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의 삼성' 잇단 악재에 흔들?

일반입력 :2009/11/10 10:23    수정: 2009/11/10 15:51

류준영 기자

‘품질경영’ 삼성전자에 적진호가 켜졌다.

해외시장까지 일파만파로 퍼진 양문형 냉장고 리콜 사태에 이어  미국시장 전자레인지 4만3천대 리콜, 그리고 미국시장 내 삼성표 LCD TV, 모니터 수입금지 조치 등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품질의 삼성'이란 이미지 수호에 비상 경계령이 내려졌다.

특히 최근 창립 40주년 행사를 갖고 10년 후 400조원 매출액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자마자 민망한(?) 상황과 마주한 것이어서 삼성으로선 일련의 사건들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삼성전자의 불안 전초는 지펠 양문형 냉장고 21만대 리콜 서비스를 실시하면서부터다. 조사결과 냉장고 폭파사고 원인은 냉매파이프 서리를 제거하는 히터 연결단자의 누전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은 당시 지난 2005년 3월부터 2006년 6월까지 생산된 국내 양문형 냉장고 SRT·SRS·SRN 계열의 일부 모델로 한정 지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리콜 규모는 막대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미쳤다. 수출로 먹고 사는 회사에겐 치명적인 상처였다. 

이달 3일 삼성은 해외시장서 판매된 동일 모델에 대해서 국내와 동일한 안전조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뒤늦은 조치에 들어갔다. 해당 제품은 SRT, SRS, SRN 계열 모델 20여 만대로, 해외 30여 개국에 판매됐다.

정말 당황스러운 것은 해외시장 리콜은 삼성이 (냉장고 폭발을)1년 이상 처리를 미루다 국내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조치에 나섰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 한 가정집에서 삼성전자 양문형 냉장고가 폭발하면서 냉장고가 크게 파손되고 주방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올해 5월엔 영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지난달 10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삼성전자의 2006년형 지펠 냉장고가 폭발해 창문이 깨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냉장고 리콜 사태가 잠잠해질 때 연이어 터진 전자레인지 리콜 사태.  

삼성은 10일 미국소비자보호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생산해 미국에 수출한 전자레인지 4만3천대 리콜 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유럽, 중국에 판매된 삼성 냉장고 리콜이 실시된 지 열흘 만에 생긴 생활가전 제품 리콜이다. 곳곳에서 삼성의 가전제품 품질관리 전반에 점검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왔다.

삼성은 전자레인지 SMH9151 시리즈의 콘덴서 위치가 잘못돼 벽에 위치를 고정하는 볼트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누전 등의 잠재적 위험이 존재한다는 판단으로 리콜 조치를 내렸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보고된 문제는 없지만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 리콜조치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량 리콜사태로 막대한 비용부담을 안게 된 가운데 삼성은 경쟁사인 샤프에게 특허침해 고소까지 당했다. 기술력으로 먹고 사는 삼성전자가 소송에 휘말렸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불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가 일본 샤프의 특허 침해를 이유로 삼성전자의 LCD TV와 LCD 모니터의 미국내 수입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결정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가에 따라 확정된다. 기간은 3~4개월 정도 소요된다. 공익적 판단이 설 경우 미국국제무역위원회의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도 있다.

확정 이전까지 삼성전자가 미국으로 수입금지 결정 대상의 LCD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선 제품가격과 같은 금액의 담보금을 예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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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샤프의 소송 전쟁은 지난 2007년 8월 샤프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LCD 관련 특허 5건을 침해했다며 미 텍사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9월 삼성전자는 특허 분쟁에 엮이지 않은 새 방식의 TV용 LCD 패널의 양산을 시작했다. 샤프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나도 특허회피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양산을 통해 미국 수출엔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 이는 46인치, 52인치 등 대형TV에 주로 적용돼 양산됐고, 연말까지 모든 LCD TV에 적용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