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플랫폼 업체 엔비디아가 PC를 넘어 슈퍼컴퓨터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규모 연구소와 고성능 컴퓨팅(HPC)을 필요로하는 개인 사용자를 정조준했다.
엔비디아가 지난달 3세대 그래픽 프로세서(GPU) 아키텍처 '페르미'를 공개했다. 조만간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란게 회사측 설명. 엔비디아코리아 이주석 이사는 "그동안 프로세서는 CPU를 중심으로 성능이 두배씩 발전해왔지만 앞으로는 대량 데이터 병렬처리를 위해서 GPU중심의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며 슈퍼컴 분야에서 GPU 역할론을 강조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페르미는 기존 GT200보다 더블프리션(소수점 15자리까지 연산) 속도가 10배 이상 빨라졌다. GT200의 경우 소수점 6자리까지 계산하는 싱글프리션보다 더블프리션의 속도가 1/8수준이었다. 이에 비해 페르미는 모든 코어에서 더블프리션을 지원해 싱글과 속도차이를 1/2정도로 줄였다.이에 따라 기술적으로 1테라 플롭스(초당 1조회 연산) 속도 구현이 가능해졌다.
페르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코어 개수다. GT200이 240개 코어를 탑재했던 것에 비해 페르미는 512개로 늘었다. 코어가 늘어난 만큼 속도도 빨라졌다. 인텔 네할렘 프로세서보다 40배 가량 빨리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GPU로는 처음으로 캐시를 탑재한 것도 페르미가 빨라진 요인이다. 캐시는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빨리 찾을 수 있도록 미리 하드디스크에서 정보를 긁어와 저장하는데 사용된다. 그동안 CPU에만 캐시가 사용됐지만 페르미 기반 GPU는 L1 및 L2 캐시를 도입해 사용자가 정보를 더 빨리 찾을 수 있도록 했다.
페르미는 메모리도 DDR5를 채택, 개별 버스에서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량이 늘었다. 기술적으로 1테라바이트(TB)까지 메모리를 늘릴 수 있다. 계산이나 시뮬레이션 부분에 ECC(에러정정코드)를 탑재한 것도 특징이다. ECC는 컴퓨터 연산에서 오류가 생기면 자동으로 정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엔비디아는 페르미가 정교한 계산을 요구하는 과학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측은 "그동안 복잡한 계산은 CPU몫이었지만 페르미는 그것을 그래픽칩으로 가능하게 한다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그래픽작업이나 게임만을 지원했던 GPU의 영역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가 국내 슈퍼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 것은 GT200기반 그래픽카드 테슬라를 출시하면서부터다. 일반적인 슈퍼컴은 고가에다 사용에 제약이 많아 기상청이나 슈퍼컴퓨터센터, 정부기관, 일부 대기업에서만 사용됐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테슬라를 앞세워 소규모 연구소까지 파고들었다. 보급형 슈퍼컴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엔비디아코리아의 류현곤 대리는 "GT200이 소규모 연구소까지 슈퍼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 페르미는 그 수요를 키워 슈퍼컴퓨팅을 더욱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이나 개발자가 아닌 일반사용자들까지도 빠른 속도로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미지나 동영상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개발도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해상도 게임도 유망 분야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페르미가 게임용 그래픽카드 지포스에 페르미칩이 탑재되면 체감형 게임도 한층 실감나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과학 계산에 이용되는 물리엔진을 통해 실제로 이용자가 직접 사물과 부딪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등 게임의 실감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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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에 따르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나 크레이 등이 GT200기반 테슬라를 채택한 슈퍼컴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울대 3D 의료영상이나 유전체 정보연산, 삼성 및 LG전자의 회로 및 안테나 설계 등에 적용되고 있다. 이주석 이사는 "테슬라를 이용하는 기업은 다른 회사가 100개의 제품을 생산할 때, 천개를 만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엔비디아는 페르미 기반 그래픽카드 출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 기존 그래픽카드에 비해 가격이 다소 올라가겠지만 성능이 늘어난 것만큼 가격대비 성능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