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Virtualization)이라는 단어가 꽤 오래전부터 IT 생태계에서 유통되고 있다. 불과 몇년전만하더라도, 데모용이나 간단한 테스트용으로 사용되던 가상화 기술은 하드웨어 발전, 운영 체제 가상화 기술, 그리고 SaaS(Software as a Service) 트렌드와 맞물려, 실제 현업에서 이용되고 있다는 소식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2007년 초반부터였을 것이다. 경제 위기와 함께, 기업들은 최적화라는 명분아래 비용 절감을 IT전략의 우선순위에 놓고 서버 가상화 기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1세대 가상화, 다시 말해 서버 통합을 위한 가상화 기술이 여기에 해당된다. IT 관리자라면, 주위에 있는 서버를 살펴봤을때 서버 사용률이 10%이상인 서버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여러 용도로 쓰이는 서버를 하나의 서버에 같이 설치해 쓰는 것은 상호 충돌이나, 기술 지원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조직 확장 및 다양한 IT 서비스 요구에 맞춰 서버 하드웨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마련읻. 그러나 서버 가상화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하나의 하드웨어를 논리적으로 분리시킨 후, 요구 사항에 맞게 IT 인프라를 꾸밀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서버 가상화를 단순히 비용 절감적인 측면에서만 살펴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10년이상동안 IT에 종사하면서, 요즘처럼 IT에 요구하는 사항이 다양하면서도, 복잡하며, 빠른 처리를 요구하던 시절은 없었던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또다른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고, 이러한 기술을 조직이 앞다투어 도입하고자 경쟁한다. 지켜보자니 숨가쁠때도 있다. 이뿐인가? 도입된 기술이 하루아침에 다른 기술에 밀릴 가능성도 많다. 그만큼 IT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IT에서 사용하는 기술은 말 그대로 기술일 뿐이지만 요즘은 비즈니스를 위한 동반자로서 IT가 요구되는 시절이다.
이런 의미에서 가상화는 IT의 기민성(Agility)와 유연성(Flexibility) 측면에서 IT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고 있다. 서비스의 대세를 주장하는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관점에서 살펴보았을 때도 서비스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플랫폼의 빠른 확장 및 축소, 그리고 요구 사항이 변경되었을 때, 이를 무리없이 변경이 가능하도록 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하드웨어 = 운영 체제라는 공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일전에 세미나에서 한 참석자분이 질문했던게 있다. “왜 다양한 기업들이 가상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팔려고 하느냐?” 지금까지 1대 하드웨어 위에는 하나의 운영 체제가 있고, 그 위에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이 설치돼 돌아갔으나 이제는 가상화 기술을 활용해 하드웨어 한대위에 많은 운영 체제, 다시 말해 플랫폼이 동작할 수 있다.
플랫폼적인 관점에서 윈도, 리눅스, 유닉스 개발사를 살펴보면 가상화 기술의 안착은 자연스럽게 자사 플랫폼이 가상화 기반에 종속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종속을 원하는 업체는 없을 것이다. 결국엔 플랫폼을 위한 가상화 플랫폼, 즉 메타 플랫폼(Meta-Platform)으로서의 가상화 기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가상화 기술과 이를 연계하여 IT 조직이 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관리 기술을 모두 묶어, 또 다른 플랫폼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하이퍼-V, VM웨어 ESX, 시트릭스 젠(XEN) 가상화 플랫폼은 모두, 단순한 가상화 기술만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는 듯 하다. 이는 2008년 하반기부터 회자되고 있는 VDI(Virtual Desktop Infrastructure) 트렌드만 봐도 알 수 있다.
2007년, 2008년에 각광받기 시작해 대중화된 서버 가상화 기술을 1세대라고 생각한다면, VDI 기술은 2세대 가상화로 봐야 한다.
기술의 근간은 모두 사용자 중심적인 모습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서버 가상화 기술은 말 그대로 조직의 비용 절감, IT 트렌드에 대한 빠른 대처 및 유연성 제공을 목적으로 하였다면, VDI는 가상화를 통해 사용자 중심적인 데스크톱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언제든지 자신만의 컴퓨팅 환경을 이용하고자 한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데스크톱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고 그러면서 조직은 좀더 저렴한 비용과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같은 요구 사항은 VDI와 잘 맞아떨어진다.
클라우드 서비스 근간에 가상화가 위치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여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중 하나로 사용자들의 데스크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입 사원이 입사했을때 IT 관리자는 새로운 컴퓨터에 대한 구입, 운영 체제 설치, 업무용 응용 프로그램의 설치와 같은 기본 작업을 해주고, 사용자에게 컴퓨터를 제공한다. 이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에 대한 분실 및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유지를 위해 다양한 보안 기술의 적용도 골머리 아픈 작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서버 가상화에 근간을 둔 2세대 가상화 VDI는 조직 및 IT 부서에서 요구하는 여러 사항을 잘 해결해줄 수 있는 기술이다. 신입 사원에겐 기본적인 운영 체제가 설치된 일반 컴퓨터 한대를 제공해주고, 모든 데스크톱은 VDI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데스크톱을 활용하게 한다고 가정해보자.
필자의 경험으로는 기존에 비해 10배이상 빠르게 사용자 데스크톱 요구 사항 및 다양한 케이스 처리가 가능했다. 혹자들은 물음표를 던질 수 있다. “VDI에서 제공되는 데스크톱과 실제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데스크톱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s)가 틀린데?”
1-2년전만하더라도, 맞는 얘기였다. 원격으로 접근해 사용하는 VDI 기술은 사용자에게 같은 경험을 제공해줄 수 없었기에, VDI와 실제 컴퓨터는 활용 분야가 달랐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플랫폼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이제 가상화 환경에서 제공되는 운영 체제와 실제 하드웨어에 설치돼 동작하는 운영 체제는 단순한 응용 프로그램 레벨에서 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게임 영역까지 동일한 경험을 제공해준다.
많은 조직들이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여, 연구하고 개발한 결과물에 대한 보안도 VDI가 일반 데스크톱보다 유리하다. 가상화 기술을 활용한 네트워크 망분리를 통해 결과물을 외부로 가지고 나갈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용자의 데스크톱에만 외부망을 연결해주고, 일반 직원이나 연구원에게는 네트워크에 대한 제한을 두어, 정보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
VDI에 대한 이야기를 주위 분들과 나눌 때마다, 나오는 걱정거리가 한가지 있다. VDI는 서비스적인 콘셉트인데 서비스적인 콘셉트와 소프트웨어적인 콘셉트를 섞어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좀더 쉽게 말하면 향후에 서비스 기반인 VDI 데스크톱을 하드웨어 근간의 일반 운영 체제 환경으로 이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은 이러한 형태가 유행하지만, 1년뒤, 길게보면 몇년뒤에 또다른 무언가가 등장해 지금의 대세를 엎어버릴 수도 있다는 걱정인 셈이다.
IT 관리자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서비스에 존재하던 무수히 많은 작업 데이터 및 사용자 환경을 몇년뒤에 다시 일반 하드웨어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점은 기술 변화 속도가 가파르다는 것을 감안하면 쓸떼없는 걱정은 아닌 것이다.
VDI 기술을 선택할 때, 분명히 고민해봐야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플랫폼 개발 업체도 소프트웨어적인 운영 체제와 서비스적인 운영 체제간 이전이 빠르고, 유연하게 가능한지를 고려해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 환영할만한 것은 이같은 환경을 맞춰줄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춘 운영 체제, 즉 가상화 환경에서 운영 체제 동작과 실제 하드웨어 환경에서 운영 체제 동작 - 운영 체제 휴대성(Mobility) - 를 지원하는 운영 체제도 눈에 띄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IT 기술이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상화 기술 발전으로 인해 IT 조직은 조직이 원하는 비즈니스 요구 사항에 적절한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조직내에서 IT 부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단순히 업무를 지원하는 부서에서 비즈니스에 필수적인 동반자로 생각하는 방향으로 넘어오고 있다. 사용자와 조직 모두 유연한 선택이 가능해졌다.
클라우드나 SaaS와 같은 트렌드, 그리고 비즈니스의 요구 사항에 맞춰,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플랫폼, 서비스적인 플랫폼을 모두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다. 가상화 기술을 단순한 가상화 기술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기술 자체 및 관리 인프라 비교, 조직의 비즈니스 요구 사항에 대한 적합성, 그리고 몇년뒤를 바라보고 있는 큰 시각, 무엇보다도 사용자 관점에서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가상화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 역시 이러한 요구 사항을 겸허히 수용하여, 가상화 기술을 이끌어가야 한다.
[필자소개]
백승주씨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플랫폼 사업부 차장으로 근무하며 에반젤리스트 활동을 하고 있다. 꼬알라의 하얀집이란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