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를 넘어 접속의 시대 열린다

[클라우드컴퓨팅 기획-1]

일반입력 :2009/09/25 10:04    수정: 2009/09/25 19:21

황치규 기자

지난 2006년의 일이다.

전자상거래 업체로 유명한 아마존이 'EC2'(Elastic Compute Cloud) 유틸리티 컴퓨팅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인터넷에서 책이나 팔던 아마존이 느닷없이(?) IBM, HP, 썬마이크로시스템즈처럼 컴퓨터 처리 능력을 제공해 사용 량에 따라 과금하는 호스팅 서비스를 들고 나온 것이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호령하는 거함들과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일부 사업 영역이 겹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예상치 못한 이변이 연출됐다. EC2와 같은 모델은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이름을 달고 차세대 IT패러다임의 핵심 엔진으로 급부상했다. 메인프레임과 클라이언트서버(CS) 이후를 주도할 새로운 플랫폼이란 평가도 쏟아진다.

이를 보여주듯 대다수 IT업계가 앞다퉈 클라우드 컴퓨팅 대열에 합류했다. 아마존에 이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IBM, HP, 오라클, EMC, 시스코, 삼성SDS, LG CNS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거대 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에 출사표를 던졌다.

모든IT는 클라우드로 통한다는 말이 어색치 않을 정도다. '비용 절감', '변화에 유연한 IT인프라' 등 기업 환경에 필수적인 슬로건들이 모두 클라우드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만큼, 판을 뒤흔들고 싶은 관련 업계의 열망도 진하게 풍긴다. '클라우드발 IT업계 판갈이 시나리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클라우드'란 말이 새롭고 흥미롭다는 평가를 넘어 시대를 이끌 메가트렌드 대접을 받는 이유다.

하나의 이슈가 메가트렌드로 진화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도 마찬가지다. 나름대로 그럴듯한 명분을 깔고 차세대 IT패러다임으로 급부상중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여러개의 데이터센터를 가상화 기술로 통합해 사용자에게 다양한 소프트웨어, 보안, 컴퓨팅 인프라까지 온디맨드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운영하기 위한 IT 인프라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IT도 전기나 수도처럼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쓴 만큼 돈을 내는 방식이다.

기업들은 기존 IT인프라를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 기반으로 바꿔 내부 직원들과 파트너들을 상대로 서비스(프라이빗 클라우드)하거나 IT자체를 소유하지 않고 아마존EC2와 같은 인프라를 빌려쓰는 방식(퍼블릭 클라우드)을 취할 수 있다. 20세기 초만 해도 기업들은 발전기를 직접 소유했지만 언제부터인가 규모를 갖춘 유틸리티에 매월 돈을 내고 전기를 이용한 것처럼 IT도 그렇게 발전할 것이라는 개념이 클라우드 컴퓨팅속에 녹아들어 있다.

이렇게되면 뭐가 좋은가?

이론대로라면 기업들은 대규모 데이터센터나 IT관리 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 빌려쓰고 그만큼 돈을 내면 된다. 시스템 확장에 따른 부담도 덜고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다. 클라우드를 통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IT전략을 세울 수 있는 셈이다.

세계적인 언론사인 뉴욕타임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851년부터 1980년까지 1천100만건의 기사를 PDF로 변환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할 당시 하드웨어와 SW를 직접사는 대신 아마존 EC2와 S3, 그리고 오픈소스 기반 분산처리 기술 '하둡'(Hadoop) 플랫폼을 활용했다.

뉴욕타임스가 프로젝트를 완료하는데 걸린 시간은 하루였다. 또 아마존에 지불한 돈은 200만원도 되지 않았다. 수백대의 서버와 거대한 스토리지 용량이 필요했을 일을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단숨에 그것도 저렴한 비용으로 해치운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마크 프론스 CTO는 얼마전 방한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해 유연성이 매우 좋아졌다"면서 "오스카상 시상이 있는 경우 3시간에 약 100만명씩 들어오는데, 별도 인프라를 도입하지 않고 클라우드를 통해 얼마든지 시스템 확장이 가능한게 장점이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사례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가능성을 보여줄때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시장 조사 업체들의 전망도 핑크빛이다.

가트너는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시장이 올해 560억 달러에서 4년후인 2013년에는 대략 15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IDC는 4년간 클라우드에 대한 기업들의 IT 투자가 3배 증가해 2012년 4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IT 투자 가운데 9%, 신규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커다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제 진입기에 들어섰을 뿐이다. 그런만큼 거품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실보다는 마케팅 메시지만 넘쳐난다는 지적도 있다. 

2006년 구글 재직 당시 클라우드 컴퓨팅을 창시한 것으로 알려진 클라우데라(cloudera)의 크리스토퍼 비시글리아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모든 것에 적용될 수는 있지만 모든 서비스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면서 현실적 접근을 주문했다.

해외의 경우 클라우드 컴퓨팅은 중소 기업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비용 절감이 필요한 신생 기업이나 영화 홍보 등 시스템을 임시적으로만 가동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 컴퓨팅을 둘러싼 판이 좀더 커지기 위해서는 대형 고객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들은 보안 등을 이유로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에 아직까지는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대기업 시장도 문호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SDS의 정민교 R&D 센터장은 "클라우드컴퓨팅은 더 많은 사람이 쓸수록 가치가 높아지고 효율성이 증대되는 웹 2.0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더 많은 기업과 기술, 조직이 참여하게 되면 그만큼 그 가치가 높아지고 효용성을 평가받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5년쯤 뒤에는 기업 IT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란게 그의 설명이다.

바야흐로 기업들은 변화해야만 살아남는 시대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앞날을 장담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것.

고객 요구는 다양해지고, 기업간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으며 관련 법규나 규제가 생겼다 사라졌다를 거듭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변화에 대응하기가 점점 힘들어진 상황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업들에게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주특기'를 앞세워 변화가 절실해진 기업들을 파고들고 있다.

성장에 목마른 IT기업들이 이를 놓칠리 없다. 인터넷, 컴퓨팅, 스토리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 전분야에 걸쳐 클라우드를 외치는 업계의 함성이 울려퍼진다. 함성 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커져만 가는 함성소리에 구경꾼들의 관심도 높아져만 간다 지금 해당 업계와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관심을 모두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드'가 미래 IT대권을 둘러싼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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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뉴스 지디넷코리아에서 다음달 13일 코엑스 그랜드볼륨에서 한국 클라우드 컴퓨팅 생태계를 집중 점검하는 'ACC2009-클라우드 컴퓨팅 컨퍼런스' 를 마련해 주목된다.

이번 컨퍼런스는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현실적인 시각으로 접근해보자는 취지아래 진행되는 것으로 한국EMC, 한국오라클, KT, 세일즈포스닷컴, VM웨어, 삼성SDS, LG CNS, 한국넷앱 등 퍼블릭과 프라이빗 클라우드 관련 국내외 업체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그런만큼 태동기에 들어선 국내 클라우드 환경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