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팟창간기획] 우리는 엘도라도로 간다

일반입력 :2009/09/24 09:30    수정: 2009/09/25 10:04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최병준, 이도원, 봉성창 기자>온라인게임 산업에서 선점 효과는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 시켜주는 중요 요소다. 여기에 검증받은 게임 콘텐츠가 더해지면 그야말로 흥행 보증수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온라인 게임은 발전을 거듭해 전 세계 거의 모든 주요 국가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중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 등은 이제 더 이상 블루오션이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온라인게임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몇몇 발 빠른 온라인게임사들은 또 다른 게임시장을 찾아 유목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발견한 약속의 땅이 바로 터키를 중심으로 유럽 시장과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남미 시장이다. 이밖에 향후 떠오를 신흥 시장으로 세계 제 2위 국민 총생산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와 주변 중동 국가들이 점쳐지고 있다.

이들 시장은 온라인 게임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의 낮은 보급률과 뒤떨어지는 사양으로 인해 아직까지 온라인게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게임사 관계자들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숨어 있는 곳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높은 잠재력 인정받는 신흥 시장 ‘터키’

터키는 이미 온라인게임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대중화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조이맥스의 ‘실크로드’와 노아시스템과 엠게임이 공동 개발한 ‘나이트 온라인’ 등 다중접속수행게임(MMORPG) 등이 인기리에 서비스되고 있는 것. 또한 몇몇 온라인게임사들은 현지에 지사를 설립했거나 혹은 설립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터키는 몇몇 인기 웹게임을 제외하면 한국 온라인게임이 대부분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소득수준이나 인터넷 인프라 등을 감안할 때 터키가 신흥 온라인게임 시장으로 떠오른 것은 상당이 의외라는 후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터키가 온라인게임 발상지인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한 국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두 국가간의 국민성이 어떻게 비슷한가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역으로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문화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터키에서 게임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는 카짐 아칼린 게임술탄 부사장은 “터키 유저들이 매우 다루기 어렵고 만족을 모른다”며 “게임에 작은 흠만 발견해도 금방 등을 돌리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터키 사용자들은 아이템 현금 거래를 선호하며 공성전과 같은 집단 콘텐츠를 즐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사용자들의 성향은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초창기와 공통점이 많다.

터키 시장의 잠재력은 인구 구조에 있다. 현재 터키는 7천 6백만 명이며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인해 2015년에는 8천 4백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14세 이하 인구가 전체 인구 대비 무려 28%를 차지한다. 10대에서 20대 사이가 온라인게임의 주요 사용자층임을 감안할 때 향후 10년 안에 온라인게임 산업은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비단 인구 구조 뿐 아니라 인터넷 보급률도 15%까지 증가했고 이베이, 필립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도 현지에 지사를 설립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시장 상황도 좋은 편이다.

비록 터키가 한국 온라인게임을 통해 단기간 온라인게임 산업에 눈을 뜨게 됐지만 여전히 여러 장애물을 가지고 있다. 높은 해킹위협이 그중 하나다. 온라인게임은 그 특성상 한 번의 치명적인 해킹으로도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 게다가 게임을 제공하기 위한 서버 호스팅 비용 역시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국영 인터넷 통신 기업이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온라인게임사들은 터키를 지속성장이 가능한 유망 시장으로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지 게임업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기존 인기 온라인게임의 인기가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신규 온라인게임에 대한 요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터키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서서히 달궈지는 유럽 온라인게임 시장

터키를 제외한 나머지 유럽은 북미와 함께 언제나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불렸다. 소득수준이 높고 인터넷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만 반면 콘솔 게임이 워낙 강세를 보이고 있어 쉽게 진출하기 힘든 시장이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엔씨소프트가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공략에 나선 대표적인 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이미 ‘길드워’, ‘리니지2’ 등으로 인지도를 쌓은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독일에서 개최된 게임스컴2009에서 ‘아이온’을 선보여 호평을 받기도 했다. NHN 역시 유럽에 지사를 설립하고 북미와 함께 해외 공략에 나섰다.

엔씨소프트 이외에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사용자를 확보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한국 온라인게임은 적지 않다. 이온소프트의 ‘프리프 온라인’과 이미르 엔터테인먼트의 ‘메틴2’ 등이 그 주인공이다.

‘프리프 온라인’은 2006년 갈라 네트웍스와 손잡고 해외 진출에 나서 현재는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 세계 13개 국가에 활발하게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메틴2’ 역시 유럽에서 평균 동시접속자수 8만명을 기록하며 인기 온라인게임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메틴2’는 20개국의 언어로 변역돼 거의 유럽 전 지역에 서비스되면서 한국 온라인게임의 우수성을 알렸다.

■ 한국 게임업계의 엘도라도 ‘남미’

페루 안데스 산맥 밑 PC방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남미 아이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은 언뜻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다름 아닌 한국 온라인게임이다.

남미 지역의 온라인게임 산업은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직 인프라가 부족하고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폭발적인 성장이 이뤄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곳 아이들에게 온라인게임은 더 이상 낯선 놀이문화가 아니다. 브라질, 페루, 베네수엘라 등에 이미 수많은 PC방이 성업하고 있으며 한국 온라인게임들이 인기리에 서비스되고 있다.

남미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업체는 소프트닉스다. ‘건바운드’, ‘울프팀’, ‘라키온’ 등을 개발한 소프트닉스는 일찌감치 남미 시장을 주목하고 현지에 지사를 설립했다. 또한 게임 포털을 비롯해 마케팅, 결제 수단 등 주변산업의 기틀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프트닉스가 개발한 ‘건바운드’는 현재 남미 지역에서 국민게임으로 불리며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외에 남미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온라인게임은 글로벌 온라인게임의 쌍두마차인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과 조이맥스의 ‘실크로드’를 비롯해 ‘메이플스토리’, ‘오디션’, ‘뮤’ 등 30여종이 넘는다.

남미지역은 크게 브라질과 나머지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경제규모면에서도 브라질이 앞서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 이외에 남미 국가는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온라인게임 서비스에 있어 현지화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에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스페인어로 번역돼 서비스되면서 단숨에 인기순위 1위에 오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이곳 지역 사용자들은 부분 유료화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고 무기 강화(인챈트)와 같은 도박적인 성향의 게임 시스템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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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와 마찬가지로 저연령층 인구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도 한국 온라인게임이 앞으로 보다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3나 X박스360과 같은 콘솔게임기들의 관세가 지나치게 비싸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용자들의 요구는 점차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경제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고 휴대폰이나 선불카드와 같은 편리한 결제수단이 아직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점이 아직까지 온라인게임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소프트닉스 장상채 이사는 “1년동안 한 국가의 환율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현지 게임 서비스사와는 반드시 달러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충고했다.