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테론의 귀환'…AMD, 영토확장 재시동

일반입력 :2009/12/21 13:19    수정: 2009/12/21 16:16

황치규 기자

AMD가 옵테론 서버 프로세서 확산에 신발끈을 다시 조여맸다. 내년 1분기 차세대 프로세서를 내놓고 소홀했던 옵테론칩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영업 전략도 수술에 들어갔다. 고성능컴퓨팅(HPC)와 빅딜 위주에서 벗어나 일반 유통시장까지 넘보겠다는 청사진을 꺼내들었다.

이에 따라 2010년은 AMD가 옵테론칩을 출시한 이후 가장 광범위한 시장을 사정권에 놓고 공세를 펼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올해 '네할렘'을 앞세워 AMD를 강하게 압박했던 인텔을 상대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형칩 출시, 네할렘과 실력대결

AMD는 2010년을 옵테론 프로세서가 세대교체되는 시기로 규정했다. 이를 통해 '바르셀로나'칩 출시 지연으로 인텔에게 고전해온 서버칩 시장의 판을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옵테론 세대교체 프로젝트에는 내년 1분기 출시될 4000(코드명 리스본)과 6000시리즈(코드명 매그니 코어)가 선봉에 섰다. 두 제품 모두 인텔 간판서버칩 네할렘 견제용이다. 현재 주력칩인 '이스탄불'에 비해 많은 변화를 줬다는 얘기다.옵테론4000시리즈는 1~2소켓 서버용 제품으로 4~6개 프로세서 코어를 탑재한다. 메모리 채널은 두개까지 지원한다. 공략 대상은 비용에 민감한 기업들. 이메일이나 협업과 같은 분야에서 가격대비 성능을 슬로건을 내걸고 인텔과 자웅을 겨루게 된다.

6000시리즈는 2~4소켓 서버를 위한 것으로 8~12개 프로세서 코어가 탑재된다. 데이터베이스(DB) 및 가상화 환경 등 중량감있는 핵심 업무를 겨냥하고 있다. 메모리 채널도 인텔 제온5500시리즈(코드명 네할렘EP)보다 33% 많다는게 AMD 설명이다.

차세대 옵테론이 달라진 것은 코어수가 6코어에서 최대 12코어까지 늘었고 DDR3 메모리도 처음으로 지원한다는 점이다. 반면 지원 가능한 서버 소켓수는 8개에서 4개로 줄었다. 소켓은 프로세서를 꽂을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예를 들면, 2소켓 서버는 프로세서를 2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지원 가능한 소켓수가 줄었다는 것은 얼핏보면 성능 향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꽂을 수 있는 소켓수가 많아야 수치적으로 x86서버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MD는 프로세서에 들어가는 코어수가 많이 늘은 만큼, 소켓수에 따른 성능 이슈는 없을 것임을 부각했다.

AMD코리아의 김보규 차장은 매그니코어칩은 6코어인 현재 옵테론과 달리 8~12코어를 지원한다면서 12코어 프로세서를 4소켓 서버라도 해도 최대 48코어 시스템 기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6코어 옵테론을 8소켓에 모두 꽂아 48코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졌다는 설명이다.

AMD에 따르면 현재 x86서버 시장은 2소켓 서버가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1소켓은 20%, 4소켓급 이상은 5% 미만으로 파악되고 있다. AMD가 차세대 옵테론을 4소켓까지로만 묶어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체 x86서버 시장을 커버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차세대 옵테론은 DDR3 메모리도 지원한다. 인텔보다 한발 늦은감이 있다. 이에 대해 김보규 차장은 DDR3는 그동안 가격이 높아 거리를 둬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면서도 서버의 경우 메모리 용량보다는 CPU에서 지원하는 메모리 채널이 보다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칩셋 전략도 변화가 목격된다. 서버 업체들은 옵테론 기반 x86서버를 만들면서 프로세서가 탑재되는 마더보드 칩셋은 외부 업체것을 가져다 탑재해왔다.

그러나 옵테론 4000과 6000시리즈 출시를 계기로 AMD가 ATI 칩셋까지 제공하는 만큼, 서버 업체들은 패키지 구매에 따른 가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MD에 따르면 차세대 옵테론은 현재 판매중인 제품군보다 가격에선 큰 차이가 없다.

AMD는 그동안 인텔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서버 업그레이드시 보드까지 다 바꿔야하는 인텔과 달리 프로세서만 갈아 끼우면 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쓰던 서버를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였다.

옵테론4000과 6000시리즈의 경우 현재 옵테론칩에서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이에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이번에는 마더보드도 바꿔야 한단다. 김보규 차장은 4000과 6000시리즈 출시이후 고객들은 몇년간은 다시 프로세서만 교체하는 것만으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판을 키워라 AMD의 점유율 확대 전략

AMD는 2003년 듀얼코어 기반 옵테론 서버 프로세서를 처음 내놓으며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고성능 컴퓨팅(HPC)와 닷컴 시장에서 빅딜을 잇따라 수주, x86서버칩 시장에서 인텔의 아성을 흔들 다크호스로 자자리매김했다. 잘나갈때는 서버칩 점유율이 27%에 달했다는게 AMD코리아의 설명. 그런만큼 돌풍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결과만 놓고보면 지나친 낙관론이었다. 2008년을 기점으로 AMD발 옵테론 돌풍은 기세가 한풀 꺾이기 시작한다.

기대를 모았던 바로셀로나칩 출시가 늦춰지면서 서버칩 시장의 무게중심은 다시 인텔로 기울었다. 인텔은 지난 3월 코드명 네할렘EP으로 불리는 코드코어기반 서버칩 제온5500 시리즈를 내놓고 AMD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AMD는 6코어칩 '이스탄불'로 맞불을 놨지만 물길을 돌리기에는 힘에 부쳐보였다.

이를 감안하면 옵테론 4000과 6000시리즈는 '옵테론 황금시대'를 다시 열기 위해 AMD가 던지는 또 하나의 승부구 성격이 짙다. 특히 내년에는 인텔이 네할렘EP 후속작으로 8코어까지 지원하는 네할렘EX를 선보이는 만큼, AMD에게 있어 차세대 옵테론이 갖는 존재감은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다.

이에 AMD는 옵테론 생태계 확산을 선언하고 나섰다. 주특기인 HPC와 빅딜을 넘어 유통채널에 기반한 중견중소기업(SMB) 시장에도 전력을 전진배치했다.

HPC 시장도 빅딜을 넘어 SMB 공략에 무게가 실린다. 이를 위해 AMD코리아는 HPC 솔루션 전문 업체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AMD 내부에선 SMB HPC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대단히 커 보인다. 그래픽 프로세서(GPU)가 중심이된 슈퍼컴퓨터, 이른바 스트림 컴퓨팅 시장이 크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이유에서다. AMD는 옵테론 서버칩과 ATI GPU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이에 GPU만 제공하는 엔비디아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일반 유통 시장 공략도 빼놓을 수 없다. AMD는 현재 레드햇, 마이크로소프트(MS) 리셀러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 옵테론 기반 서버에 힘을 좀 실어달라는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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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코리아는 내년 사업에서 옵테론이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끌어올렸다. 본사 차원에에도 옵테론 확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에 따라 AMD와 인텔간 서버칩 경쟁은 내년초를 기점으로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인텔 중심 판세가 계속 이어질지, 몇년전처럼 옵테론이 탄력을 받아 인텔을 견제하는 구도가 부활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 분명한 것은 AMD가 다시 옵테론을 크게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힘이 시장의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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