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메모리업계 위기일발

전략적 변신 모색속 기술·자본력 부재로 전도 불투명

일반입력 :2009/12/08 16:45    수정: 2009/12/08 17:03

이재구 기자

시장점유율 하락과 신기술 부재로 고민중인 대만의 메모리칩 제조업체들이 사업다각화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주력이던 메모리 외에 NAND 추가 생산, 그리고 타사가 설계한 제품생산(아웃소싱)을 아우르는 다변화를 통해 '생존'이란 절박한 과제 해결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난야, 파워칩,프로모스 등 대만의 3대 메모리업체가 시장 점유율의 지속적 하락과 이에따른 적자경영 속에서 생존을 위한 변신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만 메모리업계의 앞날은 대만정부가 난국타개 차원에서 ‘타이완메모리(Taiwan Memory Co.)’컨소시엄을 구성해 놓은 상황에서도 결코 만만치 않다고 보도는 전했다.

시장 점유율은 한국과 일본에게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서 첨단공정의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독자 기술개발 또는 제휴를 위한 자본력마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만 의회는 대만정부가 만든 타이완메모리 운영을 위해 필요한 81억대만달러(2천9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 투입여부를 놓고 견해차를 보이고 있어 자금 확보도 현재로선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대만 메모리, 대출금 상환 유예선언이라도 해야 할 판

대만 메모리칩 회사들의 전략적 변신은 그들의 메모리시장 점유율이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나온 사업다변화만이 생존을 지켜줄 것이란 전략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그들의 핵심사업인 메모리사업에서조차 그들의 입지를 곤궁하게 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난야,파워칩,프로모스 등 대만의 메모리 3사는 2007년 이래 지난 2년간 적자의 수렁에 빠져왔으며 최악의 침체를 보여왔다. 올들이 칩가격이 반등하긴 했지만 파워칩과 프로모스는 대출금 상환유예를 선언해야 할 판이다.

반면 한국과 일본의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삼성과 하이닉스, 엘피다는 더 앞선 기술과 저가화를 앞세워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보도는 전했다.

이에 대응해 대만의 회사들은 아웃소싱비중을 늘리고 핵심 D램 일변도에서 탈피하고 낸드플래시 칩을 생산하면서 이익을 확보하려는 쪽으로 전략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낸드는 기존의 D램 칩 라인에서생산할 수 있으며 2000년대 이후 확산되기 시작한 MP3P나 디지털카메라 등에서 광범위한 인기를 얻어왔다.

■대만, 2005~2007년 대규모 증설 '자충수'

일본의 반도체회사들은 90년대에 D램 시장을 주도해 왔으나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게 입지를 잃어왔다. 엘피다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일본 메모리업체들이 이 시장에서 발을 뺐다.

대만 D램생산은 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시장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노력해 온 대만업체들은 2005~2007년 기간에 메모리 생산량 늘리기란 강수를 두었다.

그러나 이에따른 시설확장을 위해 빌린 자금과 발행주식은 과잉생산과 반도체가격 폭락의 여파속에 여전히 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것이 결국 대만업체에게는 자충수로 작용해 오늘날에 이른 셈이 됐다.

WSJ은 세계최대의 메모리 생산업체이자 낸드칩 생산업체인 한국의 삼성전자는 여전이 이익을 내고 있다며 대조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대만의 D램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에 12.8%였으나 올 3분기에는 10.8%로 하락했다. 반면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같은 기간을 대비해 보면 49.3%에서 57.2%로 오히려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 일본의 유일한 D램 메이커인 엘피다도 점유율을 15.8%에서 16.9%로 올렸다.

대만의 온라인칩 유통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의 조이스 양 분석가는 “장기적으로 대만업체의 D램시장 점유율은 D램 생산에서 멀어질수록 더욱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력없어 일본·미국 파트너에 의존

프로모스와 윈본드일렉트로닉스는 지난달 일본의 엘피다의 설계에 기반한 칩을 제조하는데 합의했다.

벤 쳉 프로모스 부사장은 “점유율보다도 운영자금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프로모스는 지난 4월 은행으로부터 주주의 지불요구에 따라 3억3560만달러규모의 해외전환사채를 할인해 사들이기 위한 9천320만달러의 자금을 은행에서 신디케이트론으로 간신히 확보하며 파산을 면한 바 있다.

시장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프로모스의 D램시장 점유율은 3%였으나 올 3분기에는 절반 이하인 1.2%로 뚝 떨어졌다.

파워칩은 지난 10월 낸드플래시칩 생산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D램 생산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이 회사는 D램과 낸드플래시 외에 계약에 의한 칩생산을 각각 3분의 1씩 생산하기로 했다.

에릭 탕 파워칩 부사장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D램 일변도의 사업 리스크를 줄이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낸드플래시메모리도 더많은 업체들이 생산에 참여함으로써 D램칩처럼 일반화된 칩이 되어가고 있다. 대만업체에게 더 큰 문제는 가격이 D램처럼 요동친다는 것이다.

시티그룹의 티모시 램 분석가는 “이는 파워칩이 낸드시장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삼성과 도시바의 뒤에 서게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미 기술에서도 앞선 삼성전자,하이닉스 등이 40나노급 공정을 적용해 집적도와 수율을 높이는 등 기술개발 가속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엘피다도 내년에 60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난야, 그리고 난야와 미국 마이크론이 합작해 만든 이노테라 메모리가 대만업체로는 유일하게 50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하는 회사다. 하지만 그조차 난야의 미국 파트너인 마이크론의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다.

난야는 D램생산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난야가 핵심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는 한 난야의 미래에 대한 열쇠는 마이크론이 쥐고 있는 셈이다.

산업살리기 방법론서 정부와 의회 간에도 이견

이러한 상황에서 대만 정부와 의회 간에 서로 다른 산업살리기 방법론또한 또하나의 암초가 되고 있다.

일단 대만 D램 반도체경쟁력 확보에 예민해져 있는 대만정부는 타이완메모리라는 회사를 만들었지만 이회사가 제대로 가동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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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정부는 내심 이 컨소시엄의 우산 속에서 대만반도체회사들이 엘피다와 핵심기술을 개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 의회는 81억 대만달러(약 25억달러,2916억원)를 투자가 너무 크다며 대만 정부의 계획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