했다.

■발로 뛰는 서민, 넥슨의 체질개션

지난달 부산서 열린 지스타 현장. 서민 넥슨 대표가 유인촌 문화부장관을 안내하던 장면이 참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서 대표는 현장을 찾은 극소수의 CEO 중 한명이었다. 그만큼 발로 뛰는 대표의 이미지를 강조한 것.

이달 들어서는 회사 변신과 관련해 새 소식이 나왔다. 서 대표가 스스로 ‘개발본부장’이라는 직함을 추가했다. 자체 개발력 강화 전략을 현장서 지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3개 개발본부 산하에 여러 팀이 속해있던 체계도 ‘신규 게임 개발’과 ‘서비스 게임 개발’ 두 부분으로 이원화했다. 지난 3월 취임부터 강조한 ‘중앙집권식 개발 체계’를 실천에 옮긴 것이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와 ‘카드라이더’ 개발 주역이었던 서 대표가 스스로의 현장 비중을 높인 것에 기대가 큰 분위기다. 여기에 메이플스토리 개발자로 잘 알려진 이승찬 씨의 가세도 서 대표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서 대표는 개발본부장을 맡으면서 ‘시메트릭스페이스’와 ‘코퍼슨스’ 두 업체 인수도 발표했다. 일본을 시작으로 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역량을 채우겠다는 뜻이다.

■한게임 정체기 거부한 김상헌 김상헌 NHN 대표는 지난달 기자들과 가진 자리서 다소 무거운 주제를 꺼냈다. NHN 한게임의 일본 사업 환경이 어려워져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NHN 한게임의 일본 사업은 성장세가 둔화됐다. 정확한 수치만 공개하지 않았을 뿐 NHN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주 종목이 아닌 모바일 게임이 일본서 팽창한 것과 경쟁사 넥슨의 현지사업 강화 등이 악재였다.

돌파구 찾기는 이미 시작됐다. NHN은 이달 일본서 ‘드래곤네스트’와 ‘대전략’, ‘패미스타온라인3’ 등 굵직한 신작들을 대거 공개했다. 일본 전자산업의 심장이라는 도쿄 아키하바라 거리서 NHN 대형 행사들이 이어졌다.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 일본 사업 비중을 늘려가겠다는 김 대표의 공약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게임을 오래 총괄해 온 김정호 대표가 지난달 휴직에 들어갔음에도 나온 공격적 전략이다.

사실 판사 출신으로 LG그룹 법무팀장 부사장을 지낸 김 대표는 다른 업계서도 자문을 구하는 경영 전문가 중 전문가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감성적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마니아이기도 하다. 김 대표의 게임 사업 키우기 향배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메이저 도약 야심 서수길 서수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이하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10월 코스피서 쓴맛(?)을 봤다. 대표 게임 ‘미르의 전설2’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이유로 재심의 결정을 받은 것.

이후 서 대표는 코스닥으로 선회, 18일 신규 상장에 성공했다. 메이저 기업 도약을 향한 의지가 물씬 풍겼다.

위메이드는 ‘미르의 전설2’로 8년 넘게 인기몰이를 해오면서, 올해 최초로 연매출 1천억원 돌파를 앞뒀다. 서 대표는 여기에 새 성장 동력을 탑재하려고 한다.

권준모 전 넥슨 대표와 손을 잡은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이달 초 서 대표는 권 대표가 창업한 모바일 게임업체 ‘네시삼십삼분’에 40억원을 투자, 지분율 약 35%를 확보했음을 발표했다. 이른바 ‘서수길+권준모’ 게임 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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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합을 통해 서 대표는 신생인 ‘네시삼십삼분’을 지원하면서 위메이드의 모바일 역량을 키우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글로벌 교두보로 지목했다.

매출 1천억원대, 모바일까지 아우르는 코스닥 게임업체. 서 대표와 위메이드의 변신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