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국산 애니 여전히 ‘찬밥’

일반입력 :2009/11/06 18:57    수정: 2009/11/08 15:23

정윤희 기자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들의 국내 작품 홀대가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각 케이블 및 위성 채널에서의 국산 애니메이션 방영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재 케이블 채널의 프라임 시간대(오후 4시∼9시)는 해외 수입 작품들이 점령한 상태다. 방송사들은 인지도와 시청률을 들어 국산은 새벽 시간대로 미뤘다. 실질적으로 어린이들이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애니메이션 총량제 사실상 ‘유명무실’

현재 방송법에는 케이블 및 위성 채널은 연간 방영 애니메이션의 35% 이상을 국내 제작물로 채워야하는 규정이 있다.(방송법 시행령 57조 2항) 그러나 24시간 방송하는 케이블 채널의 경우 이 법을 ‘유연하게’ 지키고 있는 실정. ‘태극천자문’, ‘지스쿼드’, ‘다오배찌 붐힐 대소동’ 등 대부분의 국산 작품이 자정 이후의 시간대에 배치돼 있다.대원미디어 관계자는 “케이블 채널이 편법을 쓰고 있다”며 “프라임 시간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시간에 방송해야 하지 않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강제적으로 국가에서 규제하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은 계속 될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챔프TV 관계자는 “국내 애니메이션의 시청 연령층이 4, 5세 정도로 낮아 프라임 시간대에 배치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며 “방송 편성은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으로 결코 국내 작품을 홀대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케이블 채널 “우리도 답답해”

케이블 채널도 할 말이 있다. 각 방송사 입장에서도 국내 애니메이션을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하고 싶지만 실질적인 여건 상 어렵다는 것. 케이블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해외 작품을 훨씬 선호하는 상황이다”며 “제작사와 채널 모두 노력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투니버스는 국내 애니산업 발전을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직접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투니버스는 EBS와 합작해 ‘냉장고나라 코코몽’을 제작했으며 최근 서울시와 공동으로 인재를 발굴하는 ‘애니루키 스카웃’을 진행한 바 있다.

■해결 방안은?

현재 관련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애니메이션 총량제를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존의 연간 방송 시간 35%에 더해 신작을 1% 이상 방영하는 내용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관계자는 “케이블 및 위성 채널의 규제가 지상파에 비해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국산 작품의 새벽 시간대 편성 방지를 협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양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편성 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있길 바라고 있다. 절대적인 편성량을 늘리더라도 똑같이 새벽 시간대로 밀리면 아무 소용없는 없다는 것이 업계 측의 설명이다.

동우애니메이션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총량제 규정이 현재 35%가 아니라 50%가 된다 해도 똑같은 사태가 반복될 뿐 아니냐”고 반문하며 “편성 시간에 대한 실질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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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구체적인 방송 시간대까지 규정하는 것은 방송사의 편성 독립성 침해 여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투니버스 관계자는 “총량제가 개정되는 것은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반가운 일”이라며 “다만 케이블 시장 상황이 충분히 고려돼 개정안에 반영되었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