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명 자살’…버티는 프랑스텔 회장

일반입력 :2009/10/06 09:55    수정: 2009/10/07 18:30

김태정 기자

잇따른 직원 자살로 거센 퇴진 압박에 직면한 디디에 롱바르 프랑스텔레콤 회장이 버티기 작전에 나섰다.

롱바르 회장은 5일(현지시간) 루이 피에르 웨네스 부사장이 직원 자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의사를 밝혔다며 후임으로 스테판 리샤르 국제영업 총괄책임을 임명했다.

그러자 프랑스 야당인 사회당과 시민단체들은 롱바르 회장에 대한 비난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부하 임원을 방패로 삼아 퇴진 압박에서 빠져나가려 한다는 것.

AF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롱바르 회장은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텔레콤은 지난 19개월 새 24명의 근로자가 회사 업무 환경을 비관, 자살하면서 국제적인 논란을 불러왔다.

특히 지난달 콜센터에서 근무 중인 51세 직원이 ‘열악한 근무환경을 견딜 수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육교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뒤 롱바르 회장은 집중 포화 대상이 됐다. 이 회사의 직원 자살은 올해 여름부터만 따져도 8번째.

롱바르 회장은 올 들어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무료 핫라인 설치, 심리 상담사 200명 배치 등의 대책을 내놓았으나 자살 사건이 멈추지 않으면서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프랑스텔레콤 노조 측은 “23번째 자살이 발생한 후 롱바르 회장이 처우 개선을 장담했지만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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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프랑스 정부와 여당은 롱바르 회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경제장관은 최근 롱바르 회장과 회동한 뒤 “프랑스 정부는 그의 사퇴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 야당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텔레콤은 2004년까지만 해도 안정적인 근무조건 상징으로 여겨지던 국영 회사였다. 하지만 민영화 작업이 시작된 후 5년간 구조조정을 계속하면서 절반 가까운 인력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사무직에서 콜센터나 현장영업으로 부서를 이동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