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기어] 아이폰과 옴니아2의 허와 실

일반입력 :2009/11/30 09:22

아이디어홀릭 제공

드디어 아이폰이 28일부로 출시되었다. 예약으로만 6만대가 나갔다고 하고 사전개통행사도 만원을 이루었다고 한다. 분위기에 위축되어 SK와 삼성도 연합하여 옴니아2의 가격을 인하했다. 소비자로서는 이러나저러나 좋은 현상이다. 그리고 국내 통신사의 일방적인 서비스정책에 큰 변화를 불러오는 촉발제가 될 것이기에 더욱 환영한다. 하지만 현재 아이폰과 옴니아2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많은 편견과 착각이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서 필자의 입장에서 그러한 편견이나 착각을 조금이나마 정리를 하여 사용자들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쓴다. 하드웨어적인 부분이나 기술적인 부분은 이미 많은 자료가 공개되어 있으니 기사자료를 참고하기 바라며 사용자의 입장에서 본 내용을 정리한 것임을 밝힌다.

옴니아2가 조금 우세하지만 비슷한 사양이다. 여러 기사를 통해 배포된 내용을 살펴보면 옴니아2는 하드웨어적인 스펙을 강조하고 아이폰은 소비자들의 기대심리와 누리꾼들의 지원을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흐름이다. 겉으로 드러난 사양은 옴니아2가 조금 우세하긴 하나 아이폰도 떨어질 것이 없다. 단지 아이폰이 예전 블루투스의 봉인처럼 최적의 환경구현과 기타 다른 이유로 스스로 한계점을 만들어 두고 있다는 것일 뿐이다.

문제는 UI, 사용자경험이다. SK와 옴니아2로서는 가급적 언급을 피하고 싶은 부분이며 실제 많은 방어적 기사를 배포하면서도 이 부분은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단순히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 옴니아2의 스펙이 뛰어나다, 아이폰은 서비스가 엉망이다 등과 같이 직접적인 대결은 피하는 분위기다. 아이폰OS(기본적으로 아이팟터치와 비슷하다)는 구획정리를 잘 해놓고 여기에 완벽한 신호체계를 만들어 두었다고 할 수 있다. 개발자들은 자신의 차(프로그램)를 아이폰OS기준에 부합하게 튜닝하여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진입이 불가능하다.

반면 옴니아2의 WM6.1은 아이폰OS만큼 최적화 되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그 최적화의 책임을 제조사와 통신사에 맡긴 것이고 통신사와 제조사는 서로 다른 생각 혹은 수익이라는 같은 생각으로 사용자들 보다는 수익위주의 최적화를 실행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폰은 단순하다. 직관적이다. 그리고 즉시적이다. 아이폰은 이를 위해 강력한 교통통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최소한의 멀티태스킹만을 지원하며 그 외에는 의도적으로 차단을 한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다 모르는 단어가 나올 경우 아이폰은 일단 홈으로 돌아가 사전을 실행하고 단어를 찾은 후 다시 홈으로 돌아와 영화를 실행해서 보던 파일을 실행해야 한다. 필자가 말한 강력한 신호체계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누가(실행하고자 하는 프로그램) 부산에서 서울로 가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손든 사람을 최우선으로 교통흐름을 바꾸며 중간에 누가 손을 들면 다시 그 누가(프로그램)를 기준으로 교통흐름이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옴니아2(정확히 WM6.1)는 영화를 보다가 단어가 궁금하면 영화를 닫지 않고 바로 사전을 실행해 찾아보고 사전을 그대로 열어두고 보던 영화를 그대로 볼 수 있다. 사용자입장에서의 개방성은 옴니아2가 훨씬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애플이 과연 이런 부분을 몰라서 음악만 멀티태스킹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묶어두었을까? 애플은 철저한 사용자 경험을 분석하여 니즈가 약한 부분은 과감히 제거해 버리고 대신 최적화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옴니아2와 WM6.1은 많은 부분을 개발자와 사용자에게 넘겨버리고 모든 노력을 수익성 강화에만 집중하고 진정한 사용자 환경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사용자의 중요한 착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가끔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면 옴니아의 초기광고 ‘전지전능’처럼 아이폰이 모든 사용자들이 기다려온 꿈의 휴대폰처럼 과장된 경우를 종종 찾아 볼 수 있다. 아이폰의 환상적인 터치감이나 프로그램 실행환경 등을 찬양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아이폰OS의 폐쇄성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앱스토어에 올라온 국내용 사전을 보면 WM6.1용보다 기능적인 면에서 축소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가 잘 사용하지 않는 기능을 빼고 꼭 필요한 기능만 살려 최적화하여 앱스토어에 등록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기능의 사전을 아이폰과 옴니아2에서 실행해 보면 속도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며 옴니아2가 빠른 부분도 많이 있다. 문제는 많은 WM6.1의 응용프로그램들이 최적화 되어 있지 않고 그들 역시 하드웨어의 스펙경쟁처럼 소프트웨어 스펙을 자랑하기 바쁘다는 것이다. 온라인 PDA동호회를 돌아보면 정말 사용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단순 비교를 하면 아이폰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옴니아2용으로 바꾸면 옴니아2에서 돌릴 수 있지만 옴니아2(WM6.1)용으로 만들어진 많은 프로그램은 아이폰용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을 축소하거나 혹은 포기해야 한다.

이는 아이폰이 하드웨어적인 성능이 떨어져서라기 보다는 그들의 최적화 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WinCE를 사용해도 아이폰처럼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PMP와 네비게이션들이 WinCE로 만들어져 있으며 제조사의 최적화를 통해 인식하지 못한 채 사용할 뿐이다. 그들 대부분의 기기들은 빠르고 심플하게 작동이 된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개방적이지는 않다.

아이폰OS는 사실 굉장히 폐쇄적인 OS이다. 옴니아2(정확히 SK서비스)도 굉장히 폐쇄적이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폐쇄냐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애플은 철저한 사용자 조사를 통해 사용자들이 선택의 다양성과 혼란 보다는 누군가 신뢰할 수 있는 모범답안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는 것을 정확히 짚어내어 그들의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폐쇄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반해 옴니아2의 폐쇄성은 거의 대부분 통신사의 수익에 맞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마케팅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이게 만드는데 옴니아2는 광범위한 매스마케팅을 통해 사용자들을 현혹시키는 반면 애플은 조용히 사용자들의 경험이 구전되도록 유도할 뿐이다.

아이폰은 애플이라는 독재자의 산물이다. 사실 옴니아2는 통신사의 서비스나 정책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폰은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은 어떠한 프로그램도 사용자가 직접 등록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는 애플의 오래된 고집이기도 하며 제조사에서 직접 제품의 최적환경을 관리하는 고객서비스차원이기도 하다. 어찌되었던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것은 필연이며 사용자가 필요에 의해 직접 개발을 하였다 하더라도 앱스토어에 등록을 한 후에 판매를 하든 공개를 하든 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지독한 상업수단이다.

그렇다고 옴니아2가 독재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옴니아2는 통신사의 수익우선 활동에 밀려 스마트폰의 광범위한 활용성에 대해서는 방관되어 왔다고 할 수 있으며 오히려 스마트폰의 높은 활용성을 그들의 수익성과 연관시키려는 노력을 여기저기에서 찾을 수 있다. 제발 혼란스러운 메뉴로 여기저기에 지뢰를 설치하여 원치 않는 데이터 요금을 납부하는 경우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것이다.

비교되어야 하는 것은 아이폰과 옴니아2라는 기계가 아니라 서비스와 방향성에 있다. 많은 기사들이 기기적인 스펙과 요금으로 소비자의 선택에 혼선을 야기시키고 있다. 단언하건데 아이폰과 옴니아2의 기기적인 능력은 별 차이가 없으며 선택은 사용자들의 취향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필요성과 향후 방향성이 아닐까? 애플은 제조사의 강력한 파워를 앞세워 통신사로부터 자신들의 수익도 확보하면서 소비자들의 니즈도 충족해 가고 있다. 전통적인 통신시장에 반기를 든 것인데 수 많은 사용자들의 쌓여있던 불만이 아이폰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통신사들은 과거의 방식으로 수익을 낼 고민만 하고 있으며 기껏 야심차게 준비한다고 떠들어 대던 한국형 앱스토어도 이전 벨소리나 음악, 바탕화면을 다운로드 받는 형태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돈을 지불한 어플은 폰이나 PC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체험용으로 배포하는 무료버전은 휴대폰을 이용해 데이터 요금을 내야 받을 수 있단다. 아마 데이터 이용요금이면 아이폰의 멋진 어플을 구매하고도 남을 것이다. 답답할 뿐이다.

그렇다고 애플의 앱스토어가 답이라는 것도 아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며 애플 역시 자사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것이며 KT역시 SK라는 거대 공룡과 대적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입하게 된 것이다. 아직 요금제에 있어서는 인색한 편이지만 앱스토어나 무선환경을 제공한다는 자체가 큰 변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제 남은 과제는 아이폰을 단순히 가입자 유치 및 선제공경을 위한 이슈폰으로 사용할 것이냐 아니면 KT의 방향을 기존의 통신사 위주의 정책에서 사용자 위주의 정책으로 바꾸어 갈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사용자들의 니즈는 앱스토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편리성과 합리성을 동시에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통신사 서비스에 꼭 필요한 서비스가 있고 그것이 합리적인 방식으로 비용이 청구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다할 사용자들이 누가 있겠는가? 사용자들은 자신이 통신사의 요금정책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 불만이지 합리적인 요금을 내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KT가 아니 아이폰이 한국의 통신환경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올지는 아직 알 수는 없지만 기폭제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아이폰이 통신사들의 일방적인 서비스정책에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히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당장에 모든 것을 바꾸기에는 어려울 것이며 서서히 변화해 가기를 바라며 또 제조사의 입장에서도 사용자의 니즈를 헤아려 개선을 해 나가기를 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특히 삼성전자에서 준비하고 있는 자체 OS가 그러한 부분에서 아이폰처럼 변화를 이끌어 주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아이폰이 되었던 옴니아2가 되었던 그것은 취향의 문제일 뿐이며 기기의 좋고 나쁨보다는 사용자들 스스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해 보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빠르고 심플한 것을 원하거나 수많은 휴대폰의 기능 중에서 정해진 몇 가지 기능만 충실히 사용하면서 즐기는 스타일이라면 아이폰이 좋을 수도 있으며 복잡하고 무거운 프로그램이거나 자신이 직접 최적화를 해 나가고 싶으면 옴니아2가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