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④IPTV, 방송시장 경쟁바람 일으키다

일반입력 :2009/12/23 09:16    수정: 2009/12/23 10:28

실시간 IPTV 서비스 상용화로 올해 방송시장은 치열한 경쟁구도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인 IPTV는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독과점 체제의 유료방송 시장에 경쟁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기존 단방향 TV 서비스를 양방향 데이터 서비스로 전환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2009년은 IPTV 상용화의 원년이다. 지난 10일 기준 실시간 IPTV 가입자는 150만여명 수준으로 내년초에는 200만 가입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주문형비디오(VOD) 수준의 프리IPTV 서비스가 아닌 지상파 방송이 실시간 재전송되는 온전한 IPTV 서비스 상용화 1년 만에 200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국내 IPTV 사업은 수익성 창출이나 양질의 콘텐츠 확보 등 서비스 그 자체만을 놓고 봤을 때 성공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값비싼 방송 콘텐츠 저작권료와 프로그램제작사(PP)의 진입 회피,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등 IPTV 3개 사업자는 지상파 재전송을 위해 연간 수백억원 대의 콘텐츠 비용과 수천억원의 IPTV펀드 조성을 약속했다. 또한 양질의 콘텐츠를 가진 PP들과의 협상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PP들은, IPTV와 계약시, 케이블TV방송사업자(SO)들의 불이익을 우려해 계약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

게다가 2009년 한 해 인프라 투자에 8천억원, 콘텐츠 투자에 1천8백억원을 쏟아 부어 투자회수를 위해서는 2~3년 이상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아직까지 IPTV의 매출은 미미하다. 지난해 초기 투자부담이 1조5천억원이었지만 가입자당매출(ARPU)이 8천원 대에 머물기 때문이다. 방송광고에서도 200만명으로 수익을 올리기는 힘이 부친다. 하지만 현재의 추세로 600만 명을 확보할 수 있다면 광고시장에서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비용 외에 과도한 마케팅 비용도 큰 부담이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두고 벌어지는 가입자 유치경쟁이 IPTV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누군가 멈추기 전까지는 경쟁사 모두가 따라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입자에게 12개월 IPTV 무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IPTV가입시 30만원 가량의 현금을 얹어주기도 한다.

■'유료방송 경쟁 활성화' 및 'TV 서비스 패러다임 바꿔'

이러한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IPTV는 방송 서비스를 차세대 방통융합 서비스로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주역이다. 또한 독과점 체제의 유료방송업계에도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우선 경쟁체제 도입이 방송시장에도 본격화됐다. 그동안 케이블 방송사들은 지역을 거점으로 한 영업에 매달려왔다. 서비스 영역이 한정적일 뿐 아니라 경쟁자도 없었다. 몇몇 대형케이블TV사업자(MSO)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투자에도 미온적이었다.

때문에 케이블 방송사는 마케팅 경쟁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에 익숙한 통신사가 방송시장에 뛰어들면서 케이블 업계도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케이블 업계는 디지털케이블TV 활성화를 비롯해 양질의 콘텐츠 확보로 승부를 걸었다. 그들은 케이블 초고속인터넷과의 결합상품을 출시하면서 적극적인 디지털케이블TV 영업에 나섰다.

또한 기존 아날로그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 HD채널 수 확대 등 디지털케이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아날로그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은 매달 5만명 정도 이뤄지고 있다. HD채널은 최대 35개까지 확보됐다. MSO들은 이미 매년 1천억원씩 네트워크 투자를 이어왔고 지역 SO도 서서히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콘텐츠 확보는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 IPTV는 영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방영권를 우선확보하고 있다. 케이블 업계도 CJ미디어 등의 MPP를 중심으로 자체제작 콘텐츠를 확대하는 추세다. SO들 가운데서는 우수PP를 확보하기 위해 수신료 재분배율을 25% 이상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아울러, IPTV는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통해 양방향 미디어 서비스 시대를 열고 있다. 기존 시청자들이 방송사가 전달하는 일방적인 TV 서비스를 받아 왔다면, IPTV 등장으로 양방향 데이터 멀티미디어 서비스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아직은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T뱅킹과 T커머스, IPTV교육 등 다양한 미래형 TV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인규 KBS 사장, 서종렬 KT 미디어본부장...IPTV 이끌다

한국 방송시장에서 뉴미디어 안착의 선결과제는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 확보다. 아직까지 지상파 방송사는 어느 곳보다 강력한 킬러콘텐츠 제작사다.

IPTV는 상용화 직전까지 지상파 콘텐츠 확보에 난항을 겪었다. 업계간의 견해차가 너무 커 재전송료에 대한 합의는 수개월 진척이 없었다. 2009년 상용화마저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왔다.

이때 나타난 인물이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전 회장이다.그는 IPTV와 지상파 방송사의 중재자 역할을 했다. 김인규 회장은 정치계와 업계에 가진 폭넓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갈등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선송출 후정산이었다. 우선 IPTV를 통해 지상파 콘텐츠를 방송하되 재전송료는 추후 협상을 통해 정산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리고 지상파 방송사와 IPTV업계가 기금을 출연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지상파 방송사 측이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IPTV는 KBS, MBC, SBS를 내보낼 수 있게 됐다. 당시 언론에서는 김인규 회장을 IPTV계의 구세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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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회장은 IPTV의 시작의 걸림돌을 치운 인물로 이후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지난 11월 24일 KBS의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지난 10일 IPTV상용화 1주년 기념식에서 IPTV의 첫 삽을 뜬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앞으로도 IPTV 성공을 돕겠다고 말했다.

서종렬 KT 미디어본부장(전무)도 빼놓을 수 없는 일등공신. IPTV 선도 사업자인 KT의 IPTV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서 전무는 관련 인프라 투자부터 서비스 기획, 콘텐츠 확보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IPTV 서비스를 만들어 낸 핵심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