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위험관리 수준? 보안산업 보면 안다"

일반입력 :2009/10/30 15:44    수정: 2009/10/30 16:38

이설영 기자

안철수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가 국내 CEO들을 상대로 보안 산업이 지닌 가치를 재평가해줄 것을 강하게 호소했다. 보안 산업이 성공하면 위험관리와 지적재산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깔렸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보안이 산업의 바로미터라는 수사학도 구사했다.

안철수 교수는 29일 저녁 신라호텔에서 열린 'CEO 포럼'에 연사로 참석 우리나라 기업들은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 관리)와 지적재산과 관련한 산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데 보안은 그 두가지 특성을 다 가진 산업이라며 보안이 뜨면 위험관리나 지적재산과 관련해 사회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경우 기업 경영 중 나타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기업을 최소비용으로 운영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험을 관리하려 하는 대신 계속 떠안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가 터지고 뒤늦게 관리에 나설 경우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밖에 없다.

지적재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가 저변에 깔려 있어, 관련 업체들은 늘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게 안 교수 지적이다.

안 교수가 이같은 소신을 피력한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중소벤처 기업, 특히 SW벤처기업이 클 수 없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구조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소신발언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99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벤처기업 95%가 망한다'는 말을 했는데 이것이 대문짝만한 제목으로 실린 것. 안 교수는 그날이 평생 가장 고생했던 하루였는데 아침부터 전화가 수십통이 걸려왔다며 어떤 전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욕이었고, 또 어떤 전화는 기사 때문에 투자가 철회됐다며 돈을 물어내라는 것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연도가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갈 때 전세계에 컴퓨터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Y2K' 때도 'Y2K가 돼도 피해 없을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가 논란에 중심에 섰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벤처붐 전에 사명감으로 이 산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산업에 대한 애정에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며 몇가지 일을 겪으면서 사회적인 발언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고, 단기적인 시각으로 보는 게 섭섭했다는 마음을 밝히기도 했다. 또 몇 년 뒤 사람들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내가 생각했던대로 바뀐 것을 보고, 사회적 발언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안철수연구소를 경영하던 시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의대 교수에서 벤처기업가로 변신한 후, 다시 교수가 되는 등 인생에서 직면했던 수많은 선택들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안 교수는 저는 장기계획을 세우는 것보다는 매순간 최선을 다한 뒤에 보면 어느 순간 가야할 길이 보이는 사람이다라며 확실한 것은 어떤 일을 하건 순간에 가장 의미를 두고 재밌게, 잘 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업 경영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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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실리콘밸리를 보면 기업가들의 '리스크'를 사회에서 일정부분 구조적으로 나누기 때문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부담이 적다면서 우리 사회의 경우 이런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창업이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안 교수는 이어 벤처기업가들 스스로도 알아야 할 것을 모르고 경영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회와 기업이 자신들의 역할과 책임을 적절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